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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 정도의 기개가 없다면 함부로 경영하지 말아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바를 배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책을 통해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1998년 9월, 월간지 <라이프Life> 가 선정한 <천년 동안 세상을 바꾼 100가지 사건> 중에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의 성경인쇄'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는데, 이처럼 활자에 의해 생산된 '책'은 인류가 생긴 이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자로서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를 다시 만났다. 지난 주 읽은 <사원의 마음가짐>에 이어 이번에는 <경영의 마음가짐>이다. 세 권의 시리즈 중 두번 째인 셈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분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경영인으로서 살아온 길도 훌륭하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순간 순간을 기록해 후세에게 들려주고, 함께 대화하려 했다는그의 자세는 더욱 훌륭하다. 나아가 경영인으로서 자서전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장사꾼으로서 부끄러움이 없이 살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회사를 만들고 제품을 만들어 인류에게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고, 좋은 책들을 많이 남겨 많은 경영자에게 잔소리꾼이 되기를 자청했다. 이 책은 자신의 평생에서 인생 후반부를 살아오면서 가졌던 직업, 경영인으로서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살다 간 사람이 ‘경영의 길’을 이야기하려면 한 질의 전접이 라도 부족하겠다. 그래서 일까? 200 페이지 남짓의 책 한 권에 담긴 그의 말들은 임팩트하고, 하나도 놓칠 것이 없었다. 모두가 소중한 충고, 머리에 담고 가슴 속 깊숙이 새겨둬야 할 교훈들 뿐이었다. 그는 경영을 일러 ‘살아 움직이는 종합 예술’이라고 말했다. 정치, 경제, 사회적 정세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기업 환경, 제품 생산, 판매 방법, 인재 육성, 재무 내용 등 경영의 요소 하나하나에 올바름 경영 이념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경영자는 ‘종합 예술의 연출자’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목표란 '주주들에게 최대의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서슴없이 M&A를 하고, 인적감원을 밥먹듯이 벌인다. 이런 근시안적 목표설정은 경영인들에게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를 불렀다. 도덕적 헤이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발 세계금융위기가 아닐까? 금융기업의 가장 윤리적인 기업정신은 ’투자자의 자금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일진대 근시안적 성장에의 집착과 탐욕이 세계를 불황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기업의 목표란 다름 아닌 사업을 더욱 탄탄하게 성장시키고, 훌륭한 사원을 육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해야 하는 이유, 훌륭한 사원들이 육성되어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 즉, 소비자들이 좀 더 기쁨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인류에의 공헌을 말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업은 ‘한번 해 볼까’ 정도로는 결코 안 되는 절체절명의 승부다”고 단언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목숨을 걸 정도의 기개’가 없이는 사업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그의 기업목표가 지금의 파나소닉을 있게 했구나’ 싶어 섬득하기까지 했다. 전설이 된 노老 회장의 충고는 경영이념에만 그치질 않았다.
프랜차이즈 업체여, ‘노렌’의 의미를 아는가?
옛날 일본의 점포엔 꼭 있었던 노렌. 즉 포렴布簾이라는 것인데 상점 출입구에 가게 이름을 써넣어 드리웠던 천을 말한다. 이 노렌은 ‘가게의 신용을 나타내 주는 상징’이며, 손님의 믿음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게의 생명처럼 여겨 손상되지 않도록 소중하게 생각한다. 가게 문을 열 때 제일 먼저 노렌을 펴고, 가게 문을 닫을 때는 가장 늦게 걷어낸다. 그들은 ‘노렌 나누기(분점차리기, 프랜차이즈)’ 또한 함부로 하지 않았다. 노렌의 신용을 손상시키지 않을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에게 노렌을 나누어줬다. 그리고 남발하지 않았다.
어디 그 뿐인가? 노렌의 전통만큼이나 손님을 소중히 여겨 그들을 위해 꾸준히 변화한다. 그래야 손님으로부터 계속 신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가맹점을 남발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브랜드 네임밸류만 믿고 찾아온 손님에게 옳지 않은 식재료로 장사를 하는 업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었다. “짓는 데 몇 년이 걸린 건물도 부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하다.” 촌철살인의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납품 회사와의 공존공영이 구매의 대원칙이다!
세계 최대 물류할인 매장이었던 ‘까르푸’와 ‘월마트’를 국내기업인 ‘E-mart'가 물리쳤을까? 아니면 애국심이 발동한 소비자들의 행동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들이 처음에 우리나라에서 호응을 얻은 이유는 ’현금결제‘였다.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어음을 끊었던 국내의 유통관행에 ’현금결제‘를 납품회사에게는 엄청난 헤게모니였다. 하지만 곧 그것이 ’치명적인 무기’가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외국계 할인업체들은 납품업체들에게 현금결제를 하는 대신 엄청난 가격할인을 요구했다. ‘그렇게 할인된 금액으로는 본전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항변을 하면, 두말 없이 업체를 바꿨다. 이러다 보니 우수 납품업체들은 하나 둘 씩 매장을 철수하게 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발업체들만 남게 되었다. 그후 소비자가 등을 돌리게 된 건 당연한 후순이었다. 처음 외국업체의 도약으로 당황했던 국내 할인유통업체들은 이 때를 틈타 꾸준한 유통과 물류 전반에 걸쳐 혁신을 이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외국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는 지금, 국내 할인유통업체들이 또 다시 납품업체들에게 ‘엄청난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뉴스를 만난다. 자신들이 무엇때문에 성공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납품업체에게 가격할인을 요구하기 전에 더 나은 물류혁신을 추구하라고 한다. 그리고 납품회사의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할인정책을 추진하라고 말한다. 물론 정황과 사정을 설명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 납품업체는 본사의 자매사다. 즉 가족이다. 자매사를 죽이면 머지 않아 본사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가격 경쟁력 확보’만을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일부 할인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경영의 신답게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기업마다 명확한 경영 이념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가?’ 하는 고민인데, 경영이념은 ‘무엇이 정당한가’라는 인생관, 사회관, 세계관을 바탕으로 확립되어야 하고, 이런 도덕적 토대가 올바른 경영 이념이 세워진다고 보았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자 하는 생각’으로 경영 이념을 수립하면 국내외, 나아가 미래에도 통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경영자의 길은 어렵고 외롭다. 우선 기업을 잘 이끌어야 하고, 직원들을 기쁘게 해야 하고, 나아가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기쁘게 해야 한다. 모두를 기쁘게 한 후 생기는 이익이 바로 경영자의 몫이란다. 모두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의 책임은 모두 경영자의 몫이란다. 어찌 어렵고 외롭지 않겠는가? 한편 경영자는 아무나 해서도 안되고, 하무나 할 수도 없는 일이란 것을 느꼈다. 또한 최소한 소비자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경영인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경영자들에게는 지침이 되는 필독서이고, 독자들에게는 경영의 세계를 이해하게 하는 훌륭한 안내서일 것이다. 이런 책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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