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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2009년 가을, 지구를 지키기 위해로 돌아온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날아라 힘차게 나-는 우주소년~아-톰~...” 초등학생 시절의 한동안, 내 손엔 엄마가 일곱 살 때 생일선물로 사 주신 아톰인형이 들려 있었다. 조그마한 손이지만 힘을 줘 꽉 쥐면 ‘삐~이~익“소리가 나는 기특한 녀석이었다. 약간은 말랑해서 사람 피부같은(어림도 없겠지만) 플라스틱 재질의 아톰은 오른손을 쭉 펴고 왼손은 허리에 붙인 채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 오를 것 같은 표정을 한 모습이었다. 물에 젖을 염려도 없고, 녹도 슬지 않아 목욕을 할 때면 꼭 필요한 절친한 친구, 그래서 가물에 콩나듯 동네 목욕탕이라도 갈라치면 손바닥이 할머니 손처럼 쭈글쭈글해 질 때까지, 몸통이 허옇게 불어터질 때까지 몇 시간동안 아톰과 함께 한 편의 모험영화를 찍었더랬다. 2학년을 마무리 할 때 즈음 악당괴수, 옆 집 리트리버와 한 판 붙다가 물려서 얼굴이 일그러진 이후엔 다락방 장난감 바구니에 모셔져 영구폐기 되긴 했지만, 초합금(악당괴수가 물어도 상관없는) 로버트 태권V를 입양할 때까지는 내 소중한 히어로였다.
그런 기억이 남았던 터라 얼마 전 <아톰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에 눈이 번쩍했다(현재의 나이는 때로 추억에 지배당한다). 아톰이 부활했나? 이제와 무엇이 슬프다는 건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아련한 추억에 밀려 냉큼 집어 들었다. 아톰은 아무 말도 없었다, 대실망. 그를 만든 아버지, 데츠카 오사무手塚 治虫가 주인공이었다. 이 책은 1946년에 태어나 1989년 위암으로 투병중 사망할 때까지 약 43년간 그의 끊임없는 창작활동을 하게 한 원동력이었던 어린이, 자연, 환경, 과학기술, 아톰, 그리고 지구에 대해 고민한 기록들을 한데 모아 유족들이 책으로 만든 것이었다.
수많은 만화작품들을 통해 정작 그가 말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이며, 그가 창작하는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에피소드와 비밀들을 털어놓았다. 일개 만화가가 만화책이 아닌 아닌 수필집으로(그것도 유작으로) 책을 내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책장을 덮은 후에는 만화대국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만화가가 ‘데츠카 오사무手塚 治虫’ 인 이유를 알 듯 했다. 그는 만화가 이면서, 환경운동가였고, 과학자였으며, 사상가였다. 원제목은 ガラスの地球を救え―二十一世紀の君たちへ ;유리같은 지구를 구하라 - 21세기의 제군들에게.. . 꽤나 장중한 원제목이다.
“지구의 죽음. 그것은 우리의 자손들과 그것은 우리의 자손들과 이웃의 아이들, 오늘은 활기차게 웃고 울고 장난을 치며 어른들을 성가시게 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더없이 소중한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자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너무나도 참혹한 일인 것입니다.
지구는 이제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인류는 어디서부터 항로를 이탈한 것일까요?“ (14 쪽)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성장에만 관심을 두던 1980년대에 그는 과학발전에 놀라기에 앞서 자연과 지구 그 속에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을 염려했다. 과학이란 본래 인류의 행복을 위해 생긴 것, 하지만 점점 지구를 파괴하는 원흉이 되고 있는 현실을 두려워했다. 나의 영웅이기도 했던 10만 마력의 힘을 지닌 정의의 사자 ‘우주소년 아톰(일본의 만화 제목은 철완 아톰이고, 미국에서는 애스트로 보이Astro Boy로 불렸다)’ 역시 과학지상주의를 칭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지구환경 파괴에 맞서 지구의 멸망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어릴 때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이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독자들은 아톰은 늘 인간들에게 내내 ‘과학이 낳은 생명체’로만 여겨졌다. 아톰이란 작품이 인간과 소통할 수 없듯, 지금 인류는 지구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책에서 여러 부분을 통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정보화 시대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 마치 홍수가 범람하듯 쏟아지는 정보들에 우려를 표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역시 인류의 미래인 어린이를 먼저 생각했다.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폭력과 비행, 부모 자식 간의 단절, 생명 경시 풍조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지금껏 흡수하고 축적한 정보들이 그렇게 만든 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란 ‘생명의 존엄을 전하는 메시지’이고 이러한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지금같은 고도 정보화 사회에 우리 어른들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임을 강조했다.
SF 즉, 공상과학을 토대로 만화를 무수히 제작했고, ‘밀림의 왕 레오’와 같이 동물과 자연을 주제로 한 만화도 만들었던 그인 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한 그의 수준은 철학자를 버금갔다. 이것은 어쩌면 오늘날의 컨텐츠 제공자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고민이다. 어쩌면 당연한 그의 생각에 새삼 놀라고 배우게 되는 것은 오늘날 ‘흥행몰이와 인기, 시청률’에 급급하며 만들어지는 컨텐츠들 속에서 그와 같은 고민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소년 아톰>은 이제껏 수많은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고 있고, 컴퓨터게임과 영화, 만화책등으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올해, 그러니까 2009년 가을에 개봉을 예정으로 3D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헐리우드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데츠카 오사무의 생각은 아직 왕성한 생명력을 지녔고, 오히려 ‘기후온난화’로 지구종말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요즘에 더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컨텐츠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lashfilm.com/2007/10/05/first-look-astroboy/
http://splashpage.mtv.com/2009/01/05/new-astro-boy-character-concept-art-hit-the-net/
이 책은 일반적인 ‘인터뷰 풍의 기사 모음’이 아니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를 만드는 창작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가로서 ‘진심’이 담긴 고민과 조언들이 들어 있었다. ‘데츠카의 만화는 휴머니즘Humanism 이다’ 라는 세인들의 평가를 실감하게 했다. 스토리텔링과 컨텐츠가 세상을 주름잡는 지식정보화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야기’는 재미에 앞서 생각이 앞서고, 그 생각은 ‘진심이 담긴 인간성’을 지녀야 함을 새삼 일깨워줬다. 일본에서 만화(그들은 ‘망가’라고 부르겠지만)는 이제 예술의 한 장르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중심에 데츠카 오사무가 있고, 그는 이미 없지만, 그의 생각을 닮은 작품, 아톰은 아직 이 세상을 살고 있다. 휴머니즘의 대표작 ‘아톰’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의 통찰력은 앞으로 한동안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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