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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 시간 1시간 15분, 내 가족은 평균보다 짧다고?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내 가슴에 타고 있는 불도 꺼줄 수 있냐고 물었다더니 바로 내가 그렇다. 그냥 타들어간다.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지르고 싶다. 주먹으로 벽을 쳐본다. 친구들도 요즘엔 서로 연락이 없다. 그들이 내게 정말 친구일까? 도대체 내게 가족은 나와 무슨 ‘관계’인가? 친구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이 세상에 그 누가 내 이야기를 진정 밤새도록 들어줄 수 있겠는가? 왜 지금에 와서 이토록 세상과 집에서 버림받은 기분, 왕따 당하는 기분인가?“ (5 쪽)
우리는 보다 행복한 내일의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잊고 일하고, 밤을 잊고 공부하며, 투쟁하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보낸 하루를 ‘잘 보낸 하루’라 여기며 살고 있다. 한편으로 지당한 말이다.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보다 행복한 내일’를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뭔가 완벽한 말은 아닌 듯 하지 않은가? 내가 희생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었고 어제는 ‘그제의 내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까지 ‘내일을 위해 희생한 셈’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내일’만을 위해 살고 있다. 삶이란 게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의 총합’이거늘, 혹 없을지도 모르는 내일(오늘 사고로 이세상에 없고 난다면 내일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백 명이 내일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다)을 위해 산다니...‘보다 행복한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는 말은’ 모순투성이다. 물론 내일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친 오늘의 행복은 더 중요하다. 어제의 내일이었던 오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 대통령이 되는 것(아서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대통령은 몇 년동안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살다가 그 덕에 쫓겨났거나, 저격을 당했거나, 옥살이를 하는 3D업종이다)인가?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것일까? 죽는 날까지 얼마가 있는지 모를 정도의 돈을 들고 사는 것인가? 아니면 꽃미남, 꽃미녀와 결혼하는 것인가? 행복이 무엇일까?
내게 있어 행복은 ‘아무런 근심없이 목젖내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자식, 잘 살고 있구나’ 칭찬할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뭐라 말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바로 내 행복이란 말이다. 행복은 스스로 느끼고 체감하는 것이다. 남이 평가하는 행복의 기준은 나와는 상관없는 허망한 행복인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말한 책이다. ‘교육학’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이성호 교수가 가족간, 친구간 그리고 이웃간의 관계에 대해 강연회를 하듯 편안한 대화체로 이야기한 책이었다. 어른께 좋은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좀처럼 많지 않은 요즘 사업과 일이야기가 아닌 가족과 생활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저저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계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이자, 우리가 기쁨, 행복, 성공, 만족, 희열을 느끼는 곳이며, 좌절, 고통, 불만, 실패,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관계를 통해서 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원활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 하루를 산다면 행복하지 않은 하루가 되고, 행복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행복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활한 관계란 서로 만들어지는 것,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자못 진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쉬워 보인다. 먼저 관계의 상대에 대한 인정을 통한 대화를 통해서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가 자신을 앞세우기 전에 상대의 형편과 애로사항을 먼저 이해하고, 세대차이를 먼저 인정하고 대화할 때 비로서 대화는 원활하게 이뤄진다.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을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개개인은 점점 고독해진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관계적 사고(그것이 의식적으로 유념해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해지지만)는 우리가 행복해지는데 있어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윗사람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젊은이들을 위해 마치 할아버지가 풋풋한 청년이 된 손주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한 저자의 필력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래, 그런 적도 있었다’ 싶고, ‘옳거니,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관계를 말한 책이라 그랬을까 저자가 독자에게 대화란, 관계란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 그만큼 많은 배움도 얻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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