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스타강사의 '나만의 완벽한 스피치' 만드는 법!
지난 5월 23일, 나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책으로만 만나던 세계적인 경영구루 톰 피터스를 이곳 한국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렸던 이 행사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회하는 톰 피터스의 강연 주제는 <디자인으로 미래를 경영하라> 였다. 시간당 10만 불(우리돈으로 약 1억원)의 강사료를 받는다는 그의 강연을 참가비 10만 원을 내고 듣게 된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비롯하여 [Wow-project]와 [톰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등 그가 쓴 저서는 전 세계 경영계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하는데 충분한 가치를 지녔고, 지금도 세계를 강연을 하러 돌아다니며, 자신의 생각과 컨텐츠를 쏟아붓는 노익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마음은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세 번째로 만난 아사코를 만나고 돌아온 심정이랄까? '차라리 보지 않았던 것이 나았을 뻔 했다.' 서울시가 세계적인 디자인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에 참석한 톰 피터스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다. 심지어는 '어제까지 150여 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했었는데, 갑자기 그것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 이 몇 장으로 충분히 강연을 할 것만 같았다'는 등의 마치 무슨 '영감'을 받은 듯한 주술사의 표현을 거침없이 하였다. 내용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책 이야기와 언론과 방송에서 주목만 했다면 들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이모저모였다. 두 시간여 동안 익숙하게 입에 배어 있는 말들을 쏟아내는 그였지만, 나이탓인지 연신 땀을 흘렸고, 약간은 지친 듯 했다. 그에게서 신선한 충격을 받으로 찾아온 세계적인 슈퍼 강사에 의해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나를 포함한 수천의 청중들은 비싼 강연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일어서야 할지 끝까지 들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끝까지 있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청중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언론관계자'의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이 강연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두 시간여를 땀을 흘리고 강연한 톰피터스는 눈을 크게 뜬 채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질문은 참석한 수천의 청중이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리액션은 실망 자체였다. "당신이 무슨 뜻에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 거듭 질문을 되받아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또 다시 되풀이 하며 10-20분을 보냈다. 쓴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지금껏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한거지?'
세계가 인정하는 스타강사인 그가 강연한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보내고 돌아온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거나, 몸이 아팠을 것'이라고 자위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 이땅에서 그렇게 적은 강연료로 앞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난 가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실망을 재확인'하는 참담함으로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많은 청중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는 강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강사가 한 두 시간의 시간을 가지고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은 또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한 명의 청중 한 명 한 명과의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어 놓은 둘만의 진검승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사로잡고, 강사에게 열광할 때 그는 또 다른 진검승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생각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박정길의 책, [1% 다른 스피치]를 통해서다.
이 책은 NLP(Neuro-Linguistic-Programming), 즉 '생각과 언어가 결과를 지배한다'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교육과 코칭을 하고 있는 NLP트레이너인 박정길 NLP 전략연구소 대표가 세계 최고의 프로 스피커(강사)들의 강연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그들의 강연회를 참석하면서 경험한,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그들의 1% 다른 스피치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스티븐 코비, 앤서니 라빈스, 존 코터, 혼다 켄, 브라이언 트레이시, 니도 쿠베인, 빌 클린턴, 존 맥스웰, 존 그레이, 백기완, 톰 피터스 등 국내외 다른 분야에서 저마다 최고의 스피커로 알려진 이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 전문가인 저자가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직접' 만나 그들을 목격한 내용을 토대로 꾸몄다는데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11명의 세계 최고의 스피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되고, 그들이 펼친 어느 강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해 나간다. 그 후 저자가 살핀 그들만의 독특한 강연방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하고, 그들의 핵심 1% 다른 스피치기술을 요약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지금껏 명저자이자 명강사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을 책으로 만나면서 배운 내용이 '그들이 강연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강사이기도 한 저자가 관찰자로서 그들의 강연을 추적하면서 느꼈던 다른 이들과의 차별된 무엇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View-point를 달리 했다는 것이다. 마치 '명강사들은 이렇게 자신의 강연을 이끌어간다'고 보여주는 듯해서 내가 그의 강연회장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최고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6시간이나 되는 강연에 앞서 완벽하게 준비를 한 후, 똑같은 시간동안 리허설을 해야하는 '완벽한 준비로 무장한 스피커'인 콘 코터와 마치 책을 읽듯 아무런 동요없이 연설을 진행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성찰이 묻어난 내용으로 아무런 액션없이도 관객을 꼼짝할 수 없이 빠져들게 하는 최고의 스피커, 브라이언 트레이시, 세계를 상대로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전직 미국대통령 빌 클린턴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기연출법, 순수한 우리말로 청중을 행동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최고의 선동가, 백기완 등이 흥미로웠다. 책 속에 있는 톰 피터스와 내가 경험한 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다소 혼란스러워 그에 대한 부분은 읽지 않았다.
후반부에 저자는 세계적인 스피커들을 통해 이들이 남들과 다른 1%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준다. 환경을 유리하게 구축하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친밀감을 형성하라, 독특하게 시작하라, 청중을 참여시켜라, 오감으로 표현하라, 도구를 활용하라, 경청하라, 틀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라, 메라비언 원칙을 활용하라, 이미지를 던져라, 은유를 던져라, 성공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하라, 질문을 적극 활용하라, 쉼표와 침묵을 활용하라 등이었는데,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세계 최고의 스피커들이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들의 표현력을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열 다섯 가지 테크닉보다 우선되는 공통점은 '그들은 베테랑 경험자'라는 것이다. 세일즈에 성공한 사람,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사람, 전직 대통령, 베스트셀러의 저자 등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풍부하고 생생한 경험을 이룬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말에는 힘이 실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느낀 무엇을 쏟아부을 수 있는 '꺼리'가 이미 충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나름의 테크닉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강연시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국내에서도 '강사양성아카데미'가 여럿 생겨날 정도로 '말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시장에 비해 뚜렷한 발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강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조금 더 읽찍 그리고 많이 책을 읽어 그들의 성공사례와 에피소드를 들고 '자기계발'이라는 두루뭉수리한 주제에 대해 강연을 하는 '어설프니'들이 적잖다.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내용없는 강연은 스피커 스스로에게 맥이 빠지는 일이지만, 그보다 강연을 찾아온 청중들에게는 '강연회라는 것은 하나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 없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처럼 말할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테크닉만을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어느때보다 강연이 많은 시대가 된 지금, '단 한 번의 만남'일지도 모르는 청중에게 나와 나의 생각을 좀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강사들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말을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좀 더 표현력있게 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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