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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게 만든 최고의 X등급 추리 스릴러소설 !
한동안 즐거웠다. 유난히 더운 더위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16일을 환호하며 열광했던 북경올림픽을 보며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집합(集合), 기억(記憶), 광희(狂喜) 로 이어지는 채 끝나지 않는 폐막식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하나. '이젠 뭘 한다지?'...
다행히 그 열광은 오늘까지 계속되었다. 섬뜩하게 쳐다보는 여자아이 그림의 심상치 않은 책 표지에 끌렸고, 지금까지 전유럽을 1,000 부를 눈앞에 둔 경이로운 숫자로 팔리면서 '어른들을 위한 해리포터'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책이라는 소개글에 기꺼이 서재에 꽂게 만든 책을 지금까지 읽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이라고 언급했던 어느 프랑스 독자의 경고를 미쳐 알지 못했다. 폐막식이 끝난 바로 직후 읽기 시작했고, 난 월요일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워야 했다.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의 책, [밀레니엄I] 원제목은 les hommes qui n'aimaient pas les femmes (Millénium, T1) (Paperback)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상,하)이다.
훌륭한 작품의 작가답다고 해야 할까? 이력 또한 기이하다. 이 작품은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인데, 2005년부터 3년 동안 세 편의 시리즈로 [밀레니엄]을 발표했는데, 3부 집필을 마치고 12일 후 2004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2005년에 출간되면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는데, 그 인세는 32년을 함께 한 동반자인 그의 아내에게 전해지 못했다는 것.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아버지와 형제에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현재 소송중이라고 하는데, 우습게도 그 시작은 '노후보장' 차원에서 10부작을 계획하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이 정말 유감일 따름이다.
책을 펴면 시작부터 풋내기 작가의 글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대기업을 상대로 폭로기사를 썼다가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게 된 베테랑 기자 미카엘 블로크비스트와 천재적인 해커지만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생활을 하는 미스테리 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주인공으로 스웨덴의 대기업 가문에 숨어있는 미스테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당의 열혈 당원이자 독립 언론사의 기자였던 이력만큼 대기업의 횡포와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사의 비리를 사실적으로 고발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띄면서도 범상치 않은 두 주인공의 활약과 매 번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스케일은 모래귀신의 늪에 빠지듯 깊이 깊이 빠지도록 만들었다. 현실과 가공을 넘나드는 리얼리티한 전개 또한 매력 중 하나인데,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데 저자도 기자였고, 진보적 성향의 사회고발적 폭로 기사를 주로 다루는 신문사의 이름이 [밀레니엄]이고, 이 책의 제목 또한 [밀레니엄]이다. 그렇기에 필연성과 정교함이 묻어난 생생한 '리얼리티'를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하게 된다.
장르를 장편 스릴러 추리소설(1, 2, 3부를 합하면 2,000 페이지를 넘는다고 한다)이라고 해야 할까? 1부는 800 페이지 가량.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몰입도가 최고치에 달해서 책의 두께와 시간을 잊었으니까. 반지의 제왕과 같이 주인공을 골자로 다른 사건을 펼치기 때문에 현재 출간된 1부로 하나의 사건은 종결된다. 올 9월에 나올 2부와 내년 2월에 나올 3부가 마냥 기대될 뿐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라 욕먹을 것 같고, 조금 더 언급을 하자니 가슴만 답답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또 다른 잠재독자에게 이 책을 소개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다. 여름의 끝에서 절대로 놓치면 안될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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