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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국경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경제는 바닥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세계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은 우울함, 자체다. 전날 미국장 소식에 의해 우리주식시장은 춤을 추고, 환율은 맞장구를 친다. 국민들은 가벼워지는 지갑과 장바구니를 보며 IMF의 악몽이 재현되는게 아닐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과는 크게 다른 하나가 있다. 지금은 경제에 눈뜬 국민들이 있다. 조간신문 속에는 항상 경제신문이 들어있고, 국가의 경제정책에 깊은 관심을 두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를 수정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를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더 이상의 IMF는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비록 폴리페서라 불릴 지언정 강의실을 떠나 현실에 대해 촌철살인을 날리는 경제학 교수, 그들 또한 경제신문 못지 않게 국민이 눈을 뜨는 데 한몫을 하는 사람들이다. 소개하는 책도 그런 폴리페서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며, MBC 라디오에 '손에 잡히는 경제 유종일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유종일 교수가 작금의 금융위기와 한국경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위기의 경제]가 그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어떤 색이든 상관없다.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독자, 즉 국민들에게 소리치는 지성인이 있다는 것은 국민된 입장에서 반가운 것이다. 그가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다. 정부쪽에서 소리를 내든, 국민의 입장에서 소리를 내든 모두가 귀기울여야 할 것들이다. 그는 다행히 국민의 입장에 섰고, 그는 칼을 입에 물고 서슬퍼런 목소리를 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우선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말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그리고 경제민주화의 길을 이야기했다. 언론과 미디어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이야기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는 차치로 두자. 저자는 우리나라가 IMF 이후 10년간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4위의 외환보유고를 쌓았고, 따라서 외자에 의존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구조의 취약성과 정책 대응의 미숙함으로 말미암아 외환위기 수준의 환율 급상승과 외화유동성 위기를 맡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해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이 무척 약하다는 점, 한국경제의 양극화구조, 그리고 한국경제를 금융위기에 노출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인 부채의존구조를 들었다. 또한 IMF이후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구조조정과 제도개혁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렇게 위기를 맞은 이유는 첫째 구조조정과 개혁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점, 둘째 IMF 위기 이후에도 금융리스크관리를 제대로 못한 점, 셋째 정책운용이나 시스템 리스크 관리 역량에 비해 과도하게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외환자유화를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한국경제가 반성해야 할 점은 성장지상주의적 정책 마인드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대체로 성장시장주의에 중독되어 있어 성장을 위해 분배와 안정을 희생시켜왔다. 그런데 분배와 안정이 훼손되면 결국 성장에도 심대한 타격이 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소득(경제성장)면에서 커다란 손실로 남겨지고 있다. 성장, 분배, 안정을 위한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함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저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한마디로 박정희 시대의 관치-재벌-토건경제를 부활시키고 감세와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공급중시 성장정책이 서로 상충되면서 적당히 뒤섞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철학도 없고, 더군다나 두 가지 모두 실패한 경제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섞어 따르고 있는 모습을 답답하게 여기고 있었다. 지난 해 읽은 책 중에 저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시절 자신이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CEO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의 일개 기업의 사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하자면 '경영대통령'쯤 된다는 것이다. 미래를 향해 거시적인 경제 전반을 내다볼 줄 모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꼬집은 말이었다.
미래지향적 정책은 잘 안보이고 과거회귀형 정책이 난무하고 있는 현 정부의 5년은 예전의 평균성장률 정도나 이루어내면 다행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산업구조는 더욱 대기업 위주로 왜곡될 것이고, 비정규직의 축소와 보호강화도 기대하기 어려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된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규제완화와 감세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것들이 어떻게 성장잠재력 확대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의문을 두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진정으로 성장잠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기회의 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양적 투자확대를 위주로 한 성장단계는 이미 지났고, 혁신과 효율적 투자에 의한 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따라서 혁신에 의해 가치를 창출하는 곳으로 자원이 배분되도록 재벌개혁, 금융개혁, 정부개혁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규제완화가 아니라 필요한 규제는 하면서 규제의 투명성과 효율성, 일관성을 확보하는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시장과 국가 역할의 재정립, 경제 거버넌스의 미준화 그리고 전략적 개방이라는 현 단계 경제민주화의 3대 과제를 기본으로 구체적인 정책대안들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저자는 클린턴 대통령의 유명한 선거 슬로건이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빗대어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는 내용으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고 패러디 했다. 지난 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Paul Krugman)의 저서 [진보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떠오른 말이라 했는데, 어디 책을 보고 떠오른 말 이겠는가? 경제학자 답게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한국경제의 나아갈 바를 거시적으로 살펴본 책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자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정책에 휘둘려 경제가 춤을 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 보면 소비자나 기업, 시장은 그 후위에 놓인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등소평이 흑묘백묘라 했던가? 아무렴 어떠랴, 경제가 잘만 굴러간다면 그럴 수 있는 정책이 우선된 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이정책 저정책 5년간 바꿔보다가 뒤로 물러나면 전 정부 욕하며 또 다시 깃대를 이리 저리 흔드는 것이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이 아니던가?
시대는 변했다. IMF 때와는 판이 다르다. 국민이 다르고 식자識者들도 변했다. 그들의 목소리와 우려는 매일 쏟아지고 있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촌철살인의 목소리들에 귀기울여서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 오늘 내가 읽은 소리는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였다. 제발이지 또 다시 IMF와 같은 위기를 맞고 나서 "우물쭈물하다 내 이 꼴 날 줄 알았지"라는 조지 버나스 쇼의 묘비명을 듣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싱그러운 새 봄, 직장인이 3월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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