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노볼THE SNOWBALL
- 앨리스 슈뢰더 저, 이경식 역, 2009,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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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제대로 된 눈 위에 서 있다면 눈덩이 굴리기는 이미 시작된 겁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이건 돈을 불리는 이야기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친구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입니다.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이 호감을 가지고서 제가 먼저 붙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본인 스스로 촉촉한 눈이 되어야 합니다. 잘 뭉쳐지게 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눈을 계속 붙여야 합니다. 갔던 길을 물리고 뒤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덕 위까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인생이 그런 겁니다.“
워런 버핏에게 있어 스노볼은 투자를 넘어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을 사는 방법을 대표하는 단어입니다. 바로 ‘무엇이든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뜻이죠. 이것이 바로 워런 버핏이 살아가는 방식인 겁니다. ‘스노볼‘은 ’세계 최고의 부자‘라는 화려한 간판보다는 ’제 인생을 온전히 저다운 근성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비춰집니다.
이 책을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금융산업’시대를 맞아 우리 대부분은 금액에 상관없이 ‘투자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겨운 밥벌이’ 운운하며 우리가 직장을 나가고 사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돈’을 벌어 지금보다 더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투자행위’ 역시 내 일과 상관없이 ‘돈이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서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보다 더 앞당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죠. 당신에게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 즉, 행복한 생활이란게 무엇인가요? 그저 돈을 더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쓰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돈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돈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 필요없어. 돈만 더 주면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는 겁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돈‘만을 위해 벼랑 끝일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길을 내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를 위해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가치투자’라는 뚜렷한 투자관을 정립하고, 자신이 가장 행복한 방법을 통해 투자했습니다. 일확천금을 벌어들일 수많은 방법이 그를 유혹했지만, 자신이 지금껏 걸어온 인생에 어긋남이 없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클릭Click산업‘으로 대표되는 IT 혁명이 있을 때도 그는 ’브릭Brick산업‘에만 투자했답니다. 당신의 투자관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떻게 부자가 되고 싶습니까? 그리고 하나 뿐인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습니까? 이 책을 읽는다면 투자를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오마하 현인‘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죽기 전에 ’평전‘을 내도록 허락한 이유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깨우치길 바란 때문일 겁니다. 책 제목처럼 그래야 행복이라는 복리가 조금 더 빨리 늘어날 테니까요. 스스로가 투자자라면 놓쳐서는 안될 최고의 책입니다.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2009,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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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는 문외한인 제가 올해 얻은 큰 수확이 있다면 아마도 소설가 ‘박민규’를 알게 된 것일 겁니다. 세상의 판단대로라면 저 역시 <1Q84>에게 손을 들어줘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전 두 번째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 선정했습니다(저의 뒷통수에 조금 남아있는 반골기질 탓이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을 흔들리기 위해 읽습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을 실용서에서 찾는다면 내 마음을 흔들어줄 무엇은 영화나 소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으로부터 흔들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살 만큼 살았다고, 나름의 ‘개똥철학’이 생겼다고 남의 이야기에 찬동하기 보다는 제 생각을 어거지로 우기는 ‘똥고집’을 피우게 되죠. 소설과 영화는 사고思考를 확장시켜 줍니다. 이 장르의 기본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동일시하게 되고, 그래서 간접경험을 얻게 되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배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저를 제대로, 그리고 많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파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장형식을 파괴하고, 우리의 고정관념을 파괴합니다. 그리고 파격적인 시도들도 선보입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금방 익숙해져서 다른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걱정하게 합니다.
소설의 소재는 ‘외모’이고, 주제는 ‘사랑’입니다. 흔하디 흔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구성으로 저를 흔들었습니다. 스무 살 청춘들의 러브스토리는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늙어버린 제게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공감과 동감에 수없이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었죠.
또한 제가 사랑하는 ‘데미안’이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습니다. 소설 속 세 번째 주인공인 요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눈에 밟힐 만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요한은 ‘박민규’더란 말이죠. 그래서 그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그의 소설을 추적해 읽어볼까 합니다. 올해 박민규를 만난 건 내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3. 주식투자란 무엇인가1 - 박경철, 2009, 리더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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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하라. 그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려고 있는지,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천리안과 같은 무서운 적이다. 시장은 내 머리속에 들어앉아 내 마음을 읽기 때문에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시장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 성공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무서운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언컨대 천하의 고수든, 평범한 투자자든, 오늘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든, 이 책을 쓴 나 같은 사람이든 내일의 주식시장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다."
책 속에 있는 이 내용은 개미투자자들의 친구인 시골의사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핵심입니다. 읽어보면 당연한 진리, 하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던지기(投資) 전에는 의심하고, 부정하다가도 막상 사버린 후에는 ‘당연히 오를 것’으로 믿어버립니다. 사람이기에 갖게 되는 필연적인 오류죠.
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을 좀처럼 일으키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이 무서운 줄을 익히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최대한 ‘시장을 읽은 후’에 투자합니다. 그리고 지수가 오르느냐 내리느냐의 절반의 상황 중에 최소한 51%의 확률을 판단했을 때 그 때 투자를 단행합니다. 51% 밖에 안되냐고요? 찌라시나 소문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10% 확률보다는 한참 높지 않나요?
투자에 관련된 책을 찾고, 전문가의 강연을 찾는 사람들의 가장 큰 잘못은 ‘알려고 하는 것’입니다. 책을 찾고, 강연회를 찾을 때는 ‘알려고’할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해야 합니다. 어디에도 ‘투자처’를 지목해 주지 않습니다. 혹 알려준다 하더라도 모종의 ‘작전의 술수’가 들어간 소스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배우려는 마음으로 찾는다면 지금보다 더 큰 소득을 얻을 겁니다.
이 책은 투자서가 아닙니다. ‘주식투자 경계서’라고 해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시골의사가 책 한 권 내내 하는 말은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돈을 휴지통에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올해 출간되어 많은 호응을 얻으며 팔려나갔음에도 뒷말이 없는 이유는 아마 이런 내용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면서 자신의 투자성적을 살펴본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나의 오류’를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껏 주식이나 펀드투자를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할 겁니다.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에 앞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제게도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던져준 책입니다. 시골의사가 다시 한 번 경고를 하네요.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단언컨대 주식투자는 보편적인 개인투자자가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큰 손실이 없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고, 주식시장이 지금의 10분의 1로 폭락해서 주권 한 장이 담배 한 개비의 가격밖에 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4.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 존 보글 저, 이건 역, 2009,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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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스템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문제는 이런 가치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답은 명백하다. 금융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부문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스스로 지불한 비용 수준과 비슷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유일한 산업이다. 실제로 간단한 산수의 잔인한 법칙에 따르면, 투자자들 전체로 보면 이들은 자신이 지불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역설적으로 말해서, 투자자들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보상을 모두 받을 것이다!).”
올해 제가 이 책의 저자인 존 보글을 알게 된 것도 큰 행운 중 하나입니다. 몇 해 전부터 펀드투자를 하면서 가졌던 의문과 불만을 말끔하게 해소해 준 사람이니까요. 존 보글은 투자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인덱스 펀드는 운용비와 수수료가 가장 적게 들고, 가장 안전한 펀드 그래서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시대인 오늘날에는 가장 ‘보수적’인 투자수단으로 분류되는 펀드입니다.
존 보글은 묘하게도 가치투자와 장기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한 투자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워런 버핏의 투자관과 엇비슷하게 맞물립니다. 한마디로 ‘사람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났냐?’는 말이죠. 투자에 목숨걸다 인생마저 목숨걸지 말고, 소중한 내 인생 보다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가는 투자방식을 취하라고 두 사람이 전하는 듯 합니다.
저자가 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고 해서 ‘자화자찬’하지 않습니다. 대신 오늘날 세상에 존재하는 간접펀드의 맹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지금의 간접펀드시스템으로는 직접투자만큼 위험하진 않겠지만, 결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을 수 없음을 하나하나 파헤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간접투자에 대한 여러분의 마인드가 바뀔지도 모르게 되죠.
중요한 것은 저자가 투자자인 독자들에게 던지는 조언입니다. 존 보글John C. Bogle은 우리에게 “충분함을 알라.”고 말합니다. 우연한 성공에 도취되어 너무 규모를 키웠다가 말 그대로 ‘거지’가 된 사업가, 상자 하나에 가득 담긴 현금뭉치에 현혹되어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선무당 즉,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설명합니다. 간접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입니다.
5.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저, 양윤옥 역, 2009,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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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뒤져봐도 이 책보다 더 나은 책을 찾아볼 수 없네요. 마지막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1Q84입니다. 대학시절 ‘상실의 시대’를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 후 제가 그에게 갖는 생각은 항상 ‘미스터리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소설을 통해 그를 만나고 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소설을 꽤 읽은 편이지만, 매번 읽은 내용을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들게 했었죠. 뭔가 더 깊은 뜻 숨은 의도가 있을 법한 소설가, 그래서 그를 추종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이제껏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알 법 했습니다. 혹자들은 이 소설이 가장 그답게 만든 완성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해하기 쉬웠는지도 모릅니다. 제겐 소설이 이렇게 흥미롭던가? 하는 것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베스트셀러적 문학 요소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 오늘날 독자의 코드를 잘 이해했다고 봐야죠. 어쩌면 이전의 소설들은 독자들보다 조금 앞선 감이 없잖았습니다. 가장 흔한 주제인 사랑을 소재로 펼친 이야기는 드라마틱하고 SF적인 요소마저 갖추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음악, 예술, 라이프스타일적 요소들을 소설의 곳곳에 감추어 독자들의 매료시킵니다. 만약 이 소설이 전자책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그가 말하는 요소들을 바로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면, 책 만큼이나 ‘히트상품’이 될 것 같습니다(전자책이 종이책과 차별화된 점이 이런 게 아닐까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만들어버린 이 소설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껏 저처럼 하루키의 소설을 어려워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네요. 새로이 버전업된 하루키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리치보이가 선정한 2009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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