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 꼭 한번 찾아가고 싶은 풍수지리 최고의 명당 33곳 이야기!
"어디 공기 맑고, 물 좋은데서 살다가 가면 좋겠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의 선배들이 틈만 나면 하는 말이 우스웠다. 게다가 토지의 경제적 효용을 이유로 싼 땅을 사들여서는 담배갑같은 아파트를 지어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터라 쓴 웃음마저 들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국토훼손'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립,도립,시립 공원'을 빼고는 산지는 찾아볼 수 없어 개인소유의 임야를 '공원'으로 지어서 입장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하기는 10여 년전 서울 서초구에서 실제로 철조망을 치고 입장료를 받아 지역주민들의 원성을 산 사례가 있기도 했으니, 정말 그럴 날이 멀지 않았다.
있는 돈, 없는 돈 모으고 억대의 대출까지 받아 값비싼 아파트를 사놓고는 주말이면 휘발유 펑펑 흘려가며 산이며, 들을 찾아 남으로 북으로 오르내리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아이러니가 없다. 한 예를 들어 강남의 수십 억하는 아파트는 현시세의 이자와 일년동안 내는 세금을 하루로 나누었을 때 특급호텔의 숙박료보다 많은 '수십 만원'이나 한다고 하는데, 하루에 수십 만원하는 제 집을 놔두고, 펜션이나 호텔등 남의 집을 또 하루 세를 놓고 찾아가는 형국이니 아이러니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산 좋고 물 좋아서'가 아닐까?
인간의 궁극의 노스텔지어는 바다라고 하지만, 땅을 딛고 살았던 만큼 육지에서 찾아야 할테고, 그렇다면 저마다 나고 자랐던 '고향'이 오늘날의 '노스텔지어'일 터, 주말마다 사람들이 남으로 북으로 찾아다니는 것은 이젠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고향'이 그리워서일테다.
"몸을 해치고 마음이 병든다면,
어찌 그곳을 사람이 살 만한 땅이라 하겠는가?"
이렇게 일갈하며 사람 살만 한 곳을 짚어준 책이 있다. 신정일씨가 만든 책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이 그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신정일씨에 있다. '대한민국의 땅을 제대로 알려면 우선 '이중환의 [택리지]'를 읽고, 그 다음 오늘날의 그것을 알려면 '신정일의 [다시 쓰는 택리지]'를 읽어라'라는 것이 부동산 고수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조언 중 하나다.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기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이중환이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과 지리관을 바탕으로 저술한 한국적 인문지리서인 [택리지]와 대화하며 신정일이 다시 쓴 책으로 평가되는 [다시 쓰는 택리지]는 이 땅 구석구석을 누구보다도 많이 걸었던 저자가 발로 쓴 국토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다섯 권으로 무려 2,000 페이지에 걸친 그의 기록을 본다면(베스트셀러를 노린 것도 아니고, 온전히 저자의 의지로 제 흥에 겨워 쓴 것임을 확인한다면)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저자가 새로이 쓴 우리강산의 이야기이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20,000여 권의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는 저자이니 만큼 그의 문재文才 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저자가 사람이 살기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곳은 이중환선생의 말씀을 빌어 대신했다.
"십리 밖이나 반나절쯤 되는 거리에 경치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그곳에 가서 시름을 풀고, 혹은 하룻밤쯤 자고 올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둔다면 이것은 자손 대대로 이어가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제 집 베란다 창너머로 산자락 끄트머리가 보인다고, 푸르스름한 물줄기가 비친다고 다른 집보다 수천만원에서 수 억 비싼 프리미엄을 붙이는 일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아래로 내려다 보고 살고 싶어 위로 위로 치솟은 아파트에는 중력을 거슬러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사람이 생기를 잃는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전면에 한강이 보인다는 이유로 수억의 웃돈을 주고 입주했지만, 쳐다보고 있자니 우울해지기만 해 아예 커튼을 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지척을 두고 살면 오히려 눈에 익어 제 맛을 모르는 법. 이것은 다름아닌 싫증내기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책에 수록된 곳들은 땅값의 높낮이와 아무런 상관없이 오로지 스스로 집을 짓고 오래도록 살고 싶은 곳들을 소개했다. 산천이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역사 속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삶터를 영위했던 스토리가 있는 곳, 어느 때 가도 마치 고향에 돌아온 사람을 감싸 안아 주듯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이고, 살아야 할 곳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일까? 한 장 너머 마다 그려지는 풍광은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산내음 들내음이 풍기는 듯 하다. 언젠가 가본 듯한 낯익음도 보이고, '우와~~~'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곳들이 넘쳐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글자보다 그림에 먼저 눈이 가 오래도록 멈추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크게 네 가지 이름으로 나누어진다.
'시선이 멈추는 곳, 마음이 머무는 자리 - 10 곳'
'천하의 기운을 품은 길지 - 10 곳'
'마음과 몸이 살아나는 땅 - 8곳'
'완벽한 휴식을 주는 마을 - 5곳'
이렇게 예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난 33곳의 길지와 명당을 이야기해 준다. 그곳에 담긴 민간전승과 역사적 유래 그리고 그 땅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친절하게도 독자의 입맛에 따라 찾아갈 수 있도록 구분까지 해 주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지역이지만, 저자의 지역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풍광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면 찾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 없다. 조만간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었던 곳 '조선 최고의 명당'(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를 살펴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뜻 깊은 이곳을 찾아가려니 저자가 일러준다. 찾아가는 길- "덕소에서 6번 국도를 따라가다 팔당대료를 만나고 그곳에서 한강을 따라가면 팔당댐에 이른다. 팔당댐에서 2.9킬로미터를 가면 중앙선 철교 밑에 이르고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1.3킬로미터를 가면 정약용 생가 앞 주차장이 나온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이제는 차마다 네이게이션이 있으니 책이 일러준 주소만 찍어준다면 알아서 가줄테고, 책을 읽고 가보고 싶은 곳 점찍어 놨다가 시름이 생기거나, 한가할 때 틈만 나면 찾아볼 요량이다. 책 속의 그 장소에 앉아 그곳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 찾아다니면 그 맛도 쏠쏠하겠다. 이 책은 '놀러갈 곳, 맛난 곳'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살 만한 곳을 알려주는' 공부하는 책이다.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내 고향을 이 책에서 찾아보고 싶다. 멋지고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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