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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독서법·글쓰기

창조적 책읽기-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드는 판도라 상자다!

by Richboy 2010. 4. 20.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판도라 상자다!

 

  내게 리뷰, 즉 ‘읽은 책에 대해 말하기’는 책 읽은 자랑이 아니라 일종의 소의 되새김질과 같다. 스스로에게는 무엇을 읽었던가 재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요, 대외적으로는 읽은 책에 대해 5분가량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준다(하지만 한 달 후엔 이 역시 가물가물해진다. 유효기간이 꽤 짧아 걱정이다). 리뷰쓰기를 작정한 처음에는 쓰고 싶은 말은 머릿속에만 맴돌고 글로는 나오질 않아,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만 죄다 옮겨 적기도 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을 하며 책을 읽었건만 그 소감은 단 한 줄을 쓰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던지...그러던 것이 신기하게도 나중에는 뭔가 긁적이고 싶어 책을 읽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리뷰쓰기가 재미있었다. 바로 독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란 물리物理를 조금씩 알아가는 때였던 것 같다.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추수밭)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는 이를 두고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 불렀다. 60,000 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천일 동안 천권의 책을 읽고 리뷰쓰기 프로젝트(센야센사쓰千夜千冊)를 완성한 ‘괴물’같은 사내의 말이 내 생각과 같아 반갑고 기뻤다. 그가 보는 독서의 정의는 다양했다.

 

 

 

 

  독서는 누군가가 쓴 문장을 읽는 것입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나 의식을

‘제로’에 두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독서란 누구나가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읽고 있는 도중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초조해하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기도 합니다.

  이 말에 담긴 속뜻은, 독서는 저저가 쓴 것을 이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가 만나 작용하는 일종의 협업이라는 것입니다.

편집 공학 용어로 말하자면

독서는 ‘자기편집’인 동시에 ‘상호편집’입니다. p112

 

 

  

   마쓰오카 세이고는 다독가 혹은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와는 차이가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저작著作 즉 아웃풋out-put을 위해 책을 읽는다(in-put)면, 저자는 말 그대로 책읽기를 즐기는 오리지널 다독가였다.

  사람들은 내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면 거의 똑같이 묻는 질문은 ‘지금까지 몇 권을 읽었는가? 한 권을 몇 시간에 읽는가? 집에 책을 얼마나 많이 소장하고 있는가?’ 등이다. 다시 말해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행위’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독서행위는 대단한 일이 결코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없을 만큼 이미 많이 아는 사람’이거나 ‘많이 아는 체 하는 사람’이란 말도 된다. ‘궁금증을 풀 것인가 말 것인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다르다면 바로 이 작은 차이 하나 뿐일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알고 싶기 때문이고, 궁금한 것이 조금 많아서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은 커진다. 그래서 ‘배울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한 것 같다. 마쓰오카 세이고 역시 독서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책은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도구(저자는 이를 두고 미지의 판도라 상자라 말했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아직은 모르는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책이라면, 책을 한 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책과 독서를 이처럼 잘 표현한 것이 또 무엇일까? 그는 다독술 또한 옷을 자주 갈아입는 정도일 뿐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형식의 구성과 풀어서 대답한 내용은 가독성을 돕는다. 저자는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즐기는 것이라는 점을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저자의 독서법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차례 독서3분’ 즉, 독서에 앞서 꼭 차례를 읽으라는 것이다.

 

  “차례독서는 방금 사 온 책을 읽기 시작할 때나 방치해 두었던 책을 읽을 때나 반드시 필요한 ‘전희’입니다. 제가 절대로 권하는 전희입니다. 즉, 이 3분 동안의 ‘차례 독서’가 자신과 책 사이에 부드러운 ‘감촉 구조물’ 같은 것을 쌓아 올립니다. 혹은, 부드러운 ‘지식의 지도’라고 부를 만한 것이, 비록 약간이긴 하지만, 생겨나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먼저 떠올려 놓고 비로소 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것만으로도 독서가 즐거워집니다.” 본문 102 쪽

 

  저자의 생각 중에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책은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라고 본 점이다. 더불어 마쓰오카 세이고는 독서의 방법론으로 표시 독서법을 역설했다. 쉽게 말해 이해하는 만큼 줄을 긋고, 표시하고, 낙서를 하며 노트를 필기하듯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럼 왜 표시하면서 읽는 게 좋을까요? 여기에는 대단히 유효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책 읽는 데에 철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집중하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다시 읽을 때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는 점입니다...왜냐하면 이 방법은 ‘책을 일종의 노트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이때의 노트나 파워포인트는 새하얀 상태가 아니라 이미 저자가 글을 써 놓은 노트나 화면입니다. 그것을 읽으면서 재편집하거나 리디자인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표시하면서 읽는 법’의 유쾌한 점입니다. 즉, 책을 노트로 보는 겁니다. 책은, 이미 텍스트가 들어 있는 노트입니다.“ 본문 117-119 정리

 

  책을 깨끗이 읽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모시듯’ 읽고 있다면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에 귀를 기울여봐야 할 것이다. 책은 교과서도 아니고 참고서도 아니다. 나중에 시험을 보기 위해 통째로 외워야 할 대상도 아니며, 책의 맨 뒷장에 값 000원까지 읽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책은 공부의 대상이 아니라 퀴즈의 답을 알 듯, 스도쿠를 풀 듯, 드라마와 영화를 글로 읽는 듯 즐겨야 할 대상이다.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저자는 책을 예찬하지도 경외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대하며 읽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소화하는가 하고 비중을 책이 아닌 독자讀者에 두고 있었다. 약 1400여 일 동안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책벌레’ 아니 ‘책괴물’에게서 내가 배워야 할 점은 다독술도 그만의 편집공학이 아닌 ‘책을 대하는 자세’였다. 

 

 

싱그러운 새 봄, 직장인이 4월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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