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Creative? 라고 묻고 싶었던 책!
이 책은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양대 산맥으로 급부상한 ‘홈플러스Home plus’가 속한 홈플러스 그룹의 이승한 회장이 ‘창조’에 관해 쓴 책이다. 그래서 제목 H2C 역시 How To Create?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이회장의 ‘창조’에 있던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어떤 기업인가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어떤 기업이고, 리더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마트E-Mar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는가?’ 이 질문이 이 책을 펼치게 한 것이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창조적인 사람’이었던가를 자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딱히 ‘크리에이티브한 면모’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저자가 거론한 내용들은 창조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재치, 기지, 혹은 순발력을 발휘했다고 봐야 할텐데, 이런 내용은 일반적인 비즈니스맨들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들이어서 특별한 감흥을 얻기는 어려웠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비즈니스의 선두에서 지휘하는 리더이기에 자신의 뜻이 온전히 관철되기가 쉽다는 점에서 그 성과는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업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직접 기획하고, 진두지휘하여 성과를 보려고 했던 점들은 다른 경영자들과 비교해 볼 때 액티브하다는 인상을 받기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이 과연 크리에이티브했는가 하는 데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경영자들이 쓴 책을 읽어보면 책을 쓴 의도에 있어서 대략 두 가지 경향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느꼈던 소회들이 많아서 그것을 후배나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쓸 때 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성공 일변도였다고 알리고 싶을 때이다. 후학을 위한 의도에서 쓴 책을 읽어보면 ‘가르침’을 발견한다. 문체는 저자가 독자에게 대화를 하는 듯 저자의 문체에서 ‘의문’을 발견하고, 자신의 경우를 따져 빗대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래서 읽고 난 후엔 ‘한 수 배웠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의도로 쓴 책을 읽게 되면 독자는 저자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는 청중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은 두 번째에 가까웠다. 남들이 평가하고 추종해야 할 항들을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은 창조였다’고 스스로 말하는 점도 어색했고, 딱히 ‘창조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모두 창조적이라고 한다면, 굳이 ‘창조적 창의적 인재’가 부족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몇 달 전 세븐일레븐의 회장, 스즈키 도시후미가 쓴 책 <장사의 원점>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았다. 비슷한 업종인 만큼 이 책과 함께 비교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영세소매상들 간의 대립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다점포체제의 구축을 위해서 점포개설확대를 계속하면서 SSM 형태의 소점포 매장까지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지자체의 대형마트 입점 저지문제는 지역경제보호와 자유기업논리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데 이 책을 들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 즉, 법적 인격을 말한다. 지역에 입점해 지역 주민과 더불어 공생을 목표로 하는 업종의 리더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창조적인 리더인 저자라면 더욱 더 고민했을 법한 문제가 아닐까? 독자에게 생각을 던지기에는 깊이가 너무 얕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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