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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영마인드

달라이 라마, 세상을 이롭게 할 '비즈니스 리더십'을 말하다

by Richboy 2009. 4. 16.

 

 

 

 

 

 

달라이 라마, 세상을 이롭게 할 '비즈니스 리더십'을 말하다

 

  시장에서 손님과 장사꾼은 흥정을 하고 있다. 좀 더 깎자는 손님과 그럼 하나도 안남는다고 버티는 장사꾼. 결국은 약간의 덤을 주면서 이렇게 말하며 흥정을 맺는다.“이러면 밑지고 파는 거에요, 정말이에요, 손님.” 돌아서면서 손님들은 “하여튼 장사꾼은 모두가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 거짓말쟁이 장사꾼을 다시 찾아간다. 정말 밑지고 판 것을 안 건지, 다른 장사꾼보다는 덜 거짓말을 한 지는 모른다. 어쩌면 한 웅큼의 덤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 욕먹으면서도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장사꾼은 고개를 깊이 숙인다.

 

  우리나라의 상업은 사농공상 중 맨 꼴지였다. 흥정 붙고, 속인다는 이유였다. 장사꾼이 종교를 믿는 것도 우습다고 여겼다. 한편으론 종교를 믿고 사죄 받아야 매주 새로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냐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에서 말하는 ‘부가가치’는 때로 ‘부당한 이익’으로 불린다. 아무렴 어떠랴. 소비자가 그렇다는데... 거짓말쟁이로 욕을 먹을지언정 내가 그렇지 않으면 된다.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자주 와서 많이만 팔아주면 좋겠다. 이것이 장사꾼, 비즈니스맨들의 딜레마요, 비애다.

 

  불교와 비즈니스라... 처음엔 어딘가 모르게 물과 기름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의미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깊은 산중에 들어가 참인간을 위한 수행을 하는 종교인께서 비즈니스를 말한다니 과연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다. 반면 철저하게 제 3자가 되어 객관적으로 비즈니스를 관찰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사람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종교인 불교는 근본적인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깊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비즈니스맨들이 행복하고자 돈을 버는데 노력을 다한다면, 수행자들은 삶의 깨달음을 얻어 행복하고자 수행을 한다. 흥미로운 두 관계가 대조를 이룰 것인지 조화를 이룰 것인지 사뭇 궁금해졌다. <리더스 웨이>를 펼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원제목은 The Leader's Way: Business, Buddhism and Happiness in an Interconnected World 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며, 티베트 망명정부의 영적 지도자이고 ‘살아있는 부처’라 칭송받는 달라이 라마Dalai Lama 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레우렌스 판 덴 마위젠베르흐가 비즈니스 리더의 면면에 대해 의견을 내어놓고, 서로를 보충해 결론을 맺어가는 방식으로 서술한 특별한 형식의 책이다.

 

  인류의 평화를 위한 노력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고, 지금은 티베트 정부의 독립을 위해 세계를 돌며 노력하시는, 다시 말해 큰일을 하며 바쁘게 활동하시는 종교지도자가 비즈니스를 논하신 이유가 뭘까 하는 게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가진 의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좀 더 근본적인 곳을 건드려야 더욱 쉽게 널리 퍼질 수 있다는 마케팅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대단한 마케팅 전문가였다. 사회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리더와 지도자들을 먼저 변화시켜야겠다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헤아림으로 비춰졌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아닐까? 지극히 올바르신 판단이다.

 

  불교는 인간적 가치관을 강조한다. 전일론(全一論)적 시각, 즉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완전한 전체를 이룬다는 사상은 불교가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부와 노동, 소비와 행복을 대하는 불교의 철학은 우리가 소유하거나 성취하느냐 와는 달리 ‘만족할 때’ 비로서 생겨난다. 이는 물질적이고, 욕망의 충족을 이야기하는 서구의 그것과는 좀 다른데,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본능은 끊임없는 욕심이기에 결코 만족시키지 못하는 끝없는 순환고리이고, 행복은 혼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서 비롯된 상호적인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올바른 비즈니스의 방향에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비즈니스를 주관하는 ‘리더’에 주목했다. 이 책은 독자와 지도자들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 그 파장과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독자 스스로 비즈니스 리더가 되고 지도자가 되어 불교의 뜻이 담긴 마인드로 우선 자신을 수양하고, 조직을 이끌고, 나아가 세상의 주된 이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비즈니스와 사회가 좀 더 올바르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 나라의 지도자가 친분있는 경영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불명예를 얻고 있는가 하면 투자자의 자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직업적 윤리관을 가져야 할 금융업계의 수장들이 방만한 경영을 해 기업을 무너뜨리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가 하면, 대량감원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은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챙기는 악덕 기업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부도덕과 범죄도 밉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를 훌륭한 지도자라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라고 믿음을 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이 더 미워진다. “결국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는 체념은 세상엔 믿고 본받을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 Moral Hazard)는 이래서 생긴다. 그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면 더 가중한 벌을 받아야 함은 그 이유에서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믿게 만든 죄 때문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에 우선 한다면 그 순간부터 리더가 아니다. 진정한 리더는 침착하고, 평온하며 마음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흔들리지도 않아야 한다. 달라이 라마는 진정한 리더란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보편적인 책임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와 도덕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을 그르치거나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제라도 변하고자 한다면 고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는 사람의 지금까지 그가 행한 모든 일의 축적물로 본다. 가르카業의 이치란 선한 이을 행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악한 일을 행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악행을 저질렀더라도 선을 행하면 악행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변화는 곧 개선을 뜻한다. ‘점점 더 나아지는 것’, 이것은 경영의 핵심인 혁신innovation과 닮았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내용은 [리더의 여섯 가지 수행]과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일곱가지 마음수련법]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용어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에 해당하는 육바라밀(보살이 수행하는 여섯가지 바라밀법)을 나눔, 도덕적 원칙 지키기, 인내, 열정 다하기, 집중, 참지혜 깨닫기로 풀어 리더들이 먼저 스스로를 정화시키기를 권하고 있다. 이를 돕기 위해 제안된 걷기, 숨쉬기, 앉아 있기, 집중하기, 분석하기, 마음으로 그리기, 만트라 외기등의 일곱가지 마음수련법은 자정自靜을 위한 방법론으로 삼을 만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이 있다. 이들을 아우르면 모두 여덟 가지로 압축된다. 모욕이나 무시를 당하면 괴롭고, 칭찬을 받으면 마음이 들뜬다(심하면 고민이 된다). 실패를 경험하면 우울해지고, 상공을 경험하면 행복해진다(행복을 잃을까 고민된다). 또 가난해지면 낙심하고, 부를 얻으면 기뻐한다(얻은 부를 잃을까 고민된다). 마지막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나고, 명성을 얻으면 즐겁다(즐거움이 곧 사라질까 고민된다). 리더 역시 늘 고민 속에 살아간다.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는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 주었다.

 

  오늘날을 일러 ‘승자독식사회Winner takes all - society’라고 한다. 승자는 마땅히 박수와 찬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회는 승자를 등에 업어 그 명성을 함께 누리려 쏠리게 되고, 경쟁과 암투가 치열해져 그에 따른 비리와 부정, 그리고 승리감을 오래도록 누리려고 하는 욕심은 어울려 결국 ‘명예롭지 못한 승자’들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소비자를 보다 행복하게 하는데 있다. 리더의 존재 가치는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있다. 제일 앞에 선 리더는 반대로 가장 뒤에서 행복감을 누려야 한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이고, 지도자가 아닐까? 그 때가 그들이 행복할 때가 아닐까?

 

  달라이 라마가 보여주는 바람직한 ‘리더의 길’을 읽는 동안 세상의 리더들을 반추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내 떠오른 인물은 ‘마츠시타 고노스케’ 였다. ‘난 학력도 짧고, 몸도 약한 모자른 사람이다. 하지만 이 부족한 사람이 만들어낸 물건을 사랑해주는 소비자들을 위해 목숨바쳐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세상의 많은 제품 중 내 제품을 사랑하는 소비자는 나의 왕이다. 그 분들이 있어 내 회사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를 위해 물건을 만드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는 비슷한 내용으로 자신의 자서전에 쓴 바 있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장사꾼’으로 살아온 그는 소비자의 사랑을 알고, 소비자에 대한 사랑의 보답을 안 사람이었다. 그것을 행복으로 안 경영인이었다.

 

  존경하기 보다는 존경받기에 익숙한 경영인이나 지도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지금 현존하는 비즈니스 리더나 지도자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 책은 그들을 위한 책이다. 저보다 세상을 먼저 이롭게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사람이기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 보다 나은 인간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는 자기계발서들 그 누구의 것보다 “진중하고 무거운 말씀”이 될 것이다. 

 

 

 

0427, 반디 앤 루니스 온라인서점

 <오늘의 책>에 소개되었습니다.

꾸벅~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