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 잔뜩 늘린 탓에 합격률은 48% | ||||||||||||||||||
고시폐인 없애려다 로스쿨 낭인 양산 | ||||||||||||||||||
◆일본 로스쿨 시행 3년 `반면교사`◆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를 크게 밑돌면서 로스쿨 낭인(浪人)이란 신조어가 나오고, 어렵사리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도는 변호사가 늘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2009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일본 로스쿨 폐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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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로스쿨 난립 = 현재 일본 로스쿨 수는 74개로 입학 정원은 5800여 명이다. 1개 로스쿨당 평균 정원이 대략 78명에 불과하다. 명문대인 도쿄대와 와세다대, 주오대 로스쿨 정원이 30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정원이 수십 명에 불과한 중소 로스쿨이 지나치게 많이 인가됐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로스쿨 논의 초기 일본 정부는 30개 안팎 로스쿨 설치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하면 낙오된다는 위기감에 싸인 대학의 강력한 요구와 고이즈미 정권의 규제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일본 문부과학성은 74개 학교(정원 5800명)에 로스쿨 설립을 허용했다. 로스쿨 난립은 부실 로스쿨을 양산했다. 일본 사례는 1개 로스쿨 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하고, 정원 차등배분 원칙을 세운 국내 로스쿨 제도에 대해 염려를 낳게 한다. 수도권 사립대 한 법대 교수는 "정원 150명 이하로는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기 어려워 국제화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장애가 된다"며 정원 차등배분에 따른 중소형 로스쿨 난립을 걱정했다. ◆ 로스쿨 낭인 양산 = 일본은 로스쿨 숫자를 계획보다 2배 이상 늘리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로스쿨 졸업생이 대부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74개 대학에 5800여 명이 입학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50%를 밑도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로스쿨 출신자 가운데 시험에 합격한 비율은 고작 48%에 그쳤다. 아예 한 명의 합격자를 내지 못한 로스쿨도 교토산업대학, 고베학원대학 등 4곳이나 됐다. 이는 애초 로스쿨 제도가 만들어질 때 구호로 내세웠던 70~80% 내외 합격률에 비해 지극히 낮은 수치다. 문부과학성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점차 늘려 2010년에는 3000명으로 할 계획이지만 합격률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매년 로스쿨 수료생이 6000명씩 쏟아져 나오고 전년도에 불합격자가 재응시하면 수험생은 1만명을 훨씬 넘게 된다. 아오야마학원대학 법학대학원의 미야자와 교수는 "매년 재수험생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합격률이 23%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와 로스쿨 입학 정원 불균형은 고시 낭인을 넘어 로스쿨 낭인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말까지 총정원을 결정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 일용직 변호사 등장 = 여기에서 시험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도 제대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 치열한 구직전쟁이 예상된다. 지금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신입 변호사들이 많은데 올해 12월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예정인 2500명 가운데 약 400~500명은 마땅히 취직할 곳이 없다고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추산한다. 올해가 변호사 구직 수가 구인 수를 넘어서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로스쿨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사법고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로스쿨 졸업생과 사회 분위기로 인해 로스쿨 도입 취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이 같은 신입 변호사 취직난을 해결할 방법으로 `이소벤`에 이어 `노키벤`까지 권장하고 있다. `이소벤`은 판검사로 임용되지 못하고 로펌에도 취직하지 못한 신입 변호사 중에서 선배 변호사의 일을 도우며 연간 평균 600만엔가량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최근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신입 변호사 구직난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기 위해 책자까지 만들어 장려하고 있는 제도가 바로 `노키벤`이다. 노키벤은 선배 변호사 사무실에 책상과 전화를 놓고 일하지만 일정한 월급을 받지 않는다. [도쿄 = 김대영 특파원 / 황형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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