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부자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책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인데, 시리즈로 출간될 만큼 재테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장기집권을 했음은 물론 유교적 청렴주의에 입각해 '부자, 돈벌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것을 금기시 해 오던 우리네 정서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후 많은 재테크 실용서가 쏟아졌고, '구체적으로 얼마를 가져야 부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논쟁이 있을 만큼 온국민이 부자되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2001년만해도 10억을 가지면 부자라고 부를 만하다고 했었는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그정도는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는 금액이 되어버렸으니 몇년만에 부동산값이 부자의 값어치를 엄청 올려놓은 셈이다). '이 책으로 부자가 되었다', 혹은 '다단계사업으로 성공했지 부동산으로는 부자된 적이 없다' 또는 '그의 말은 실전으로는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투성이다'는 등 로버트 기요사키와 그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놓고 한동안 설전을 벌린 적도 있었는데, 그만큼 우리사회에 끼친 영향을 방증하는 셈일테다.
각설하자. 막 사회에 첫발을 들였던 그때 나 또한 그 책을 통해 '돈, 부자'라는 개념에 새로운 깨달음 내지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 재테크 전문서가 생활에 유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 시작이기도 했기에,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던진 부분은 정작 부자가 아닌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였는데, 사장이 하루 종일 계산대앞에 앉아서 점포를 지휘해야 한다면 천 평의 점포라 할지라도 주인은 '장사꾼'에 지나지 않고, '운영시스템'을 들여놓아 사장이 점포에 없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운영된다면 '달랑 세 평 짜리 분식집'이라 할지라도 그 점포의 주인은 '사업가'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매출액에 상관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는 사업가는 직접 영업에 상관하지 않고, 또 다른 사업꺼리나 비전을 만들어낼 시간을 얻어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스템System' 덕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도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System 의 구축' 이것이 바로 사업에 성공하는 비결이요,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배운 것이다. 지금 구멍가게 만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한 푼의 돈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묵히지 않고 '돌고 돌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 하겠다.
그 이후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았다. 너무 많아서 그 제목만 써내려 가도 책 한 권은 될 만큼 많다. 하지만 최근에 다른 시점과 시각에서 부자를 바라보고자 한 책을 만났다. 현대가 아닌 먼 옛날 외국의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던 '슈퍼 부자', 즉 소위 말하는 '하늘이 내린다는' 갑부甲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들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부를 형성한 부자였는지 그들이 운영했던 방법들이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전해진다는 것이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되었다. 조승연씨의 책, [비즈니스의 탄생]이 그것이다.
저자의 이력은 이전에 국내에 발간된 [지금 미국에서는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 [공부기술] 등의 책에서 이미 소개가 되었을 만큼 화려하다. 뉴욕대 경영학과인 스턴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동시에 졸업했고(언론에 관심이 있다면 들은 바가 있으리라), 그 후 파리로 건너가 '에콜 뒤 루브르'에서 중세미술을 전공했다. 지금은 더치 쉘 사와 필립스 전자 사가 대주주로 있는 영국의 경영 컨설팅 및 리더십 교육회사 UFM에서 최연소 상임이사로 재직중 이란다(언급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니 대단한 이력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쓴 책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약을 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도록 만들었던 슈퍼부자 8명을 찾아, 일개 '장사'에 불과했던 상업을 '비즈니스'로 바꾼 그들의 업적을 살펴보고 그들이 부를 이룬 비법과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비즈니스 기법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경영학과 중세미술의 만남을 경험해 보자.
이 책에 소개되는 슈퍼부자들은 모두 8명.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르네 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 정치권력을 이용한 자크 쾨르, 정보의 바다를 지배한 해상왕국 베네치아, 대항해 시대를 연 해상완 엔히크,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채권방식을 고안한 현대 금융업의 아버지 야콥 푸거, 세상에서 가장 큰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세계 최초의 대기업 네델란드 동인회사인데 비슷한 시기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자가 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책의 내용은 슈퍼부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비즈니스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의 대기업들과 그들이 남긴 문화 이야기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르네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과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편이 가장 흥미로웠다. 슈퍼부자들의 부자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르네상스의 역사와 중세 미술을 보는 듯 역사와 미술을 감상하는 듯 해 배움과 재미가 두 배가 된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기획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르네상스 유럽의 슈퍼부자들은 부를 이루는 것 못지않게 분배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공헌도에 따라 이윤을 나누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찾아내 분배의 공정성을 유지하고자 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투자지분, 증권 발행과 시장 형성, 채권, 회계 방식등이 모두 그들의 발명품임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대륙 유럽을 최고의 부자대륙으로 탈바꿈 시킨 그들은 재산 뿐 아니라 농사법과 항해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 당시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오늘날 부자나 기업가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경제와 사회를 별개로 생각하는 면이 없잖은데, '경제란 어떻게 부를창조하고 분대하는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리치를 닮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림이 있는 경제이야기'특히 '부자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인물들이 아닌 중세 르네상스의 그들을 살폈다는 점 또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하는 책은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입심'도 한 몫을 해야 하는 법. 마치 이야기하듯 '이야기꾼'다운 입담으로 책이 진행되었더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혔지 않을까 싶었다. 그 차이는 국사책을 독학으로 하는 것과 선생님의 수업이 곁들여진 역사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지난 초여름에 읽은 파워 블로거 김홍기씨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처럼 재담꾼다운 서술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역사를 넘나들며 부자와 기업관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 이 책이 우리나라 저자의 손에 쓰여졌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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