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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영업·마케팅·세일즈·회계

퍼플 카우Purple Cow 는 블로그BLOG 의 위력을 읽었던 것일까?

by Richboy 2009. 4. 4.

 

 

 

 

 

퍼플 카우Purple Cow 는 블로그BLOG 의 위력을 읽었던 것일까?

 

 

 외국 여행 중에 도로 한가운데를 무단횡단하는 소 떼를 지켜본다면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일텐데, 만약 20분 동안 그 광경을 계속본다면 어떨까? 지루해지고, 시간이 아까워질 것이다. 이때, 그 소 떼 가운데 보랏빛 소가(Purple Cow)가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면 어떨까? 눈이 휘둥그레지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뭐지, 저건?"

 

  세스 고딘의 퍼플 카우Purple Cow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도 저것같고, 저것도 이것같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과 광고란 20분 동안을 점거하고 있는 소떼와 같다. 소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보랏빛 소는 특별한 신제품, 즉 리마커블remarkable한 신제품이다. 여기서 리마커블이란 얘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worth talking about)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무엇일까? 따분하고 식상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누런 소다. <퍼미션 마케팅>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저술가이자 변화의 전도사인 세스 고딘Seth Godin이 21세기 초에 '퍼플 카우'라는 신조어를 세상에 내놓아 이제껏 마케팅 법칙들을 새로 바꿔야 함을 역설해서 세상을 들었다 놓은 적이 있었다.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원제목 또한 퍼플 카우Purple Cow.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다시 읽은 이유는 단 하나. 리마커블한 마케팅을 주목하고 싶어서였다. 세스 고딘은 TV -산업 복합체(TV-industrial complex)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마케팅기법으로는 더 이상 기업과 제품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TV - 산업복합체의 원리란 이런 것이다.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선점되지 않은 틈새 시장을 찾아라. 공장을 짓고, TV광고를 많이 하라. 이렇게 광고만 뒷받침 되면 판로는 저절로 확보되고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매출이 늘어나면 공장을 바삐 돌려야 하고, 결국에는 이윤이 창출된다. 

 

  이렇듯 제품이 없어서 팔고, 널리 알리지 못해서 못파는 구시대적 마케팅 기법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세스 고딘은 말했다. 이제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내용이 세스 고딘의 주문이다. 당시만 해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책 속에 소개된 미국의 리마커블한 사례들은 중요한 벤치마킹의 소재들로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고 하지만 지금의 우리 시장을 살펴보면 세스 고딘의 미래지향적 마케팅은 더이상 리마커블한 퍼플 카우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우리에게는 후터스같은 리마커블한 패밀리 레스토랑도 없고(라이센스를 취득해 들어온 매장은 있지만), 허먼 밀러의 비싸지만 아트적인 의자도 만들지 않았으며, 뉴비틀이나 아이팟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생산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우리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찾으려면 우선 마케팅의 경로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디어(제품)의 확산 곡선을 무어의 곡선으로 설명해 보면 제품을 처음 만들었거나 그 작업에 참여한 이노베이터가 가장 먼저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고 그 다음 얼리어답터(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서 다른 사람들보다 첨단을 걷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전기 다수 수용자, 후기 다수 수용자, 지각 수용자의 순으로 제품을 사용한다. 세스 고딘은 얼리 어답터를 충분히 유혹할 만한 리마커블한 제품을 개발해야 퍼플 카우가 된다고 보았다. 동시에 얼리 어답터가 곡선상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쉽게 퍼뜨릴 수 있도록 만만하면서도 흥미를 돋우는 그런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얼리 어답터에 주목해 보자. 세스 고딘은 이들을 파리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가서 맨 앞줄에 앉거나(잡지 에디터, 연예인, 관계자), 인터넷 월드(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또는 첨단의 전문잡지를 읽는 사람들, 혹은 TV 프로그램등으로 보았다. 그들이 이노베이터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사용할 때 세상은 그들을 주목한다. 진정한 퍼플 카우의 승리는 '퍼져나가는 아이디어'에 있다고 말했다. 얼리 어답터들이 아이디어 바이러스의 핵심 유포자인 스니저(sneezers;재채기하는 사람 이란 뜻)가 되어 적극적으로 세상에 퍼뜨린다면 빙고! 퍼플 카우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스 고딘이 말하는 퍼플 카우 마케팅이란 얼리 어답터(동시에 스니저이기도 한)를 찾아내고, 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을 안긴다면 그들은 시키지 않아도 제품에 대해 얘기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은 이유는 우리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퍼플 카우는 별로 없는데, 왜 리마커블한 마케팅은 이미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유레카!" 그리고 찾아냈다. 그 답은 인터넷 인프라 있었다. 이미 시장은 퍼플카우를 만들기에 앞서 퍼플카우를 인지하는 경로를 먼저 터득한 것이다. 바로 블로그Blog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우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적용되는 것이란 걸 알았다. 오늘날은 무어의 곡선상에 있는 얼리 어답터와 전,후기 다수 수용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블로거Blogger 들이 있기 때문이다. 블로거들(여기서는 개인미디어측면이 강하다) 연예인과 TV 혹은 매체들과 함께 이노베이터의 제품과 아이디어를 관찰한다. 그리고 무어의 곡선상의 얼리 어답터들이 스니저가 되어 알리는 때와 시간을 같이 해서 블로깅blogging을 한다.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 후 엔터키Enter key를 누르는 순간 그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온 세상에 퍼지게 된다. 무어의 아이디어 곡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이론이 된 것이다(이는 헨릭 베일가드의 책,<트렌드를 읽는 기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은 블로거들이 얼리 어답터인 동시에 스니저가 되어 세상의 온갖 리마커블한 것들(아이디어나 제품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장소 그리고 사건과 관념을 포함한다)을 찾아내어 알리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정보에 링크하고 트랙백을 걸어 거미줄같이 엮어 놓아 새로운 생산자(프로슈머)가 되는데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웹Web 2.0세상인 것이다. 웹 기반의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았는지 모르지만, 퍼플 카우와 블로거와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 것은 두 번째로 이 책을 읽으면서이다. 

 

  좀 더생각을 해보자니 퍼플 카우를 만들어내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차이점과 퍼플 카우를 승리하게 만드는 '스니저'를 역이용하는 기업들의 실태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이 점은 지난 2007년에 나온 책 <보랏빛 소가 온다 2>를 마저 읽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하나의 정보 제공자로만 여겼었는데, 읽은 책들이 모여 새로운 깨달음을 제공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남들은 이미 알았던 간에). 이미 읽은 책을 묵혀 두었다가 다시 읽기의 힘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튼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