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향수를 뿌리면 전두엽이 젊어진다?
조두진의 소설 중에 <마라토너의 흡연>이라는 단편이 있다. 다소 역설적인 이 제목은 사실 발상의 전환을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 소설 속 주인공은 ‘마라토너가 흡연을 해서 되겠는가‘라는 세인의 우려와는 반대로 흡연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뛰는 사내다. ’그렇게까지 하면서까지 담배를 피워야겠냐‘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지극한 담배에 대한 사랑과 단명短命으로 인한 가계부양의 책임간의 적당한 타협안인 듯 해 ’그것참 대단하다‘고 나는 탄복했다.
그 무엇이든 ’금지당하는 욕망‘은 자체가 괴로움이다. 새해를 맞아 당당히 금연을 선언했지만 흡연의 욕구를 참지 못해 몰래 숨겨피우며 스트레스를 자처한 남성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거짓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흡연의 해악‘ 못잖게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든다. 정 담배가 피우고 싶다면 ’마라토너‘가 되어보는 건 어떨지...
흡연 뿐 아니라 한 살씩 나이가 더해질 때마다 줄이거나 금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연장자가 될수록 책임과 의무는 늘어나는 반면 개인적 욕망추구는 해서는 안될 ‘짓’이 되어 버린다. 가정이나 조직의 구성원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슬프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항변한다. “나이먹는 것도 죄냐?”고.
책 <철없는 남자는 늙지 않는다>의 저자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마라톤을 해서라도 담배를 피우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욕망을 참지 마세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래야 안 늙습니다.”라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철이 든다’는 것은 ‘얌전해진다는 것’이요, ‘얌전해짐‘은 곧 ’늙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중장년층을 전문으로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늙었다‘는 표현은 의학적 소견으로는 ’전두엽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제목은 人は「感情」から老化する - 사람은 감정으로부터 노화된다
전두엽前頭葉은 과연 무엇일까? 전두엽은 대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뇌의 일부로 사고, 의욕, 감정, 성격, 이성 등을 담당하는데, 나이를 먹으면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내고 싸우는 등의 감정표현을 하는 것은 뇌의 변연계에서 담당한다. 전두엽은 그보다 좀 더 섬세한 감정이나 감정에 바탕을 둔 수준 높은 판단을 담당하는 이른바 감정의 사령탑이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을 읽고 감동하거나 거기에서 촉발된 감정적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전두엽의 활동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두엽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여 젊게 유지한다면 노인이 아닌 ‘젊은 오빠’로 오래동안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전두엽의 노화는 빠르면 40-50대부터 시작되는데, 전두엽이 노화하여 기능이 떨어지면 자발성이나 의욕이 쇠약해진다. 다시 말해 노화 예방에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아 늙어지는 대로 방치하고 있다면 전두엽의 노화가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젊은 노인’과 ‘진짜 노인’의 차이는 ‘의욕’의 차이에서 시작되고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감정이 노화하면 ‘귀찮아’, ‘이제 이런 일은 하기 싫다.’ 같은 말이 입버릇처럼 튀어나온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말도 자주 하게 된다.
“더 이상 똑똑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이 나이에 무슨...이 정도면 충분해.”
이런 식으로 스스로 노화를 인정하고 기회를 포기해 버린다. 삶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는 것이다. (중략) 어떤 새로운 일에 대해서든 ‘귀찮아’, ‘힘든 일은 이제 하고 싶지 않아.’ 따위의 말만 내뱉는다면 이제 당신은 정말로 노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잊지 말라. ‘욕망’을 유지하는 것도 감정의 노화와 싸우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문 42쪽)
저자의 말대로라면 ‘젊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는 ‘의욕’이 되고, 이 ‘의욕’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더 이상 늙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체력뿐만 아니라 두뇌의 기능과 감정 역시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쇠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자극이 없는 생활을 계속하면 감정은 녹이슬어버리는데, 뇌과학적으로는 전두엽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연히 축소되는데, 그냥 내버려두면 감정이 더욱더 빠른 속도로 쇠약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감정을 자극하는 생활’을 유지해야 좀 더 젊게 살 수 있다.
한편 전두엽을 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때 국내에 큰 히트를 쳤고,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DS라는 게임기에는 <뇌를 단련하는 성인용 DS 트레이닝>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팔린 바 있는데, 이와 비슷한 두뇌 능력 개발 소프트웨어 등은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전두엽의 활성화하는 일정한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단지 워밍업이고, 자동차 엔진을 켜 놓았을 뿐 차가 그대로 멈추어 서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이렇게 전두엽을 자극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감정의 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두엽을 젊게 하려면 활동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며 “무슨 일이든 의욕이 없는 사람과 무슨 일이든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일이든 우선 행동으로 옮겨 보아야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 쉽고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TV에서 음악회를 듣는 것보다 직접 음악회를 찾아가 듣는 것이 좋고, 역사프로그램을 시청하기 보다는 역사적인 명소를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낮선 문명과 문화를 직접 행동으로 경험하는 것이 전두엽을 활성화시키기에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먹고 살기도 바쁜 요즘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행동으로 얻는 자극을 위해서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부유한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다.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이 인상이 편안해 보이고, 좀 더 젊어보이는 이유 역시 자신을 꾸미고, 새로운 것을 자주 경험할 기회를 얻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부유한 사람만 젊어지란 법은 없으니,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도 젊어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일상에서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하고 그동안 주저했던 일을 해보면 전두엽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자주 가던 음식점을 마다하고 새로운 곳에서 외식을 하거나, 이발소을 떠나 미용을 찾고, 때로는 나이트 클럽이나 카바레 등을 찾아가 술을 마시는 방법도 좋다. 저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범죄가 아닌 한 무엇이든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뇌가 젊어지는 방법은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책을 살펴보건대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이 나이에 무슨...’ 혹은 ‘나잇값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은 ‘제 스스로 고려장을 치루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늙어감을 거부하고 운동하고, 화장하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보기엔 어색하고 불편할망정 전두엽에 자극을 주어 최소한 뇌는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오늘날에 와서 유교가 폐해를 끼친다면 ‘늙으면 점잖아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오늘날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노화는 빨라지고, 의학의 발달로 노화의 진행은 더뎌지는 사회다. 나이 육십을 갓 넘겼다고 잔치를 벌이는 옛날은 더 이상 없다. 세상은 변했는데, 노인에 대한 사고는 여전해서 40-60의 장노년층이 천대를 받는 세상이 오늘날인 듯 싶다. 황진이의 시조처럼 산을 넘어가는 초승달을 나뭇가지에 걸어둘 수도 없는 것이 노화이거늘, 이것을 감지했다고 당황하거나 좌절해서야 되겠는가? 잘 알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노화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지언정 더디가게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해결책 역시 자기계발의 그것과 답이 매한가지다. 실천과 꾸준한 노력, 그것 뿐이다. 치매와 기억력, 노화에 걱정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뇌과학적 지식을 쉽게 풀어냈다. 뚜렷한 해결책은 없어도 여러분이 갖는 궁금증 정도는 해소시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리치보이가 추천한 2009 올해의 책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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