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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부커스 - 저자? 독자? 누구를 말한 것인가?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운동과 놀이를 워낙 좋아하던 탓에 나는 '독서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알지 못했다. 고교시절까지 내가 들여다 본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사전이 전부였다.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문학과 인문, 역사 그리고 예술등 그 많은 활자들을 쫓아가기도 바빴던 나에게 교과목 이외의 책을 읽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을 들어가면서는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기적 모순에 빠져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박식해 보이는 선배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F. 엥겔스의 '자본론 보론'을 쫓아서 산 것이 첫 번째 도서구입경험인데,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임에도 활자를 쫓아 읽어갈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달랑 두 페이지를 읽고는 덮어버렸다. 그 뿐 아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쫓아 농활(농촌활동)을 떠나는 길에 열차에서 그녀에게 보일 요량으로 '헤겔의 변증법적 유물론'을 사서 앞에 앉아 읽었는데, 사람을 죽인다는 소린지 살린다는 소린지 분명 한글로 써져 있는데도, 내가 읽어가는 한 줄의 의미를 몰라 윗줄로 추적하기를 반복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모가지는 오후 세 시 방향으로 꺾은 채 입을 벌리고 잔 터라 흘러내린 침때문에 '조갈'을 느껴 깨어버렸다. 나의 '천사'는 건너편으로 건너가 예비역 선배의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의 비참함이란...그 시간 이후 지금까지 난 '헤겔'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이후의 남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통속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보' 때 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한창 일을 할 나이인 지금은 쪼개고 쪼개도 나지 나지 않는 것이 시간인지라, '책을 읽은 후 후회하는 누'를 범하고 싶지 안아서였다. 지금도 서점을 가서 느끼게 되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책 읽는 책' 혹은 '좋은 책 권하는 책'을 틈틈히 읽으며 나름의 좋은 방법을 아직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오늘 만난 이권우씨의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도 그 맥락에서 만난 책이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이후의 남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통속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보' 때 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한창 일을 할 나이인 지금은 쪼개고 쪼개도 나지 나지 않는 것이 시간인지라, '책을 읽은 후 후회하는 누'를 범하고 싶지 안아서였다. 지금도 서점을 가서 느끼게 되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책 읽는 책' 혹은 '좋은 책 권하는 책'을 틈틈히 읽으며 나름의 좋은 방법을 아직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오늘 만난 이권우씨의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도 그 맥락에서 만난 책이다.
내가 '책 읽는 책' 혹은 '책 권하는 책'을 부러 찾아 읽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나보다 훨씬 내공이 많은 사람에게서 '보다 나은 책 즐기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저자의 책읽는 습관을 엿들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 나만의 방법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욕심의 발로인 것이다. 두 번째는 '좋은 책을 소개받고 싶어서'다. 책을 말하는 저자인 만큼 필이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책을 읽었을테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끝에 언급하는 도서와 저자들의 이야기나 발췌부분이 있다면 기록해 두었다가 추적해서 읽고자 함이다. 마지막으로 '위로'받고 싶어서다. 스물 네시간이라는 하루의 한정된 시간 중에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로 책을 읽음은 더 이상 남에게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낭비하는 시간에 대한 자위책自慰策 도 아니다. 부족함을 느껴서 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노력의 과정일텐데, 인풋Input 에 비해 아웃풋Output 을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니 독서를 하는 시간이 '또 다른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데, 대단한 내공의 고수들이 "자네, 지금 잘하고 있다네." 라고 위로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에서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스스로가 '책벌레'라 말하는 저자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고수 책벌레'다. 이미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와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라는 책을 내어 많은 도서애호가들에게 회자된 바 있으며, 도서평론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른바 '책읽기가 직업'인 그보다 더 나은 독서가가 몇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의 내용 또한 고수답게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글이 모였다지만, 제 집을 잘못 찾은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우선 '호모부커스'에 대한 개념이다. 처음 들어보는 듯 한(책을 읽고난 지금도 이 단어가 이미 존재하는지조차 난 모르고 있다)당당히 이 책의 제목으로 소개되었다면, 그 개념에 대해 소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책이 '호모부커스'를 설명한 책인지, 아니면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호모부커스가 되는지, 저자의 별명이 '책벌레' 뿐 아니라 '호모부커스'인지을 짐작하게 할 것인데, 제목을 빼고는 한 번도 언급하지를 않으니 '언제 이 단어가 나올지' 답답했다. 결국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으려 하니 출판사의 기획물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속에 들은 'Homo~ 시리즈'임을 알게 되어 한동안 허탈한 감마저 느끼게 했다.
두 번째는 '첫머리에' 부분인데, 저자는 "이 책은 달인이 되는 지름길을 말해 주지는 못합니다. 제가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 왕도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달인이 되는 작은 길은 열어 놓으려 애썼습니다. 이 길을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 보십시오. 땅이 패어 있고 가끔 끊어지기도 하고 자갈도 여전히 널려 있지만, 한번 가고 나면 스스로 달인 되는 법을 깨우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라고 이 책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목과 부제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책읽기의 달인'이 되는지, '호모부커스'의 대열에 낄 것인지 궁금해서 책을 산 독자들에게는 무엇을 얻으라는 것인가? 이는 마치 '만명통치약' 라벨이 붙은 약을 팔면서 '약 사용설명서'에 "이 약은 만명통치는 아닙니다. 약이 독해서 머리가 빠질수도 있고, 위액이 모두 쏟아질 만큼 구토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을 모두 마시고 견디다 보면 내성이 생겨 병으로 인한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실 겁니다.'라는 것과 무에 다를 바가 있더란 말인가?
저자의 책에는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정도 시간을 들였는데도(책의 표지에 담긴 광고성 문구드에는 책의 주제와 강조점이 들어 있고, 목차는 책 전체의 내용이 들어 있으니 그것만 살펴봐도 그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데도)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서문을 보면 된다. 물론, 서문 가운데는 감사패를 늘어놓은 듯한 책도 많다. 그런 책은 안 보면 된다(그래서 감사의 글을 책의 맨 뒤에 놓았나 보다). 서문이란 본디 책을 쓰게 된 동기,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 그것을 풀어 나가기 위해 부여잡았던 고민거리들을 함축적으로 풀어놓은 마당이다. 그러니, 읽어 보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게 된다. 그러니, 읽어 볼 만한 책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서문은 그 책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다. 그런데 그 서문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면, 속된 말로 볼 장 다본 셈이다. 문제의식이 없거나, 주제의식이 애매하거나, 문장이 인상적이지 않다면 그 책은 돈 들이고 시간 들여 읽어 볼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P 140 - p 141) 역시 고수답게 정확하게 '시간을 절약하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자가당착에 빠진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저자의 말대로라면 제목에 대한 언급도 없고,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맞지 않으며, 이 책에서 문제 삼고자 한 주제의식까지 결여되어 있으니 책을 구입해서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참을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마음을 고쳐 고수인 저자의 말대로 책을 산 이상 이 책의 '주인'인지라 마음껏 책과 씨름한다는 마음으로 끝을 보고 말았다. 많은 것을 배웠다. 읽고 싶은 책은 십 수 권을 소개받았고, 당대의 독서가들의 '독서예찬'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저자의 독서에 대한 애정과 독서가 부재로 인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우려하는 바에도 충분히 공감하고 박수를 쳤다. 정말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즐기는 '책벌레'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내의 '독서 권하는 책'으로는 손색이 없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제 집을 잘못찾은 훌륭한 이야기와 내용들은 이미 '빈정이 상해 버린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했다. 제 직업에서 승승장구해서 제 흥에 못이겨 책을 내는 일부 '실용서의 저자'들도 아니고, 다름 아닌 '도서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책벌레' 저자가 독서고수의 또 다른 이름을 명명하는 듯한 '호모부커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산문집'을 내었으니, 과연 내 서재의 '인문학'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 의심이 간다. 게다가 시작과 말미에 담았던 '겸양의 자세'들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다웠는데, 본문에서의 그것은 너무나 하대下待해서 표리부동함마저 느끼게 했다. 전작에서 만난 저자와 너무나 다른 터라 오히려 '내가 전에 잘못 읽었었나?' 하는 의심에 전작들을 뒤져보게 만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구입한 하수下手의 부덕이 탓이라면 할 수 없겠다. 이 책으로 그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더욱 조심히 책을 집어들어야 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의 저서를 평하는 평론가가 자신의 책을 내는데 있어서는 여느 저자보다 몇 배 더 심사숙고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호평好評은 세 명에게 전하지만, 악평惡評은 일곱 명에게 전한다'는 마케팅 속담이 있다. 저자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모르겠지만, 이전에 호감을 가졌던 독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다. 최소한 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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