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호텔 두바이 ‘버즈 알 아랍’에 스카우트된 8인의 한국요리사
국내외 특급호텔·레스토랑등 화려한 경력
수석주방장으로 일하는 권영민씨가 뽑아 평균 30세 안돼…
“한국인의 손맛 뽐낼 것”
정영재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입력 : 2007.08.09 00:29 / 수정 : 2007.08.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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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국인 8명이 두바이의 요리 무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두바이 시내에는 5성(星)급 특급호텔만 60여 개. 그 가운데서도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은 ‘7성급’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이다. 미국, 유럽, 중동 등 세계의 부자(富者)들과 사업가, 왕족들이 묵는 이곳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요리사들에겐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이 호텔이 채용공고를 내면 세계 각지에서 단 하루 만에 6000통의 이력서가 날아올 정도다. 바로 이 특급호텔 주방에서 20~30대 한국 요리사 8명이 솜씨를 발휘하게 됐다. 서울 W호텔 요리사인 류호인씨 등 8명은 오는 10월부터 이 호텔 주방에서 일한다.
이들은 지난 5월 이 호텔의 수석 주방장이 된 에드워드 권(37·한국명 권영민)씨에 의해 스카우트됐다. 권씨는 “젊은 요리사들인 만큼 가능성에 주목해 선발했다”며 “다양한 요리 문화를 접하면서 한국 요리사의 성실함과 우수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의 수제자 코스를 밟게 된 이들은 버즈 알 아랍 호텔과 2년 계약을 맺었다.
- ▲ 두바이 특급호텔‘버즈 알 아랍’의 주방에서 일하게 될 8명의 젊은 한국인 요리사들이 7일 밤 서울의 한 호텔에 모여 상견례를 했다. 앞줄 왼쪽부터 양수현, 안현민, 김진철, 류호인, 명현지, 김동현씨, 뒷줄 왼쪽부터 박옥민, 이진열 씨. /박수찬 기자soochan@chosun.com
- ◆요리에 미친 젊은이들
이들의 평균 나이(29.6세)는 30세가 조금 못 된다. 하지만 저마다 경력은 화려하다. 8명 가운데 맏형인 류호인(35)씨는 국제 요리대회에서만 3차례 금메달을 수상했다. 요리 경력 10년인 그는 국내 3개 특급호텔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요리대회에 출전하는 국가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서울 파크하얏트 호텔 등 특급호텔 3곳에서 일했던 안현민(33)씨는 2006년 중국 톈진(天津) 쉐라톤그랜드 호텔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1년간 호텔 레스토랑을 맡아 요리를 책임졌던 그는 호텔 측으로부터 “임원급인 부총주방장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두바이행을 택했다. “큰 모험일 수도 있죠. 하지만 더 큰 세계 무대에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8명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요리에 미쳤다’는 점이다. 남들 부러워하는 특급호텔(W호텔)에서 일하던 이진열(30)씨는 2006년 3월 옷 가방과 이력서 2장만 든 채 일본으로 떠났다. 세계적인 일식 요리사이자 레스토랑 체인 경영자인 마쓰히사 노부유키(松久信幸)가 도쿄에 연 일식당 ‘노부 도쿄’에서 일하고 싶어서였다.
“무모했죠. 일본어를 한 글자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일식 요리사로서 최고의 일식집에서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일본의 한 어학원에 짐을 푼 이씨는 “여기서 일하고 싶어 한국에서 왔습니다”라는 일본어 문장만 외운 채 ‘노부 도쿄’를 찾아가 이력서를 냈다. 그의 ‘무모한’ 열정에 감동해서인지 “사흘 뒤 출근하라”는 전화가 왔다. “첫날은 하도 긴장해서 주방 문을 열고 ‘오하이오 고자이마스’(안녕하십니까) 대신 ‘오야스미나사이’(안녕히 주무세요)를 외치기도 했어요. 그 해프닝 덕에 일본 요리사들의 텃세를 덜 겪었죠.”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뽑힌 명현지(26)씨는 이들 중 유일한 비(非)조리학과 출신(한국외대 이탈리아어 전공). 원래 아나운서를 꿈꿨던 명씨는 뒤늦게 진로를 바꿔 2006년에야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요리에 대한 명씨의 열정은 뒤지지 않는다. “유명한 요리사가 계신 곳이라면 요리학원이든 집이든 찾아가서 배웠어요.” 그녀는 요리 시작 2년 만인 2007년 터키에서 열린 국제요리대회에 혈혈단신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군인 때는 장군 공관에서 음식을 만들었고, 제대하던 날도 고향집(부산) 대신, 친구가 일자리를 소개해준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던 양수현(26)씨. 그는 유명 요리사들이 요리 장면을 담은 다큐멘터리 동영상 파일을 자신의 MP3에 넣고 매일 한 번씩 본다. “최고의 요리사들을 보면서 꿈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 ◆2년후엔 달라질 운명
이들을 8월부터 10월초까지 각자 두바이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출발은 비슷해도 올 때는 다른 것이 프로의 세계. 2년 계약이 끝날 때쯤 승부가 갈린다. 일부는 능력을 인정받아 버즈 알 아랍에 남거나 해외 유명 호텔로 스카우트되고, 일부는 보따리를 싸 한국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출사표에선 한결같이 불퇴전의 각오가 배어 있다.
김진철(30)씨는 “한국인 요리사가 한꺼번에 외국 호텔에 진출하는 것이 처음인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한식을 담당할 명현지씨는 “요리 경력은 짧지만 전 세계에 한국음식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박옥민(26)씨도 “하루에 호텔이 하나씩 솟는다는 두바이에서 세계 최고 요리사들과 경쟁할 생각에 가슴이 뛴다”며 “한국인의 요리 솜씨를 세상에 뽐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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