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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일·성공·인생

생존률 10%의 빙하기, 오늘을 살아남는 법

by Richboy 2008. 12. 7.

내려가는 연습

저자 유영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발간일 2008.11.30
책소개 바닥에 잠시 내려가서 인생역전의 기회 노리기! 이 책은 대한민국의 위기상황을 경제빙하기라고 명명하...

 

 

생존률 10%의 빙하기, 오늘을 살아남는 법

 
  스며드는 한기에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온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작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기도 다르고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뉴스에 나오는 숫자들은 환율과 실업률, 물가 등 오르지 말아야 할 말들을 제외하곤 모두 한없이 내려만 가고, 감원, 퇴출, 하락, 감소라는 단어들이 한 시간 내내 들린다. 다시는 없을 거라고 다짐했던 10년 전 IMF 외환위기의 냄새가 추위를 싣고 다시 온 것 같다. 아니 더 추워지는 듯 하다. 빙하기氷河期.
지구상 생물의 90퍼센트를 멸종시키고 1만 년 전에 끝이난 빙하기가 또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이 책 [내려가는 연습]은 저자가 어느 경제전문가와의 대화중에 IMF 위기 이후로 나타났던 IT거품이나 집값 붕괴 같은 것들이 일종의 전조前兆였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대하고도 강력한 그 무엇인가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혹시 빙하기는 아닐까 하는 우려에 빙하기는 지금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고, 몇 차례의 거품과 간빙기를 겪으며 착각했을 뿐이었다며 이미 현실이 된 빙하기를 맞이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의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는 정말 추웠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 낮밤없이 일에 몰두했던 그때의 첫 해는 아무것도 몰랐다. 만년 야당총재였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 줄만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는 뉴스 속의 소식들은 낯설고 어색했다. 외환보유고, IMF, 캉드쉬 총재, 워크아웃, 모라토리엄... 처음 듯는 단어와 이름으로 가득찬 뉴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같아 애써 외면하곤 했었다. 그 해 겨울은 일찍 찾아왔고, 눈도 많이 왔다. 쌓인 눈에 도로가 얼어 차가 나오지 못하는 줄만 알았지, 차를 운전할 여력이 없어 도로가 한산해 진 줄은 몰랐다.
 
  부도, 폐업, 대량 해고, 실직자들, 구직자들, 그리고 늘어나는 자살자 수... 갑작스레 찾아온 재난같은 현실에 국민 모두가 정신적 공황에 빠져 패닉panic 상태에 이르러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숨거나 피하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죽지 않을 만큼 자고, 죽지 않을 만큼 먹으면서 죽을 만큼 일하며 하루 하루를 버텼다. 다행스럽게도 IT 혁명의 대세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제는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그때는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부 경제팀의 경제실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IMF 외환위기는 다행히 2년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 국가 경제, 국민 경제에 많은 손실과 아픔을 남겼지만, 덕분에 조금만 헤이해 질라 치면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제 2의 IMF 가 올 수 있다'는 표어같은 경제적 위기감은 확실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남겼다.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가 인사가 될 만큼 국민들 모두 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망도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이젠 혈액도 체질도 모두가 변했기 때문에 다신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불황이 또 다시 '빙하기'라고 불려질 만큼 거대한 재앙으로 찾아왔다. 10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는 이런 불황이 미국을 시발로 전 세계에 걸쳐 모두 드리워져 있어 아무도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엔 자력구제自力求濟 만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다. 저자는 어쩌면 또 다시 봄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차라리 봄을 포기하기를 권한다. 희망은 포기로부터 시작되듯이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버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빙하기에 살아갈 길을 찾아 나서라고 말한다.
 
 
빙하기 현실의 인식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즉 빙하기인 현실의 인식(빙하기가 들이닥쳤다)과 미래에 대한 준비(이제는 내려가라),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결심(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직장을 퇴직하고 놀 수 만은 없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창업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업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 소자본 창업에 혹해 온라인 쇼핑몰로 몰려들었다가 채 피기도 전에 꽃이 져버린 이태백들, 안일한 대응을 하다가 순식간에 경쟁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긴 제조업자들의 사례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현실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견디기 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느끼게 한다. 그들을 통해 '무엇을 해서 성공했다'는 세상의 이야기는 '무엇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누가 즉 '어떤 사람'에 먼저 주목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 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를 닮을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직장인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은 일자리 가운데 상당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 아웃소싱'. 미국<비즈니스 위크> 지가 "젊은 당신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주변의 친구들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인재들이다."고 말한 것 처럼 회사는 더이상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울타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빙하기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 인맥의 울타리, 보유 자산과 미래를 위한 설계자산, 그리고 업業으로써의 자신의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빙하기를 살아가는 자세
  빙하기를 살아가기 위한 마음자세는 제지회사였던 노키아가 방만하게 신규 사업을 벌여 20개의 계열사로 늘어났을 때, 120년 간 노키아를 이끌었던 모든 사업을 포기하고, 이동전화 단말기와 정보통신 인프라 사업을 주력업종으로 삼은 것처럼 새로운 기회는 '과거의 영광과 추억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욕심을 버리고 체면을 버리고,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남의 탓을 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고, 원망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프로페셔널의 시대, 직職이 아닌 업業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프로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자기를 경쟁상대로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키우기 위해 힘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대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직접 전하라. 그리고 기쁨과 걱정, 음식과 희망을 서로 나눠야 한다.  
 
 
살아남는 10%를 위하여
  화투를 만들던 닌텐도는 만년 꼴찌 게임업체였다. 플레이 스테이션과 X-Box라는 꽃에 눌린 잡초같은 닌텐도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틈새 시장을 찾아 '국민 장난감' 닌텐도 DS와 위Wii를 만들어 세계 계임시장의 정상에 올랐다.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경쟁사보다 한 발 이상 앞서 나갈 생각보다는 다만 반걸음 정도만 앞서 나간다'는 닌텐도의 경영철학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스스로 잡초가 되어 질기고 강하게 살아남겠다고 맹세하라. 또한 성공은 '시간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각하는 시간도둑이 되지 말고, 미루지 말며 아깝게 생각하라. 자기 수준을 깨닫고,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발전의 기초가 된다.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도전에 한계를 두는가의 여부에서 갈라진다. 도전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불가능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기에 의지를 키워 도전하라. 의미를 만드는 사람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가장 형편없는 대통령 '지미 카터'는 기꺼이 정상에서 내려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류를 위해 집을 지으며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려가는 것. 그것은 패배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욕심과 공포, 질투, 집착같은 과거를 비우는 걸음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전반적인 상황을 '빙하기'로 규정하고 책을 이끌어 나갔다. 빙하기의 온도만큼 우리가 앞으로 느낄 체감온도를 이야기하는 듯도 하지만, 해빙기가 언제일지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불황의 골이 그만큼 깊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반토막난 펀드, 덧없이 무너져 버린 부동산 불패신화로 '이젠 지킬 수 조차 없단 말인가?' 허망하고 허탈해서 잠못이룬 숱한 나날들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해야 탈출할 수 있다'고 누구라도 말해준다면 고맙겠지만, 뚜렷한 대책없어 제 갈 바를 모르겠다. 그 책임을 둘러싸고 미국을 탓할 수도, 우리 정부의 안일함을 탓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장 인식해야 할 것은 우리가 맞닥뜨린 우울한 현재다. 이제껏 잃어버린 일과 재산에 미련을 두기보다 더 잃을 지 모를 미래에 대해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변해야 산다”는 이 시대의 극단적 강요를 ‘변화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놓는 특유의 인문학적 화법으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떠올리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 10년 전에 개인과 조직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을 역설했다면, 이 책은 '닥친 위기'에 대해 막연한 희망을 갖지 말고 최대한 몸을 낮춰 스스로를 주변을 추스리라고 요구한다. 등을 떠밀려 정상에서 내려가게 되었다면,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내려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 숨을 고르자는 것이 저자의 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