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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들 VS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그리고 박민규의 소설

by Richboy 2009. 12. 11.

  

 

 

 

Las Meninas (시녀들 )1656. 디에고 벨라스케스
캔버스에 유채 318 x276cm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작품을 클릭하시면, 더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라벨이 서민인 자기 신분과는 다른 왕녀를 영원한 사랑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하나의 플라토닉 러브일 것이다. 그는 그림 속 왕녀의 기품있는 얼굴이며 몸의 아름다움에서 남몰래 새로운 짝사랑의 대상을 발견했다.”

 

17세기의 이름 높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끔찍이도 사랑한 모리스 라벨(1875~ 1937)은 흥겨운 관현악곡 <볼레로>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작곡가다.

 

그는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지만 미술에도 역시 소양이 깊어 시적이고도 회화적인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그중 하나다. 라벨은 천재답게 루브르 미술관에서 벨라스케스의 그림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24세 때 이 피아노곡을 썼다.

 

한편, 라벨은 62세에 죽기까지 이렇다 할 애인도 없이 오직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설령 애인이 있었다면 오직 홀어머니뿐이었고 인생을 마칠 때까지 그는 사춘기에 본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을 음악으로 즐겨 그렸다.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우리의 자화상!
스무 살, 특별한 그녀와의 사랑이 펼쳐진다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박민규의 독특한 연애소설『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을 빌려, 못생긴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스스로 '80년대 빈티지 신파'라고 말할 만큼, 자본주의가 시작된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무대로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풀어놓는다.

1999년의 겨울, 34세의 성공한 작가인 '나'는 언제나처럼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듣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 레코드를 선물했던, 잊지 못할 단 한 명의 여인을 추억한다. 스무 살이었던 1986년, 온 나라가 빠른 경제성장을 타고 부를 향해 미친듯이 나아가던 그 시절. '나'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정신적 스승이 되어주었던 요한과, 사람들이 쳐다보기 싫어할 정도로 못생긴 그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지니고 있는 '나'와 그녀는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그녀는 외모로 인한 상처를 안고 그를 떠난다. 세월이 흐르고 소설가로 성공한 '나'는 수소문 끝에 그녀가 독일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온라인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이다. 작가가 이전에 보여주었던 비판의식이 이번에는 외모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격으로 표현되고 있다. 모리스 라벨이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듯, 작가는 죽은 왕녀 곁에 선 시녀의 모습에서 부와 권력에 농락당한 사람들의 그림자를 발견해냈다. 특히 영화의 디렉터스 컷과 같은 '라이터스 컷'을 수록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자와의 인터뷰:

http://book.naver.com/bookdb/event_view.nhn?bid=6042607 

 

  사석에서 듣게 된 작가의 말처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모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아름다운 어느 한 사람의 화려한 빛이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 각자의 인생들이 자신감 있게 전원 스위치를 켜고 내면의 빛을 밝혀야 사랑도 세상도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소설에서 특기할 점은 책의 말미에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을 도입한 것이다.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디렉터스 컷과 같은 장치로 독자들이 본 내용의 결말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작가의 특별한 기획이다. 또한 이 소설만을 위한 BMG 음반이 제작되었다. 아련한 추억을 환기시키는 머쉬룸 밴드의 음악이 소설읽기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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