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識缺齋,부족함을 아는 서재/직장인, 이럴 땐 이 책!

인생 - 내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책! [3]

by Richboy 2008. 12. 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달시 웨이크필드 지음, 강미경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남대문의 새벽시장을 가라. 가서 그들에게서 활력을 얻으라'고 말하고, 세월을 낭비하는 이들에게는 '네가 무의미하게 보낸 하루는 사형수가 간절히 원했던 자유로운 하루였다'고 말한다. 많은 좋은 말을 듣고, 또 했다. 그 소리를 기억하는 횟수만큼이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생에 대한 활력을 잃었었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다. 어떻게든 헤치고 나갈 생각을 하기에 앞서 좌절하고, 두려워하며, 한없이 한탄했다. '죽겠다'고 말하면서.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통해 '온전히 살아있음을 정말 감사함'을 배웠다. 소개하는 책, 달시 웨이크 필드Darcy Wakefield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가 그것이다. 원제는

  달리기와 하이킹, 자전거 타기, 호수에서의 수영 등 야외 활동을 즐기고, 대학 강단에서 영문학과 작문을 가르치던 생기넘치는 미혼여성 Darcy는 아이를 너무도 갖고 싶은데 지금(32살)이 아니면 점점 더 어려워질까봐 인공수정을 준비하던 중 신청했던 데이트 주선업체를 통해 재치와 정이 넘치는 이메일을 한 통받게 되고, 메일의 주인공 Steve은 그녀가 꿈에 그리던 남자였고, 그와 사귀게 된다. 어느 날 다리가 불편해 검사를 하다가 오히려 왼쪽 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운동뉴런증후군' 이른바 '루게릭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지 않은 생을 재촉하듯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임신하게 된다. 하루 하루 당연한 듯 자연스럽던 활동들이 불가능해지면서도 사랑과 출산, 그리고 남은 삶을 사랑하기 위해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간다.
 
 
 
  ALS을 최종통보를 받은 후 그녀는 스스로 장례식 준비와 부고와 부고장을 준비하고그녀의 사후 법률적인 일들까지 모두 처리한다. '살아가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ALS와 관련된 의학서적과 웹사이트를 뒤져 자신의 병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모두 읽는다. 
 
"언젠가는 다 이상 삼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저항하지 않는 한 의사들은 내 몸을 절개해 음식섭취용 관을 집어넣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두려움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삼키는 것 하나하나,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까지 감사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려고 한다. 몸에 대한 나쁜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과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욕심도 부리지 않겠다."
 
  그녀는 서서히 진행되는 자신의 병에 대해 예전처럼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절망에 빠져있기 보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을 때, 달릴 수 있을 때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의 감각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또한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일찍 포기한다는 뜻이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ALS가 새생명에게는 전이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난 후 Steve와의 사랑으로 잉태된 생명에 감사하며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나고, 낳고 싶었던 아기를 가짐과 동시에 불치병에 걸린 그녀는 '대체 어떤 신이 네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했을까' 라고 스스로 수없이 질문도 던지고, 괴로워 하지만 '병을 낫는 기적'대신 '건강하고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고 있는 기적'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에베레스트는 도처에 있다. 요즘은 커피주전자를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오른팔이 약해졌다. 걸핏하면 뭘 떨어뜨리는 통에 유리 제품은 될 수 있으면 멀리한다. 외투를 옷장에 걸기도 힘들다. 외투가 언제 이렇게 무거워졌을까?" "더 힘든 에베레스트는 타이핑 같은 것이다. 오른손이 굼뜨다 보니 자판을 누루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져 아주 고민스럽다. ... 긴 메일은 받으면 바로 삭제하고 싶어진다. 어떻게 답장을 한단 말인가?"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기력에 대해, 자신의 부자연스로운 행동에 대해, 그리고 그 성치않은 몸에 대한 괴로움에 대한 독백이 이어지는데, 온전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세로 편하게 책을 읽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한숨과 과연 그녀처럼 생에 대한 집념이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이 교차해 마음혼란스러웠다. 점점 더 불편해져가는 몸에 임신까지 한 그녀였지만 정글 무늬의 프레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려 시도하지만 줄어든 폐활량과 늦은 오후의 물의 냉기에 수영은 포기하고 물속을 걷다가 넘어지고는 주저 앉아 평범했던 작년 모습을 기억하며 엉엉 우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함께 무너지는 듯 시리고 아팠다. 아기를 무사히 낳았지만 급속히 악화되어 가는 자신을 만나게 되지만, 그 반대로 아기 샘의 탄생은 자신에게 너무 완벽한 선물이어서 자신의 인생이 사그러지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라며 글을 맺는 떠나는 Darcy는 눈을 감을 때 에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원하던 행복을 누리기엔 너무 짧은 일년이어서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지만, 그녀의 친구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평생 누릴 모든 행복을 모두 누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누렸던 모든 행복은 순간 순간의 일상을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할 정도로 힘겹게 싸워야하는 투쟁의 연속이었고, 고통스러운 일상이었다. 그녀는 내 인생이 앞으로도 영원할 것처럼 생각해 온 나를 뒤바꾸었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당연한 나날이 복이 겨워 태양이 뜨겁다고 투덜댔고, 내리는 비에 출근길을 걱정했던 내게 하루 중에 만나는 순간 순간은 '앞으로 또 없을지도 모르는 기적'임을 일깨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업무로 인한 작은 괴로움에도 잠자리에 누워 아침에 눈뜨지 않고 영원히 잠들기를 바란 적이 있던 나다. 기쁨과 행복보다는 불평과 푸념을 더 많이 쏟아냈던 것도 나다. 진정한 행복은 잡히지 않을 것 같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보냈던 나의 하루 속에, 내 주위에 있었음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매일 맞이 하는 하루 하루가 기적임을 깨닫게 한다. 삶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깨달음을 던져줄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