올해엔 11억원 선에 팔릴 듯
두자릿수 경제성장률이 미술시장 성장 뒷받침
입력 : 2007.08.03 10:30
- 홍콩 크리스티의 직원 딕 리씨가 위에민쥔(45)의 그 림‘나와 친구들(The Artist and His Friends%%) ’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올해 5월 추정가의 다섯 배인 266만 달러에 경매됐다. AFP
- 소더비와 크리스티 다음으로 유명한 국제적 경매회사인 ‘필립스(Philips de Pury & Co.)’는 오는 10월 13일 런던에서 하워드 파버(65)라는 뉴욕의 컬렉터가 소장한 중국현대미술품 44점으로 특별경매를 한다. 여기 나오는 작품 중 왕광이(50)의 ‘대(大)비판시리즈: 코카콜라(Great Criticism: Coca Cola·1993년작)’는 추정가의 최고치가 120만 달러(11억원)다. 수백억원짜리 그림이 왔다 갔다 하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11억원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파버가 1996년에 이 작품을 2만5000달러에 샀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불과 10년 만에 가치가 50배 오른 셈이기 때문이다.
왕광이는 펜, 책, 총을 들고 돌진하는 중국 민중의 모습 뒤에 코카콜라, 나이키, 루이비통 등 서양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집어 넣는다. 파버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양 문화가 유입된 중국의 현재 상황을 표현한 이 이미지는 앞으로 중국 미술에 대해 다루는 모든 책과 잡지에서 다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그림은 이미 뉴욕타임스와 아트뉴스페이퍼(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 전문신문) 등 많은 매체에 노출됐다.
파버는 왕광이 외에도 팡리쥔, 위에민쥔, 쩡판즈, 장 샤오강, 수빙, 양샤오빈 등 중국의 유명 현대작가 작품을 10여 년 동안 모아왔고 이번에 이런 개인 컬렉션만 가지고 경매를 하게 됐다. 그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컬렉터라는 평을 듣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국현대미술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중국현대미술품의 값은 치솟았다. 서양인들의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중국경제의 성장 덕이다. 중국 덕에 서양미술시장에서 ‘아시아미술’의 거래액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크리스티의 올해 상반기 경매 집계 결과, 아시아미술은 총 2억9300만 달러(2690억원)어치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나 증가했다.
중국 국내 미술시장도 초호황이다. 이를 두고 거품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어 왔지만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바깥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거품이 아니다”로 결론 지어진 듯하다. 국제 미술시장 분석 사이트인 아트프라이스닷컴은 6월 보고서에서 “중국 현대미술 시장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가격은 점점 더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세계 곳곳의 경매에서 팔린 중국 현대미술품의 31.3%가 10만 달러(약 1억원)가 넘는 가격이었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7월 17일자 인터넷판에서 “중국의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한다. 하지만 중국의 미술시장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라고 보도했다.
거침 없는 경제성장이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11.9%로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들어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4000을 넘어서고 상반기 GDP 성장률도 11.5%로 정부 예상치인 9%대보다 훨씬 높았다. 또 메릴린치와 컨설팅 회사 캡제미니의 ‘2007년도 세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부자(high net world individuals·보유주택을 제외한 재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의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나라는 15.5% 증가한 러시아이고 그 다음이 7.8% 증가한 중국이다.
부자들이 돈을 즐겨 쓰는 곳 중 하나가 미술이다. 이 때문에 중국시장은 우리를 비롯해 외국 화랑업자들에게 타깃이다. 미국의 미술시장 전문월간지 ‘아트앤옥션(Art+Auction)’은 지난 5월호 기사에서 “지금 동·서양의 미술 사업가들이 경쟁적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 거점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국내 주요화랑인 갤러리 현대, PKM 갤러리, 표화랑, 아라리오 갤러리 등이 베이징에 지점을 냈다.
중국미술시장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연구대상이다. 김치호 예금보험공사 금융분석부장은 “지금 우리 미술시장의 호황은 중국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미술시장의 주인공은 근·현대작품이다. 이전에 세계무대에서 중국미술은 곧 도자기나 고서화를 뜻했다. 하지만 이제는 20세기 후반 이후의 작품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끈다. 중국의 사회변혁이 심했던 1930년대에서 1976년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은 ‘레드 아트’라 불리면서 잘 팔린다. 그 이후 세대들이 그린 작품은 중국사회의 서구화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 또한 독특하다.
중국미술시장에 대해 물론 비판적 시각도 많다. 가장 많은 의견은 ‘미술관이나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 같은 인프라는 부족한데 시장만 갑자기 비대하게 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닮은 꼴이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약점에서 벗어나고 있기에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우선 세계의 주요 미술관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유명한 미술 컬렉터 배런 가이 울렌스(Ullens·72)는 베이징의 신흥 미술촌인 ‘다산쯔(大山子) 798’ 지역에 비영리기관인 현대미술관을 짓고 있다. 11월에 문을 열 예정이며 이를 위해 그가 소유한 2100만 달러어치의 영국 명화들을 소더비에 팔았다. 개막 전시는 1980년대 이후 중국미술작품으로 열 계획이다.
또 파리 퐁피두센터가 2010년까지 상하이점을 내겠다고 발표했고, 구겐하임도 베이징점을 내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도 2015년까지 미술관과 박물관 1000개를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중 32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베이징에 만들 예정이다.
이렇듯 중국은 민간에서뿐 아니라 국가가 함께 미술시장을 이끄는 것도 전망을 밝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1년여 동안 전 세계의 개인 컬렉터들 손에 있는 중국 문화재를 사들이는 데 수억 달러를 쓰고 있다.
김순응 K옥션 대표는 “중국이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인민해방군이 중국의 문화적 위상을 군사·정치·경제력에 맞게 높이려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중국의 미술시장은 중국인들의 자긍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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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뜯어보기 <5>
작가는 같은데 가격은 다른 이유세잔·폴록 등의 그림은 초기보다 후기作이 더 비싸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나는 이제야 나의 목표와 이에 이르는 방법을 보다 분명하게 알게 됐다.”
화가 폴 세잔이 말년에 그의 동료 화가이자 친구인 에밀 베르나르드에게 쓴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인상주의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이후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이룩해 낸 성과다. 입체파를 포함해 이후 전개되는 현대 미술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작품이 마침내 탄생한 것이다.
미술시장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가 동일 작가의 작품별 가격 차이를 쉽게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작품은 보지도 않은 채 작가의 인지도만 믿고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세잔의 미술사적, 미술시장적 지위가 말년에 비로소 완성된 그의 작품에 의한 것이듯, 미술시장의 인정은 작가의 특정 작품에 대한 것이지, 특정 작가의 전체 작품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작품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난다.
- 잭슨 폴록의‘화이트 앤젤(The White Angel·1946년작·왼쪽)’은 2006년에 214만4000달러에 팔렸지만, 폴록의 대표적 스타일인‘12번(Number12·1949년작·오른쪽)’은 2004년 1165만5500달러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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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가격에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작품의 대표성 여부다. 작가의 대표작인지 여부, 즉 특정 작가가 이룩한 고유한 화풍을 어느 정도 담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입체파 화가라면 입체파적 요소를 담고 있어야 하고, 인상주의 작가라면 인상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작가의 일생 작품 가운데 무엇이 대표작인지에 대해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갈렌슨은 보다 일반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그에 따르면 작가들의 작품 제작 방식은 크게 개념적인(연역적인) 방식과 실험적인(귀납적인) 방식으로 나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계획(planning)과 실행(working), 그리고 마침(stopping)으로 구분할 때 개념적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과정이고, 실험적 작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실행과정이다. 개념적 작가들은 계획 단계에서 이미 자신의 작업활동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는 반면 실험적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다가(실행)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이미지를 검토하고, 이를 반복한다. 그래서 개념적 작가들은 자신의 활동이 언제 끝나는지 분명하게 알지만 실험적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언제 끝나는지 알지 못한다.
이에 따라 실험적 작가들에 있어 훌륭한 작품은 오랜 기간의 시행 착오 끝에 주로 말년에 등장하는 반면, 개념주의적 미술가들의 대표작은 초기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험적 방식의 미술가들의 경우 후기 작품이 초기 작품에 비해 더 비싼 반면 개념적 방식의 작가 작품은 초창기 작품이 후기 작품보다 비싼 경우가 일반적이란 것이다. 피카소, 마르셀 뒤샹, 로버트 라우센버그, 앤디 워홀, 솔 르윗 등은 개념적인 미술가에 해당되고, 세잔, 칸딘스키,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은 실험적 미술가에 속한다.
실제로 개념주의 작가로 구분된 라우센버그(83)의 경우 미술시장에서 높게 거래되는 작품 대부분은 작품 활동 초기인 1950년대와 1960년대 것들인 반면 실험적 작가 세잔(1839~1906)은 1890년 이후의 말년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로스코(1903~1970) 역시 색면 추상이 본격화된 1950년 이후 작품이 이전 작품보다 훨씬 더 비싸고 잭슨 폴록(1912~1956)도 드로핑(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물감 떨구기) 작업이 나타나는 1948년을 기점으로 이후 작품이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식의 구분을 지나치게 일반화해서 적용하면 많은 위험이 따른다. 이러한 식의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 카미유 피사로나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중간에 작품 제작 방식이 크게 바뀌거나 원래 다양한 화풍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또, 작가의 대표적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 가운데서도 작품의 소재, 구도, 색감 등에 따라 적지 않은 가격 차이가 난다. 워홀의 같은 60년대 작품들 가운데서도 다른 이미지보다 팝아트의 이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마릴린 먼로 작품의 인기가 가장 높은 식이다.
개별 작품이 갖고 있는 히스토리도 무시돼선 안 된다. 유명한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전시 경력을 갖고 있다거나 유명 컬렉터가 소장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미술 관련 서적에 인용된 적이 있는 작품인지 여부도 중요하다.
컬렉터들은 작가의 대표적 시기가 언제인지, 그리고 대표적 시기 작품들 가운데서도 작품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 변수는 무엇인지, 작품의 출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금 시장에 형성돼 있는 작품의 가격 결정 요인들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스스로 연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시장에선 A라는 작가의 작품 B가 작품 C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매우 취약할 수 있다. 컬렉터 스스로 작품 가격 결정 요인들에 대해 공부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컬렉션은 보다 세련되게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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