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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소설·비소설·인문·

진짜 용기를 알게 한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

by Richboy 2008. 8. 25.
 

 

 

진짜 용기를 알게 한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후회막급인 지난날의 기억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해준다면, 나도 그 방법을 쫓아 보고싶다. 세상에 있는 마지막 날, 일생을 잘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는 삼 대를 물려줄 만큼의 억만금 재산을 가져서도 아니요, 천군만마를 휘두르는 황후장상이 되어서도 아니요, 삼천궁녀와 정을 통하는 천하영웅이 되는 것도 아닌, 되도록 '후회없는 삶'을 살다 가는 것이 그것이라 여긴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할려고 노력하고, 하기 싫은 일은 피할 수 있다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뭐라던 '내 인생'이기에. 하지만 이 작은 '개똥철학' 마저도 요 몇 해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한 터라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로 인한 후회는 도저히 풀 방법이 없다. 혹자는 업장障이라고, 또는 팔자라고 하더라만, 바꿀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오늘 한 편의 소설이 내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큰 감동와 깨달음으로 시간을 잊어버리게 한 책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연을 쫓는 아이], 원제목은 The Kite Runner 이다.
 

 
  뭐하나 부러운 것이 없는 아이 아미르는 소심했다. 그런 탓인지 친구가 없는 그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하인인 하산과 친하게 지낸다. '형제'만큼이나. 하지만 유일한 친구한테마저 그는 질투를 느꼈다.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해 글자도 모르는 하산의 박식함에, 그를 칭찬하는 아버지의 지나가는 칭찬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산의 권유에 의해 참가한 연날리기대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만, 우승자의 상징인 연을 가지러 간 하산의 부재로 인해 보든 일은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1975년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었고, 그에게는 용기가 부족해서 하산을 저버렸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물건을 훔친 것처럼 꾸며 억지도 등떠밀어 보내버렸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할께요."라고 말하던 유일한 친구인 하산을. 그것이 어리고 소심한 아미르가 하산에게 한 최고의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아미르는 그에게 죄책감없이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소련군의 침공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아미르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 벼룩시장에서 만난 여인 소라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거짓을 안고 결혼하기는 싫다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소라야에게서 그 내용을 떠나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한다. 그는 또 한 번 그의 '과오'를 그녀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p33)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는 500 쪽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을 통해 전쟁의 의미와, 거짓, 그리고 속임수에 대한 경계를 알리려 했다.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처지로 합당화될 지 모르는 그것들이 상대에게는 권리는 훔치는 '도둑질'임을 경계했다. 아미르 역시 가장 신뢰했던 아버지 '바바'에게서 '그 권리'를 빼앗겨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원죄임을 깨닫고 그는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저자는 그의 행동을 통해 아프카니스탄에 존재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파쉬툰인과 소수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하자라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레반의 인종청소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도 지구반대편에서 계속되고 있는 '종교전쟁'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듯 했다. 제 자신도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이 '신의 이름'을 빌어 인간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반인류적인 행동에 대해 그들의 권리를 '훔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알거든 그만두고,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첫번 째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시간의 흐름을 역사적 사건과 함께 어울려 잘 표현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한 책 속 아프카니스탄의 시대적 사정은 조선말과 일제를 거치는 우리의 역사와 닮아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데에 가슴아팠다.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편하게 읽힌 소설 속에 숨어 있는 강한 메세지는 마치 후폭풍처럼 오히려 책을 덮은 후 자꾸만 뇌리에 남아 자꾸만 아미르와 하산을 생각하게 한다. 무섭도록 놀라운 책이었다.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통을 이야기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장대한 시간과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이 왜 최고라고 말하는 지를 알 것 같다. 단지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강하고 깊어서 일게다. 누가 내게 묻는다고 해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