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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독서법·글쓰기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 리치보이의 경제경영서 예찬!

by Richboy 2010. 8. 7.

 

청춘의 책읽기 - 리치보이의 경제경영서 예찬

 

  내가 처음으로 책을 구입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아저씨 몇 명이 하굣길 길가에 트럭을 세워놓고 주소와 연락처만 받고 아이들에게 선물이라고 나눠준 것은 철제 마징가 제트. 그 당시 반에서 부잣집 자식 한 두 명만 갖고 있을 법한 고가의 희귀장난감이었다. 나는 늦을세라 줄을 서 있는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뛰어들었다. 이틀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내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두 질의 소년소녀문학전집과 아버지의 몽둥이 뜸질이었고, 그 후 일 년 동안 책 할부금 4,000 원을 내는 25일이 되면 아버지 앞에서 한 달 동안 읽은 책을 검사받아야 했다.

 

  그 때 읽은 50 권짜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로 한 권의 책이 TV물인 ‘전설의 고향’보다 훨씬 더 무서울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특히 이미 주검이 된 검은 고양이가 콘크리트 벽 속에서 다시 살아서 울고 있던 마지막 장면은 얼마나 무서웠던지 엄마 다리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을 정도였다. 독서를 그저 종이 위에 새겨진 글을 읽는 것으로 알다가 눈앞에 그림과 영상으로 보는 듯 느끼는 것이란 걸 검은 고양이를 통해 배운 셈이다. 비록 돈은 아버지가 내주고 대신 매로 때웠지만 공식적인 나의 책읽기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머리라는 항아리에 독서라는 물을 채워라

 

  하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혹시 책을 읽는다 해도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몇 권 빌려다 읽는 수준이었다. 사실 그 시절엔 머리가 썩 좋지도 못하거니와 집안사정으로 두 해 늦은 공부를 했기에 오로지 학업에만 열중했었다. 꼴찌일망정 들어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발버둥을 쳤던 때라 내게 ‘독서’는 사치이자 시간낭비로 여겼던 것 또한 사실이다.

 

  어렵사리 대학에 붙어 한가해지자 책이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자니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어느 날 대학국어를 강의하던 교수께 고민을 털어놨더니 “책을 교과서로 보지 말고, 장난감으로 보라”고 하셨다. 쉽게 말해 ‘처음 독서를 할 때는 공부하지 말고 즐기라‘는 뜻이었다. 고단한 마음과 몸을 쉬게 하려고 값 비싼 휴양지를 찾아 바캉스를 간 외국인들 대부분이 시원한 그늘과 풀장에서 하는 것은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다. 즐기는 독서란 바로 이와 같다고 교수는 말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앞의 내용이 생각나질 않아서 자꾸만 다시 읽게 된다. 심지어는 주인공의 이름도 헛갈릴 정도다. 해결책이 없을까?” 말이 나온 김에 교수에게 또 다른 고민을 꺼냈다. 그러자 교수는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론을 빌어 독서는 두뇌라는 항아리에 한바가지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한두 컵(독서량)을 부어서는 항아리(머리)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저장된 지식)를 알 수 없다. 항아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열권이 넘고 스무 권이 넘고 삼십 권이 넘었을 때, 두뇌라는 항아리는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항아리에 물이라는 독서량이 차서 찰랑찰랑해졌을 때 마지막 한 컵을 더 부으면 항아리는 물이 넘치게 되는데, 이때가 독서를 통해 쌓였던 지식이 배출되는 순간이다.

 

  이때 배출되는 내용들은 마지막 물 한 컵의 독서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독서량들이 대류현상을 통해 뒤섞여 밖으로 분출된다. 이 순간부터 독서의 인센티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한다면 독서의 참맛을 얻게 되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굳이 독서를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얼마 전 시골의사 박경철은 트위터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 표현한 바 있다. 즉 선사들이 선방에서도 느끼는 것 같은 깨달음으로 화두를 들고 정신을 극한으로 이끌면 나타나는 일종의 부유감같은 체험을 말한다. 그는 독서를 하다가 머리끝부터 꼬리뼈까지 찌릿찌릿해지는 체험을 하는데, 독서체험의 최고경지가 이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는 내게 재미있는 통속소설 읽기를 시작하라고 권했다. 손에서 책을 떼지 않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그 때 주로 읽은 소설들은 <악마의 유혹>,<천사의 분노>,<게임의 여왕> <거울 속의 이방인> 등 미국에서 TV 미니 시리즈물로 유명한 시드니 쉘던의 소설들과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붉은 폭풍> 등 첨단과학이나 전문기술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테크노 스릴러의 대가 인 톰 클랜시의 소설들이었다. 그 후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했고,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경제경영서로 장르를 확대해 가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독서를 잘 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 차이가 있다면 책에 좀 더 몰두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독서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시간은 없지만 여지를 만들어서라도 읽겠다는 의지가 생길 만큼의 독서습관이 먼저 생겨야 한다. 이 정도가 되면 독서는 놀이가 된다. 공부를 위한 독서는 그 다음부터 가능해진다.

 

 

 

 

 

 

밥 먹여주는 경제경영(실용) 독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가 쓴 베스트셀러인 <스틱!made to stick!>의 내용 중에 ’지식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지식의 저주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의 지식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머리에는 ‘쏙쏙’ 들어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본격적으로 경제경영서를 읽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지식의 저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내 관심사, 내가 맡은 일에 푹 파묻혀 고민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무엇보다 업무에 있어서 비전이나 핵심가치 같은 보다 거대한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귀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내가 ‘경제경영서’를 즐겨 읽는 것을 보고 “독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면 예의 나는 대답 대신 한 때 일본 최고의 부자이자 소프트방크 회장인 손정의(손 마사요시)의 이야기를 해준다.

 손정의는 어떻게 보면 독서를 통해 성공한 사람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대의 젊은 나이로 한창 사업에 열중하던 손정의는 1983년 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 후로 3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좌절감에 빠질 법도 한데 그는 일하는 대신 병상에서 하루 종일 많은 책을 읽으며 책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3년 동안 읽은 책이 무려 4,000여 권에 달했다고 한다.

 

  퇴원을 할 때 30대가 된 그는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미국에서 소프트방크를 상장시키고 2천 수백억 엔의 시가총액의 회사로 만들었다. 자금을 확보한 그는 병원에서 읽은 책 4,000여 권이 준 영감과 그가 평소 늘 구상하던 아이디어를 합해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게 된다. 바로 앞으로는 인터넷 시대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800억 엔을 주고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컴덱스’를 사들였다. 또한 컴퓨터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출판사인 지프 데이비스를 사들인다. 이때 들인 돈은 2,300억 엔이었다. 총 3,100억 엔. 세상 사람들은 쓸데없는 기업을 거액에 사들이며 빚쟁이가 되었다며 그를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하지만 그는 “보물찾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도 아니고, 약도 아니고, 대포도 아니고, 바로 지도와 나침반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당시 그에게 지도와 나침반은 컴덱스와 지프데이비스였다.

손정의는 지프 데이비스의 직원들에게 21세기 세상을 이끌 사이트 5개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 속에 발견된 보물이 바로 야후였다. 당시 야후의 미국 직원은 겨우 5-6명. 그는 이제 막 설립된 야후에 100억 엔을 투자하여 최대 주주가 되었다. 그리고 야후 재팬을 만들었다. 30대의 그에게 이러한 승부를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는 지금도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마다 시바 료타로司馬 遼太郎가 쓴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일대기 <료마가 간다>를 읽는다고 한다. 한편 사업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얻었다는 손자병법은 그가 가장 좋아하고 최고로 꼽는 책이다.

 

IMF 시절, 나를 사업으로 이끈 한 권의 책

 

  나 역시 책 덕분에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IMF를 맞아 취업과 동시에 퇴사 각서를 쓰고 나와 백수생활을 하던 어느 날 무엇을 하고 먹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일본 맥도날드 전 회장인 후지타 덴藤田田이 쓴 <비즈니스에는 급소가 있다>책을 만났다.

  후지타 덴은 일본 맥도널드의 전 회장으로서 ‘긴자의 유태인’이라 불릴 만큼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그는 맥도널드를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로 생각하고 일본에 패스트푸드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맥도널드를 선택해서 일본에 들여옴에 있어 ‘전 세계에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과 신속함’을 맥도널드만의 아이덴티티로 꼽았다. 그러면서 ‘성공하는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유망사업으로 떠오르던 CVS(편의점 사업)에 관심이 있던 나는 이 글을 읽고 거짓말처럼 앞으로 내가 할 사업꺼리를 찾아내게 되었다. 바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두 달여 동안 KFC의 컨넬 샌더스, 맥도널드의 레이 크록, 월마트의 샘 월튼 등 글로벌 프렌차이즈 기업과 창업자들의 책을 읽으며 프랜차이즈의 이론과 성공사례들을 공부했다. 국내에 프랜차이즈가 막 태동한 때라 관련서가 많지는 않았지만, 40여 권 정도를 탐독했던 것 같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찾아간 곳은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후문에 있는 닭갈비집이었다. 독특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그곳 사장님을 찾아가 프렌차이즈 사업을 동업할 것을 권유했다. 사장은 이미 분점을 3개나 운영하고 있던 터라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 후 1년 동안 서울 경기지역에 체인점을 68개를 내면서 꽤 유명한 닭갈비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업무를 보다가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우선 책을 찾아 그곳에서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조금 걸릴 뿐 목적의식을 갖고 들여다보면 내가 찾고자 했던 답을 찾곤 했다. 최소한 책에서 배운 내용을 모티브로 스스로 답을 만드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사업을 위한 홍보, 마케팅, 계약, 협상, 설득, 매뉴얼, 고객응대요령 등 거의 모든 것을 책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하고, 인문은 보다 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면, 경제경영서는 사람과 세상을 정신적, 경제적으로 보다 더 풍요롭게 한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면 반토막이 날 수 있지만, 내 자신의 재능에 투자한다면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 경제경영서의 독서는 스노볼Snowball과 같다. 즉 경제경영서를 통해 현재의 울퉁불퉁하고 빈약해 보이는 작은 언덕 위에서 멋진 슬로프를 발견해내고, 잘 뭉쳐지는 좋은 눈을 기다려 작은 눈뭉치를 굴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100권을 읽고(input), 정리해 새로운 한 권을 만든다(output)고 한다. 습득에 의한 재창조인 셈인데, 나는 이러한 재창조의 순간부터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은 하나의 투자상품을 배우기 위해 교과서격인 책만 30권을 읽는다고 한다. 그가 방송과 강연에서 투자를 논함에 막힘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면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관련서 100권을 읽어보자. 책마다 내용이 겹쳐진다면 그만큼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인 만큼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한 권에서 배워야 할 내용들을 1-5 개씩 찾아내자. 100권이면 100-500 개가 된다. 이를 합하면 나만의 비법을 담은 책 한 권 분량이 될 것이다. 모두 익힌다면 나만의 산지식이 되는 셈이다.

  독서는 아는 만큼 보이듯, 읽는 만큼 사람답게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달랑 세 권을 읽고 책을 읽고 내 삶에 변화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자. 몇 권을 읽었는지 아련할 만큼 독서하기를 습관으로 만든다면 책을 읽지 않았던 그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각을 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위의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행하는 격주간지 <기획회의> 277호 [청춘의 책읽기]에 실린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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