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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자기계발

행복한 마이너 - 가볍지는 않지만, 조금은 수다스러운...아쉬운 책

by Richboy 2009. 6. 14.

 

 

 

 

 

 

 

가볍지는 않지만, 조금은 수다스러운...아쉬운 책

 

  내가 생각하는 또래의 근성있는 멋쟁이가 세 명 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홍록기, 남성잡지 GQ의 이충걸 편집장, 그리고 오피스h의 대표인 황의건이다. 훈남과 꽃남이 수두룩해진 요즘 왜 하필 그들 세 명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근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자신들이 20대일 때부터 쭉 멋쟁이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스로’ 멋쟁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젠 모두가 그들이 멋쟁이의 정상에 있다는 것을 안다. 한 사람은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 한 사람은 트렌드 결정자로, 그리고 마지막은 트렌드 커뮤니케이터로서 그들이 움직이는 곳에 트렌드가 함께 움직인다. 일반인보다 좀 더 빨리, 많이 그리고 쉽게 트렌드와 유행을 만날 수 있으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색을 고집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멋쟁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들이 부럽다. 멋쟁이들은 나이도 잊기 때문이다.

 

  홍록기라는 인물은 잘 모른다. 연예인은 꽃과 그림일 뿐, 거리감을 두고 봐야 참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면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강남의 유명한 클럽을 운영하면서 훌륭한 사업가로 변신중이라는 정도일 뿐. GQ의 이충걸 편집장은 세 명의 멋쟁이 중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무척 좋아하는 정도니까. 창간호부터 GQ를 매 월 빠짐없이 읽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잡지의 첫부분에 쓴 Editer's Letter 때문이다. 그는 글을 정말 잘 쓴다.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한 문장에(다소 긴 숨과 생각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다. 유행의 선두에 있으면서도 유행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하루 종일 명품을 접하면서도 자신만의 명품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 호불호의 명확함 때문일까? 수많은 여성들 속에서 일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싱글이다(우연히도 세 명의 멋쟁이 모두 싱글이다). 난 변함없는 그의 주관을 존경하고, 까칠함이 뭍어나는 그의 글을 좋아한다. 지난 해 쓴 책<갖고 싶은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미처 탐구되지 않았던 쇼핑에 대한 뜻밖의 기록>(http://blog.daum.net/tobfreeman/7162518)은 그의 최근 책이다. 한가한 주말 오후 하릴없이 멋쟁이 운운하는 이유는 오늘 <행복한 마이너>를 읽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멋쟁이 황의건이 <샴페인 맨>에 이어 두 번째로 쓴 책이다. 

 

 

 

 

 

 

  똑똑하고 영민한 인재들이 죄다 판검사와 의사로 빠져나가는 이 땅에 한 눈을 팔아 다른 세상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음으로 양으로 그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해도 잘 할 것 같은 멋진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황의건’이라는 제 이름 석자를 브랜드로 만들었고, 시장을 헤집고 다닌다. 지금은 오피스h에서 유행을 이끄는 브랜드들의 홍보를 담당하며 소비자들과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브랜드 커뮤니케이터’라고 불렀다. 그에게 관심을 둔 계기는 어느 남성잡지에서 독자들의 스타일을 잡아주며 멘토링을 하는 <패션 코치>컬럼을 읽으면서부터다. 의뢰인인 독자가 자신의 신상과 직업, 신체사이즈, 그리고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지원의 변辯이 소개되면 그에게 잘 맞는 코디네이션을 제공해 주는 컬럼인데, 황의건의 선택과 조언은 탁월해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특정 브랜드를 조언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면 체형과 직업 그리고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매 번 독자로 하여금 ‘혹’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잡지의 특성상 컬럼니스트의 직업상 3-6 개월 하다가 그치고 마는 기획이 아니라 고정컬럼으로 자리매김할 정도의 성실성을 갖추고 있어서 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것일테고...

 

  이 책은 전체적으로 홍보맨인 자신의 일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이야기하고 있다. 회사를 독립해서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의 짧은 기록으로 엮은 [Part 1. 나는 Mr. PR 황의건이다]는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권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홍보관과 일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뭍어 있고, 홍보맨으로서의 자신감이 대단해서 그는 믿을 수 있겠다는 느낌까지 전해준다. 후반부에 있는 성공을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또한 비즈니스맨이라면 놓치지 말고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에 느낀 강렬함은 잦아진다. 세간에서 말하는 브랜드 ‘황의건’에 관한 진실들, 자신이 맡았던 브랜드와 회사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등으로 전과는 차이가 두드러진다. 자신의 싱글라이프와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중반부는 편하게 자신을, 행복한 마이너를 ‘이야기한다’는 느낌 보다는 ‘알린다’는 느낌이 강해져 듣기를 강요당하는 기분을 갖게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도, 동의를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서 책이 ‘그’ 라면 말 중간에 묻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이 부분에서부터 이 책은 누구를 독자로 삼았는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난 앞에서 말한 대로 멋쟁이 남성의 멋진 글을 기대하고 펼쳤는데, 내용의 전개나 문체가 여성을 향하고 있었다. 난 그에게서 읽기도 어려운 러블리 샴페인이나 감성와인을 추천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홍보맨이라면 이 책에서는 오히려 ‘홍보맨’ 황의건은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최소한 상품을 추천하고, 자신이 홍보한 제품들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홍보맨으로서 그가 만들어내는 홍보 컨셉의 창의력이나 아이디어의 소스는 무엇이고, 어떤 무엇이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가 좀 더 관념적인 서술이 부족했다. 왜냐하면 이 책을 굳이 읽지 않더라도 그는 충분히 알만한 사람은 아는 리마커블한 멋쟁이자 홍보맨이기 때문이다.

 

  내 기대가 큰 때문인지도, 책 전반에 걸쳐 남성들의 트렌드와 스타일에 대한 언급이 적어 실망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말에 비해 글을 쓸 공간은 지극히 협소하다는 느낌은 충분했다. 할 말이 많은 사람, 그런 그가 5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전체적인 느낌은 오피스h와 홍보맨 황의건의 브로셔brochure를 들여다 본 것 같다. 난 그가 했던 일, 사진들보다 그의 깊은 생각, 개똥철학을 듣고 싶었다. 다음 책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