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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수많은 고스트The ghost 에게 바치고 싶은 책!

by Richboy 2008. 4. 27.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출간일
2008.4.1
장르
소설 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나는 유명인의 뒤에 선 유령작가 '고스트 라이터'다! 히스토리 팩션 폼페이, 아크엔젤로 잘 알려진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최신 장편소설. 전직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지금은 작가로 활동 중인 그가 '대필작가'에 대한 소재를 중...
이 책은..지금도 눈과 귀를 막고 글쓰고 있을 수많은 고스트The ghost 에게 바치고 싶은 소설!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지금도 눈과 귀를 막고 글쓰고 있을  수많은 고스트The ghost 에게 바치고 싶은 소설!
 
이 책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다름아닌 제목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 에 있었다. 유명인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대필代筆작가의 이야기. 이점에 흥미를 느꼈다. 출판서가 회고록을 의뢰할 만큼 성공했던, 훌륭했던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무슨 때만 되면 자신이 직접 돈을 내어 자화자찬하는 짓을 서슴치 않은 우리나라의 몇몇 정치꾼들은 이 범위에는 없다)을 만나 그를 인터뷰하고, 오랫동한 함께 만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그와는 다른 '진면목'의 모습을 보는 작가가 느끼는 고뇌는 한번쯤 상상했던 바이고,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2천년 전 폼페이 최후를 완벽하게 재현한 [폼페이]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또 하나 주목한 점은 히스토리 팩션으로 유명한 그가 '현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인데, 소재의 고갈인지, 아니면 뉴스와 정치면의 칼럼니스트의 전직을 살려 현대 정치비화쪽으로 전환을 시도해 군사지식 마니아인 톰 클렌시나 환타지 호러의 스티븐 킹처럼 정치전문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것인지도 점치고 싶었다. 그리고 흥미 이상의 소득을 얻었다. 
 
어느 록가수의 자서전을 대필한 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세계에서는 알려진 대필소설가 '나'는 이미 은퇴했지만 아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국의 전총리의 회고록의 대필을 제의 받는다. 회고록의 출간을 두고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노정치인과 유명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세상에 알려 대박을 거머쥐려는 출판사측의 동의는 거액의 대필금액으로 급하게 조달한 대필작가 '나'를 찾게 되고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각하의 유령입니다."라는 첫인사로 그들을 만나게 한다.  영국을 떠나 미국의 어느 외딴 섬에서 겪는 정치거물의 본모습과 신기한 주변인물들, 그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무엇보다 그를 궁금하게 했던 선임대필작가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거액제의'만 아니었으면 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계속 후회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자살처리된 선임대필가 마이클 맥아라가 대필을 하던 방에서 기거하게 된 '나'는 우연히 그가 남긴 가방에서 '단서'들을 찾게 되고, 그가 알고자 했던 '알아서는 안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하게 된다.
 
이런 일은 유령 세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해결책도 뻔하다. 고객의 의도대로 불일치를 그려주고 판단 또한 그들에게 맡겨라. 유령 작가의 책임은 절대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용사가 고객의 얼굴을 보고 두꺼비 껍질 같다고 하지 않듯이, 유령 역시 고객의 소중한 기억 태반이 사기라고 들이댈 수는 없다. 우리는 집필하지 않는다. 다만 집필을 도와줄 뿐이다.
 
석연치 않은 전총리 애덤 랭의 이야기에 '숨겨진 진실에 대한 갈증'에 대해 '나'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지만 '호기심'에 대한 인간의 욕망으로 '유령'으로서의 나를 망각하게 되고, 급기야는 알고 난 이후의 자신을 '후회'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전총리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과 속속들이 밝혀지는 그의 과거, 그리고 서서히 풀리는 미국과 영국간에 숨어있는 정치적 비밀들은 정치 컬럼니스트 출신의 작가인 그만이 엮어낼 수 있는 멋들어진 정치스릴러임을 느끼게 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대 역시 그도 그녀도 아니며
그들은 그들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 역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그 옛날 놀이문화가 없던 원시시대부터 남자들이 먹잇감을 가져와 사냥스토리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영웅담'으로 엮어 동굴속 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가며 이야기를 해주면서 였으리라. 그렇게 본다면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을 언어의 힘(Homo loquens)으로 즐겁게(Homo Ludens) 해주는 슬기로운 인간(Homo sapiens sapiens)이 바로 언어의 마법사인 소설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해야 할 일을 잊고, 시간을 잊게 만들며 내눈을 사로잡은 소설이었다. 책과 작가 그리고 출판계에 관심이 많거나,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은 소설애호가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멋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