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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프랑스 보르도산 특급와인 즐긴다

by Richboy 2007. 8. 27.
  • 이건희 회장, 프랑스 보르도산 특급와인 즐긴다
  • “세계 500대 특급와인 모두 맛봤을 것…” 특정 지역 독특한 와인 선호하는 취향 아니지만 보르도산 선물 많이 해 기업 회장모임때도 선보여
  • 김덕한 산업부 기자 ucky@chosun.com
    입력 : 2007.08.24 13:50 / 수정 : 2007.08.25 09:13
    • “회장님 와인 선물 받은 사람 있나?”

      삼성그룹 2인자인 이학수(李鶴洙)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2004년 가을 그룹전략기획실 임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무렵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올 추석 선물로 주요 계열사 고위 임원들에게 이탈리아산 와인 티냐넬로(Tignanello)를 돌렸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전 해인 2003년 추석 때도 이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들에게 역시 이탈리아산인 ‘사시카이아(Sassicaia)’를 선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부회장의 질문에 ‘와인 선물을 받았다’고 나서는 임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유는? 이건희 회장은 와인을 ‘단체로’ 선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받은 사람이 없으니 받았다고 나설 사람도 없는 것이다.

      이렇듯 ‘추석, 설날 등 명절 때마다 이건희 회장이 와인 수백 병을 구입해 선물로 돌렸다’는 소문은 허위이거나 적어도 상당부분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기껏 이건희 회장이나 부인인 홍라희(洪羅喜) 리움미술관 관장과 관련된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다량의 와인을 구입했을 수는 있지만 어떤 한 품목의 와인을 ‘선정’해 단체 선물로 돌린 적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건희 와인 리스트’ 소문은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일으켰다. 생산량에서는 프랑스를 앞서는 세계 최대 와인생산국이지만, 국내에서 별 인기를 끌지 못했던 이탈리아 와인은 ‘이건희 와인’이라는 소문을 등에 업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한 병 소비자 가격이 40만원 선인 사시카이아는 이건희 회장이 선택한 와인을 맛보자는 와인 애호가들로 일거에 동이 나버렸다. 한 병에 17만원 선으로 역시 고급와인인 티냐넬로는 2004년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은 끝에 작년에는 국내 와인 판매량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968년 프랑스의 주된 포도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사용해, 보르도 스타일로 만든 사시카이아는 1985년 세계 와인전문가들로부터 평점 100점 만점을 받아 화려한 명성을 얻었다. 이탈리아 고유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사용해 좀더 이탈리아적인 스타일을 적용한 티냐넬로는 1975년 출시돼 수퍼투스칸(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특급와인) 열풍을 이어갔다. 형제뻘인 이 두 와인이 1년의 간격을 두고 이건희 회장의 ‘홍길동 추석 선물’이 됨으로써 국내 연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한 와인전문가는 “유명인의 힘을 빌려 와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그러나 프라이버시라 할 만큼 개인 취향의 은밀한 부분을 들여다볼 수 없는 입장에서 소문의 진위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문의 작위성 여부에 관계없이, 이건희 회장이 와인 마니아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폭탄주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술은 와인밖에 없다. 이 회장은 2003년 말 사장단 회의에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려면 와인을 마시는 매너가 중요하다”며 와인 배우기를 강조했다. 이후 삼성그룹 임원들 사이에서는 와인 배우기 열풍이 불었고,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임직원 참고용으로 30쪽 분량의 ‘와인 다이제스트’를 만들었다. 이 소책자는 삼성그룹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서 구하려는 사람이 넘쳐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와인에 관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도 삼성그룹 임원들이 필독서라고 할 만큼 많이 읽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었다. 이 회장은 프랑스 보르도 현지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보기도 했고, 또 신라호텔과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는 이 회장의 ‘와인 컬렉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이 회장이 진짜 좋아하는 와인은 무엇일까. 한 와인 전문가는 “이 회장님은 사실 전 세계 500대 특급 와인은 다 맛보셨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취향에 대해서는 “어느 특정 지역의 독특한 와인을 선호하는 개성 강한 취향은 아니며,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특급 와인을 가장 신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 주변의 와인전문가들 말도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정통 특급 와인’을 선호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다.

      이건희 회장이 사석(私席)에서 어떤 와인을 주로 마시는지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와인을 살펴 보면 이 말이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식적인 성격을 갖는 자리에서 첫 번째 ‘이건희 와인’으로 등장, 세상에 알려진 것은 프랑스 보르도 5대 와인 중 하나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다. 이 회장은 지난 2003년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 특급와인을 내놨다. 프랑스 보르도 최고급 와인 중 맛과 향의 균형미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와인을 국내 유수 기업 회장들이 모인 만찬장에 내놓음으로써 이 회장의 와인에 대한 뛰어난 감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회장의 ‘와인 리스트’는 올 초 전경련 회장단 회의 만찬장으로 다시 이어진다. 14명의 그룹 총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날 만찬을 주재한 이 회장이 와인 리스트를 들춰 보고 있을 때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건희 회장님은 늘 새로운 와인을 맛보게 해주신다.” 이 회장은 곧바로 와인 리스트를 내려놓고 비서팀을 찾은 후, 호텔 외부에서 급히 와인을 가져왔다. ‘샤토 라투르’. 역시 보르도산 특급와인이다. 특히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샤토 라투르의 빈티지(생산연도)였다. 보르도 지역의 포도 작황이 좋아 최고 빈티지 중 하나로 꼽히는 1982년산이었다. 이 회장은 와인의 종류도 중시하지만 그보다 더 빈티지를 중시해 와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토 라투르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내놓기도 했지만 그건 1993년산이었다. 2004년 국내 와인 경매에서 1961년산이 한 병에 560만원에 팔린 것을 감안할 때, 1982년산은 당시 가격으로도 최소 2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 들어 초특급와인들이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수요가 폭증, 가격 역시 엄청나게 올랐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회장님은 보르도 5대 샤토(포도원) 중 전경련 만찬장에서 내놓은 두 가지 와인 외에 샤토 무통 로칠드를 좋아하신다”면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이 3종의 보르도 최고급 와인이 회장님이 가장 신뢰하는 와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녀와 조카들의 결혼식에 역시 프랑스 보르도 지방우안(右岸)인 생테밀리옹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 ‘샤토 피작’을 내놓기도 했다. 가격은 앞서 말한 와인들에 크게 못 미치지만 이 역시 손색없는 특급와인이다.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역시 한 병에 20만원 이상 나간다. 삼성그룹의 한 간부는 “회장님은 손님이 어떤 사람인가를 배려해 와인을 고르신다”며 “예를 들어 미국 사람이라면 되도록이면 캘리포니아의 대표 고급와인인 ‘오퍼스 원’을 내놓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보다 부인 홍라희 관장의 와인에 대한 안목이 더 높다는 얘기도 있다. 홍 여사는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방 와인은 물론, 미국, 칠레 와인에까지 정통할 만큼 ‘와인박사’라는 것이다. 홍 관장 역시 보르도 와인을 신뢰해, 리움미술관을 개관할 때는 샤토 라투르 1990년산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오퍼스 원과 칠레의 최고급 와인 알마비바, 부르고뉴의 화이트와인 중 몽라셰를 좋아한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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