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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t)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언론,미디어의 반응

[기획회의 기고문]보다 쉽고 보편적인 서평을 위해 - 리치보이 김은섭

by Richboy 2010. 2. 24.

 

아래의 글은 <기획회의>(격주간)로부터 원고를 청탁받은 글입니다. 부족한 제가 이런 청탁을 받은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가졌던 소신들을 밝힐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기획회의> 266호는 시중 서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특집편 '디지털 시대 서평의 역할과 변화'에 대해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이번에 기획한 특집 기획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회의> 266호(2010.2.20)

특집-서평 관련 특집(가제)

 

기획의도: 인터넷의 확산과 블로그의 등장 등으로 오프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실리던 서평에 변화가 생겼다. 전문가나 기자들이 쓰는 것이라고 여겨지던 서평을

일반 독자들이 쓰기 시작하고 그들이 쓴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변화를 짚어보고, 실제로 현장에서 생각하는 서평의 의미를 정리해본다. 

 

특집 차례

1.총론

오프라인 매체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서평의 변화와 흐름을 큰 틀에서 정리한다. 

 

2.출판사에서 바라본 서평의 의미와 역할 변화

최근언론 서평의 영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독자들을 상대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이유와 효과를 들어본다.

 

3. 독자들이 말하는 서평(경제경영서)

서평을 쓰는 블로거들이나 독자들에게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고르는 기준과 경로,

서평을 쓰게 된 계기, 전문가나 언론매체에 실리는 서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들어본다.

  

  

 

 

 

  나는 블로거다. 내가 읽은 책의 소감을 온라인에 대고 말하는 북로거book-logger 혹은 북리뷰어book-reviewer다. 주로 경제, 경영,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후 쓰는 편이고,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그 글들을 묶어 지난 1월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라는 블로그 글을 묶은 책, 블룩blook도 펴냈다. 그런 나이기에 처음 ‘월간 기획회의’로부터 원고청탁이 왔을 때 심히 망설였다. 블로그에 경제경영서에 관한 리뷰가 유독 많아서 청탁을 했을텐데, 난 온라인 서평가가 아닌 온라인 리뷰어reviewer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소위 ‘온라인 서평가’라고 불리는 것이 불편하다.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어제 저녁에 본 영화에 대해 말하고,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다녀온 놀이공원과 맛집을 말하듯 나는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말할 뿐이다. 나는 대단한 책에 대해 박학다식하고 명망이 있는 전문가들이 쓰는 ‘서평’을 쓸 주제도 되지 못하거니와 아직도 책을 사서 읽는 목적이 평가를 하기 보다는 배우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 글을 ‘서평’이라 말하고, 나를 일러 ‘서평가’라고 부르는 것이 불편하다(그래서 이글에서도 서평이라고 말할 곳에 리뷰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지극히 단순한데, ‘당장이라도 읽고 싶은 책’이다. 생업이 따로 있어서 책을 읽을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읽어야 할 책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선택하는 편이다. 책 선택에 있어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은 바로 ‘활용가능성의 유무’에 있다. 내가 읽는 경제경영서는 학문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내 업무와 경제생활에서 보다 나은 선택과 판단을 하기에 유익함을 주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의 독서성향은 ‘실용독서’를 하고 있는 셈이다.

 

  리뷰를 쓰는 기준은 읽은 책에 대해서는 꼭 리뷰를 쓰는 편이다. 책의 선택에 신중했던 만큼 읽고 난 후에는 꼭 뭔가 기억하고 싶은 것이 오래 남기려고 노력한다. 굳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공력을 기울여 정독을 했기에 효용을 더하고 싶어서다. 온전히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얻기에는 리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작정하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린 것은 아니다. 처음엔 ‘예병일의 경제노트’와 비슷하게 책을 읽다가 내게 필요한 구절들을 발견하면 이를 블로그에 옮겨 적고 그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나 평가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러다가 차츰 코멘트에 대한 양도 길어지게 되고 책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점차적으로 리뷰를 쓰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내 블로그에 있는 리뷰들은 읽고 난 후 최소한 배움의 여지와 소감을 남겨준 책들이다. 나는 시중에 나온 책들 거의 대부분은 읽음직한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책 중에서 양서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어떤 독자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독자가 읽어 ‘어렵다’거나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은 독자에게 결코 좋은 책이 될 수 없다. 한편 책을 많이 읽었거나 수준이 높은 독자라면 자신을 만족시킬 책을 찾기는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고 많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의 성에 차지 않는 책이 과연 나쁜 책인가 하는 점에는 의문이 든다. 책은 제 수준에 맞는 독자를 만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책과 독자가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내 리뷰는 글의 말미에 책의 수준과 용도를 말해준다. 이 책은 어떤 독자에게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고, 저 책은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필요할 책이라고 말해준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동생이나 후배들에게 추천을 해주는 버릇이 있는데 습관으로 이어져 리뷰에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경영서 분야에서는 이러한 코멘트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이 경제경영서는 ‘전공자의 전유물’로 여겨서 위화감을 갖거나, 자기계발서는 이 책이든 저 책이든 모두 한결같은 소리를 한다고 지레짐작해서 아예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중간에 포기해서 덮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내 리뷰는 비평이 아닌 일종의 ‘설득’이다. 경제경영서에는 훌륭한 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아마존에서 수십 주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유력경제지들도 찬사를 던지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은 우리나라에 와서도 예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앉으며 맹위를 떨친다. 하지만 그 책을 구입하고 완독한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남들이 좋다고 해서 사들인 책’이 정말 좋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 책의 진가를 부족하지만 내 책 리뷰를 통해 유감없이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놓고 비평을 위한 리뷰를 쓰려고 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고(내가 읽는 분야는 특히 필요하다), 저자의 의도와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부분을 짚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현실에서의 활용가능한 부분들을 찾아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게 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이런 노력이 독자의 니즈에 어느 정도 부합된 때문인지 내 블로그는 하루에 3,000-4,000 명이 방문하는 파워블로그가 되었고, 블로그의 리뷰들을 모아 책까지 내게 된 것이다.

 

  최근 블로거들의 ‘책을 말하는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언론과 전문가의 서평과 독자들 사이의 간극을 온라인 서평가들이 좁혀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거들의 서평은 전문가만의 리그, 다시 말해 경제전문가가 다른 경제전문가에게 발표하듯 말하는 어려운(그리고 전문용어가 가득한) 서평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이 아는 독자가 일반독자에게 ‘풀어서 설명하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서평이다. 또한 온라인 서평가들의 글은 전문가 서평처럼 지면상의 일방적인 코멘트가 아니라 온라인 댓글 등 서평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피드백 장치가 있어 독자는 책에 대한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웹 2.0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스템에서 구축된 온라인 서평가들의 글이 대중에게 어필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고 생각한다.

 

  책 <경제학 콘서트>와 <괴짜경제학>의 저자인 경제학자 팀 하포트를 경우를 살펴보자. 그는 다양한 소재와 읽는 재미를 더해 일반인들도 경제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기술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대중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네 번째 책, WHAT the DOG SAW(국내 미발간)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칼럼 19개를 모아서 만들었다. 국내의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의 서평도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전문가들이 직접 독자들이 있는 온라인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좋은 사례로 이준구 교수를 들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꾸준히 칼럼을 연재하면서 일일이 댓글에 답을 하며 네티즌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전공해 왔던 주류경제학을 뒤로 하고 새로이 눈을 뜬 ‘행태이론경제학’을 새롭게 학문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36.5℃ 인간 경제학>라는 책을 펴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프로슈머의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기업은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해 직접 소비자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오늘날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도전을 받고 있다. 독자들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강단을 내려와 저잣거리로 향해 그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20여 년 전 KBS <명화극장>에서 영화 시작에 앞서 영화를 설명해주던 검은 안경테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수한 차림의 영화평론가 정영일을 기억하는가? 그의 낭랑한 목소리는 항상 ‘이 영화의 좋은 점’을 설명했다. 매주 소개하는 영화에 대해 때로는 “놓치면 후회할 영화”라 말했고, 어떤 때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평론가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평론가’로 알려져 있다. 요즘과 같은 출판물 과잉 시대에는 출판계에도 정영일과 같은 평론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뷰어이기 앞서 독자인 내가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에게 바라는 점은 온라인에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서평도 써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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