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23 23:22 / 수정 : 2007.08.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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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천재. 하버드대 3학년 중퇴. 대기업의 인수를 뿌리치는 강한 자존심. 불과 20대에 억만장자가 될 기업가치 달성.’
빌 게이츠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 모임 사이트(SNS·social networking site) 페이스북(Facebook) 대표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설명하는 문구들이다. 사업 초기 악동(bad boy)으로 불리던 그는 페이스북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이제 ‘인터넷의 왕자(prince of internet)’로 불리고 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23살의 청년이 대체 전세계 인터넷에 어떤 파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악동, 인터넷 혁명을 일으키다
2002년 하버드대에 입학한 주커버그는 사고뭉치였다. 11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한 그는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학과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오히려 어렸을 때 주특기를 살리는 데 관심이 많았다. 끊임없이 모임 사이트를 제작했고, 여자들의 미모를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학교를 쫓겨날 뻔 하기도 했다.
- ▲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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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신동으로 소문이 난 그는 흥미를 보인 친구들과 함께 2004년 온라인 모임사이트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하버드대 친구들이 하나 둘씩 신상정보를 교환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학생들이 모였다. 주커버그는 학교를 중퇴했다. 2006년쯤에는 미국 2000여개 대학과 2만 5000여개 고등학교 학생이 페이스북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진짜 주커버그의 힘은 그 다음부터였다. 2006년은 세계 최대 온라인 모임사이트 마이스페이스의 절정기였다. 페이스북의 페이지뷰와 방문자는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는데도 마이스페이스 규모의 20% 수준이었다. 여기 저기서 비판이 나왔다. 친구 사이가 아니면 상대의 프로필을 볼 수 없도록 한 원칙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야후의 10억달러 인수제의를 거절한 주커버그를 ‘거품’이라고 비난한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주커버그는 원칙을 지켰다.
2007년부터 페이스북은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마이스페이스가 어지러운 광고와 스팸에 가까운 친구만들기로 뒤덮인 반면, 페이스북의 깨끗한 화면은 사용자들을 계속 끌고 있다. 지난해 1400만명이던 방문자(unique visitor)는 5000만명으로 270%늘었다. 마이스페이스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기능(utility)’으로 승부한다
주커버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디자인 센터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F8’이 대표적인 사례.
주커버그는 맨발에 발 앞이 빠끔히 뚫린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기조 연설 단상에 올라 태연하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SNS는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그것을 끝장내겠습니다.”
그는 이날 누구나 페이스북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덧붙이고, 화면도 자기 마음대로 바꾸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용어로는 바로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공개’다.
사용자에 대한 페이스북의 통제력은 떨어졌지만, SNS를 자기 개성대로 꾸미지 못해 불만이던 사용자들은 즉각 환영했다. 최근까지 8000만개의 프로그램이 페이스북을 활용해 만들어졌고, 3000만명이 그 프로그램들을 내려 받았다.
그 중 한 프로그램은 300만 달러에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에 팔리기도 했다. 마치 윈도를 위에서 PC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들은 페이스북을 활용해 돌아간다. 페이스북이 마치 일종의 운영체제(social OS)처럼 활용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현상을 소프트웨어 혜택(Facebook’s softweare boon)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실 온라인 모임사이트에 대한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디즈니, 야후, 유니버설 등 강력한후발 주자들이 경쟁에 뛰어들거나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은 유행에 따라 쉽게 사이트를 바꾼다. 지오시티, AOL 등은 수천만 사용자를 유치했지만 유행이 지나자 금세 사용자들이 떠나갔다.
이에 대한 주커버그의 비전은 간단하다. 페이스북을 단순한 모임사이트 이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커뮤니티(community)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대신 그는 이제 페이스북을 ‘사회 유틸리티(social utility)’라고 부른다. 단순한 사교사이트가 아니라, 모인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차세대 메시징 기능, 전세계의 호스텔 상황을 알려주는 ‘호스텔 플랫폼’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주커버그는 20대 초반답지 않은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자 페이스북은 바로 아이폰에 최적화된 사이트를 오픈했다. 휴대전화 전체로는 미국 1위 온라인 모임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모바일 SNS 접속자수는 마이스페이스가 370만명, 페이스북이 200만명이다.
‘제2의 스티브 잡스’로 불려
확고한 원칙, 간편한 복장으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만든 주커버그는 ‘제 2의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최근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하버드 동창에게서 소송을 당하는 등 개인적인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자 하는 페이스북의 미래는 오히려 구글에 자주 비견된다. ‘검색’이라는 서비스에서 출발해 사무용 소프트웨어, 지도 서비스, 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던 구글은 확실히 페이스북의 최근 모습을 닮았다. 페이스북 역시 단순한 모임사이트에서 출발해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신을 확장시키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각종 닷컴 기업들의 인재들이 페이스북으로 최근 몰리고 있는 것도 2~3년 전의 구글과 유사하다. 최고 재무 책임자(CFO)는 야후, 유튜브 출신이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아마존 출신이다. 마케팅 책임 부사장은 타임워너 소유 AOL의 임원이었다.
페이스북이 구글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미국 전문지 인포매이션위크(informationweek)의 스테판 웰맨(Stephen Wellman)은 “페이스북에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들어차면 검색의 필요성이 떨어지고 구글은 힘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물론 주커버그의 갈길은 아직 멀다. 최근 페이스북의 소스코드(사이트의 모든 동작 내용을 기록해놓은 파일)가 공개되는 등 보안상의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가 구글, 야후는 물론이고 당장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마이스페이스를 넘어설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주커버그는 자신이 넘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인수되는 상황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페이스북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마크 주커버그 (Mark Elliot Zuckerberg)
미국 제 2의 온라인 모임사이트(SNS)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 하버드대에 입학한 뒤 대학생들이 서로 온라인으로 교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졌다. 결국 3학년이던 2004년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페이스북이 점차 성장하자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는데 여기에는 하버드대를 중퇴한 빌 게이츠의 전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야후, 비아컴등의 인수 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물리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성격은 매우 솔직하며 약간 서투르고, 편한 복장을 즐겨 전형적인 엔지니어처럼 보이지만, 일에 있어서는 위압적일 정도의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고 한다. 또 공식적인 석상에서조차 아디다스 슬리퍼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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