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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수집> 중국·쿠바 현대미술 세계적 컬렉터 하워드 파버 인터뷰

by Richboy 2007. 8. 20.
  • “10년전 중국 그림 살 때 모두 미쳤다고 했죠”
  • 중국·쿠바 현대미술 세계적 컬렉터 하워드 파버 인터뷰
    비싼 미국 그림에 흥미 잃어갈 때 홍콩 여행 중 중국 그림에 매혹
    중국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많은 작품들이 팔리기 시작
    작품 살 때 소장자 계보 중시 장식 위해 그림 구입해선 안돼
  • 이규현 문화부 기자 kyuh@chosun.com
    입력 : 2007.08.17 14:37
    • 하워드 파버씨에게 사진을 한 장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가 가장 좋아하는 팡리쥔 그림 앞에 서서 찍은 이 사진을 보내왔다. 그는“이 그림을 뉴욕 경매에서 53만달러에 샀을 때 사람들이 대체 누가 그렇게 돈을 많이 쓰냐고 수군댔다지만, 나는 이 그림을 아주 저렴하게 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을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세계적 미술 컬렉터 하워드 파버(65·사진)씨는 199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 근대미술 수집으로, 이후엔 중국과 쿠바 현대미술 수집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1995년부터 그는 중국생존작가들의 작품을 사기 시작했고, 그 작가들은 10여년 만에 월드스타가 됐다. 그가 소장한 중국현대작품 44점은 오는 10월 런던 필립스 경매회사에서 ‘파버 컬렉션’이라는 특별경매에 올려진다. 요즘 급격하게 뜨는 중국현대미술에 대해 컬렉터로서 견해는 무엇인지, 그림을 미친 듯이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좋은 컬렉션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공부하는지, 그에게 직접 물어봤다.



      현대문화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에는 세계적인 미술 컬렉터들이 모여 있다. 그 중 하나인 하워드 파버(Howard Farber·65)씨는 요즘 외신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가 소장한 중국현대미술품 44점이 권위 있는 국제 경매회사인 ‘필립스(Phillips de Pury & Co.)’의 런던 경매장에서 오는 10월 13일 ‘파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경매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위클리비즈 8월 4~5일자 C10면 참고〉

      부동산업자로 1995년에 은퇴한 파버씨는 1970년대부터 미국의 20세기 초반 근대미술품을 모았고,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중국과 쿠바 현대미술 컬렉터다. 그의 쿠바 미술 컬렉션으로 플로리다대 미술관 등 미국의 미술관들이 순회전시도 하고 있다. 그가 1995년부터 모아온 중국 작품의 작가들은 왕광이, 팡리쥔, 위에민쥔, 쩡판즈, 장샤오강, 수빙, 양샤오빈 등이다. 당시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 작가들은 지금 월드스타가 됐고 가격도 치솟았다. 위클리비즈는 현재 맨해튼에 있는 하워드 파버씨를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의 근대미술 컬렉터로 유명했던 당신이 갑자기 중국현대미술로 관심을 돌린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나의 첫 사랑은 조지아 오키페, 막스 웨버 같은 미국근대화가들입니다. 그들의 작품을 사기 시작했던 70년대에 아내 패트리샤와 나는 일요일마다 전시를 보러 다니며 보는 눈을 길렀고, 미술수집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5000달러면 아주 좋은 미국근대미술품을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몇 년 뒤부터 작품 값이 점점 오르더니 5000달러짜리가 5만달러가 되고 50만달러가 되어 갔습니다. 너무 비싸져서 더 이상 살 수도 없고 재미도 잃어가던 무렵인 1995년에 아내와 홍콩에 여행 갔다가 우연히 한 갤러리에 들어갔는데,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라는 직감을 얻었습니다.”

      ―중국 작품을 사기 위해 기존 미국작품들을 팔아야 했나요?

      “물론이지요. 나는 한없이 닥치는 대로 살 수 있는 억만장자는 아니에요. 그 때 팔았던 막스 웨버의 1909년작 ‘희극 2번(Burlesque #2)’이 가장 그리워요. 웨버가 파리에 유학 가서 마티스에게 배우고 뉴욕으로 돌아온 직후에 그린 것이에요. 우리 집에 불이 난다면 제일 먼저 들고 튈 그림이라 나는 이 걸 ‘불 그림(fire painting)’이라 불렀지요. 그 그림마저 중국 그림을 사기 위해 팔았어요. 하지만 한 유명한 컬렉터가 내게 이런 말을 했어요. 컬렉터라 할지라도 어떤 작품을 영원히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작품을 잘 보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작품은 언젠가는 새 집을 찾게 된다.”

    • 10월 런던에서 경매될 파버씨의 소장품인 왕광이의 유화‘마오 AO’(1988 년작). 추정 낙찰가는 50만~70만 파운드(9억~13억원)다. 필립스 제공

    • ―10년 전엔 중국현대미술에 관심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세계적인 미술관과 화랑에서 앞다투어 중국현대미술전시를 하고 작품가격도 치솟고 있습니다. 이런 걸 예측하셨나요?

      “전혀 예측 못했어요. 10년 전엔 화상(dealer)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했습니다. 98년엔가 99년엔가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이 중국 작가 리우웨이의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을 봤는데, 그가 ‘20~30년 뒤 이 그림은 유명해질 것이다’라고 말한 게 씌어있었어요. 그 때 얼마나 우울했는지 아세요? 이 세상에서 중국작품 가치를 아는 것은 나 혼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뉴욕에 있는 아시아 미술관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한번은 나한테 토론회 패널로 와달라 하면서 그랬단 말이에요. ‘할 사람이 당신밖에 없다’고. 1995년 은퇴한 뒤 아내가 일 좀 하라고 해서 중국현대미술 컨설팅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수요자가 없어서 못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난 중국이라는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04년, 2005년 돼서 경매에서 중국현대작품이 잘 팔리기 시작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이게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때가 중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세계의 관심을 끌 때였지요.”

      ―선견지명이 있으셨네요.

      “사실 요즘 저 혼자 웃곤 합니다. 아마 나는 전생에 콜럼버스의 사촌이었나봐요. 아내한테 내 묘비에 이렇게 써달라고 했어요. ‘내가 처음 발견했도다(I got here first)’라고.”

      ―중국현대미술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세요?

      “중국현대작가들은 1920년대 미국근대작가들이 겪은 것과 비슷한 경험을 그림에 담고 있어요. 사회적·경제적 급변이지요. 10년 전 중국의 화가들은 마치 뉴욕에서 배우가 되려고 고생하는 젊은이들처럼 좁은 방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 때 처음 산 팡리쥔 그림이 2만3000달러였는데, 작년 11월 뉴욕 경매에서 산 팡리쥔은 53만1200달러였지요. 하지만 앤디 워홀이나 대미언 허스트 같은 서양의 작가들이 수천만달러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아직도 중국현대미술 값은 얼마나 쌉니까.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 믿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작품들인데 44점이나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44점은 제가 가진 중국작품의 일부일 뿐입니다. 저는 1년 중 7개월은 맨해튼에서, 겨울에 5개월은 마이애미 별장에서 보내는데, 두 집 모두 중국현대미술품으로 꽉 차 있고 창고에도 가득해요. 중국작품을 계속 사고 있기 때문에 저장되어 있는 무엇인가는 팔아야 합니다.”

      ―미술작품 수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투자인가요?

      “만일 투자가 그림을 사는 주된 이유였다면 나는 아마 지금쯤 병원에 누워 있을 겁니다. 나는 그림을 아주 사랑합니다. 그림에 대한 직관으로 구입을 합니다. 그런 직관은 누구나 있어요. ”

      ―작품을 살 때 경매, 화랑, 개인거래 중 무엇을 가장 선호하세요?

      “경우에 따라 달라요. 70년대에는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화랑에서 1년 할부로 사곤 했어요. 경매에서 사면 30일 이내에 계산해야 하니까 살 수 없었어요. 중국작품은 10년 전엔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작가한테 직접 샀어요. 요즘은 중국작가들에게서 직접 사거나 경매에서 사요.”

      ―한국에서도 중국현대미술 수집에 관심이 많아요. 조언을 해주세요.

      “나는 작품의 ‘족보(provenance·작품 소장자 계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공부해요. 1995년 당시에는 참고할 책이‘차이나 아방가르드’하나밖에 없었는데 그 책을 한달 동안 매일 읽었습니다. 지금은 중국현대미술에 관한 책과 웹사이트가 수백이에요. 특히 캐런 스미스(Karen Smith)의 ‘아홉 명의 사람들(Nine Lives)’이라는 책을 좋아해요. 중국 현대작가 9명에 대해 쓴 책이에요. 또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 Asia Pacific)’같은 잡지와 경매도록들을 구독해요. 진부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그림은 반드시 마음 속에 감흥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사야 합니다. 장식을 위해 사지 말고, 가슴으로 사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