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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기획서로 3-4분 만에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남을 설득한다는 것, 그건 정말 힘든 일이다. 게다가 그 설득으로 판매를 한다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다. 한 술 더 떠서 남을 설득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글로 쓴다는 건...죽을 맛이다. 기획안(서). 다른 사람도 아닌 갑甲(상사)에게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꾸미도록 조장하는 이 짓은 죽을 맛인게다. 아예 시작부터 이 짓(?)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도 힘들진대 매 분기마다 작문시험처럼 제출하도록 권유받는 수동형 기획안쓰기는 월급만 아니면 포기하고 싶은 죽을 맛이다.
나의 첫 기획안은 이렇게 죽을 맛이었다. 일주일 안에 제출하라는 상사의 말에 '에이~ 설마' 했었는데, 기획안을 가지고 브리핑까지 해야하고 그 결과는 인사고가에도 반영되다고 하니, 청천벽력같은 지령이었다. 앞선 선배들의 기획안을 훔쳐보고, 술을 받아주면서 요령을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데면데면 넘어간 그 사건 이후에도 몇 번의 기획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그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매 번 읽을 때마다 들게 하는 책이 있다. 패트릭 G. 라일리의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THE onE PAGE PROPOSAL 이다. 지난 주 약 한 시간 동안 이 책을 다시 읽고, 세 시간 만에 기획서를 만들어 모 회사에 제출했고, 지금 Call을 기다리고 있다.
문학에 고전이 있듯이 실용서에도 고전이 있다. 내가 가장 최고로 치는 고전은 <탈무드>와 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이다. 탈무드는 남녀노소가 아는 유대인의 경전인데, 여러 제목, 여러 저자들이 재해석한 탈무드 책들은 모두가 좋다. 특히 일본 맥도널드의 회장이었던 <후지타 덴>씨가 쓴 탈무드 관련서는 훌륭하다. <사장의 제왕학>은 일본의 작은 중소기업 사장이 사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품성등을 자신의 사업경험을 사례로 쓴 책이다. 내가 창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아서 '경영의 바이블'로 여겨서, 지인들이 창업을 할 때나 관리자가 되면 꼭 선물하던 책인데,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최근에 새로운 출판사가 판권을 사들여 곧 출간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밖에 홍보카피를 위해서는 <최카피>의 책들은 언제 읽어도 신선하고,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자기 사업을 하면서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많은 기획서를 만들면서(물론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기획에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이 책 THE onE PAGE PROPOSAL 보다 더 나은 책을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 페이지 짜리 기획서를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 패트릭 G. 라일리는 투자요청을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기획안을 제출하던 중 세계적인 부자, 애드넌 카쇼기를 만나 그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네가 제출하는 기획서를 결정권자가 봤을 것 같냐?'는 질문이었다. '시간이 돈'인 그들의 책상 위에 하루에도 수십 통의 기획서가 올려지는데, 수십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기획서를 과연 읽겠는가? 그들의 눈에 뜨이기 위해서는 한 장, 달랑 '한 장의 기획서'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기획서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한 장의 기획서'로 많은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대성공을 거두는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가미해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THE onE PAGE PROPOSAL 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맨 꼭대기로 출근하는 회장(직급에 따라 가장 높은 곳에 근무한다나?)에게 어느 젊은이가 투자제안서를 들고 나타났다. "잠깐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습니까?" 물었더니 "엘리베이터에 타게나. 자네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 까지의 시간이네. 할 말 있으면 해 보게."라고 답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탄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내릴 때, 주인공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은 생각이군. 곧 연락하겠네."라며 웃던 장면, 주인공의 투자제안서가 제대로 어필이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의 PT는 비단 영화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2월에 있었던 삼성중공업의 면접 때 있었던 실제 PT 상황도 그랬다 한다. 1-2분짜리 엘리베이터에서의 PT가 그렇듯 짧게는 1분, 길어봐야 3,4 분 안에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페이지'짜리여야 한다. 그래야 '보스'가 감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1 Page Proposal은 나의 성공 비결 중 하나요. 당신에게도 매우 귀중한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소.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치고 한 쪽 이상의 분량을 읽을 만큼 시간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법이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소."
기획서는 철저하게 그 문건을 읽을 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강한 인상('어? 달랑 한 장이네? 한 번 읽어볼까?)을 심어줘야 하고, 그러면서도 강력하고 간결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onE PAGE'여야 한다. 기획자에게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즉, 복잡한 데이터를 줄이고 참신한 기획서를 만드는 것만이 곳곳에서 터지는 비즈니스의 범람을 막을 수 있다. 기획서는 미래의 사업을 이야기하기에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을 가져야 하고, 기획자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야 하기에 '논설문'과 같은 주제도 포함되어야 한다. 바로 '비즈니스 연설문'인 것이다. 저자는 이 모두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획한 내용을 제목 부제, 목표, 2차 목표, 논리적 근거, 재정, 현재 상태, 실행 등 여덟 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한 페이지를 꾸미라고 말한다.
이 여덟 개의 항목은 저자의 연구결과 즉 과거에 시저, 나폴레옹, 토머스 제퍼슨, 링컨이 사용했던 기본형식으로, 이 순서는 사고와 논증의 논리적이고 유기적인 진행에 따른 것이다. 저자가 사례로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최고의 1 Page Proposal 중 하나라고 꼽으면서 독립선언서 안에 여덟 개의 항목이 제시된 바를 지적해주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또한 저자가 과거로 돌아가 왕실의 건축가 헤몬이 되어 파라오 쿠푸가 세운 대 피라미드 건축에 대한 1 Page Proposal 을 한다면 하고 제시했던 기획서의 아이디어도 유익하다.
달랑 한 페이지인 기획서에 과연 모든 생각을 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이 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가능할 것 같다는 짐작이 들 것이며, '한장인 만큼 작성하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은 한편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례로 제시된 저자의 1 Page Proposal 들은 하나하나 훌륭한 기획서의 모범으로 보이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의욕마저 부른다. 120여 페이지 남짓의 1 Page Proposal을 쓰는 과정은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독려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날카롭게 선택된 언어로 표현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쓰는 기획서의 강력함에 자신을 가져야 하지만, 결함이 있는가 하는 조심스런 마음도 갖게 한다. 이러한1 Page Proposal 은 궁극적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표현방법이면서도 깔끔하고 균형미도 함께 겸비한 멋들어진 문서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획서를 읽어야 할 대상을 충분히 고려할 것', '내 생각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과 진심을 다할 것'이다. 늘 읽을 때 마다 새롭고, 배우게 되는 점. 이것이 고전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최고의 기획서 작성을 위한 최고의 매뉴얼,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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