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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人 · 物 · 形 ...확~ 땡기는 것들!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다독가, 요네하라 마리

by Richboy 2010. 8. 13.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를 아시나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자 다치바나 다카시'라고 해야 할까요?

그녀를 잘 표현한 글은 아마도 <대단한 책>에 대한 출판사 서평이 아닐까 싶네요. 살펴보죠.

 

 

살아남기 위해 책을 펴 들었다가,

『대단한 책』의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누구인가. 공산주의자 아버지를 따라 체코 프라하에 체류하며 각국의 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1959년에서 1964년(9살~14살)까지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고, 일본으로 귀국한 후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공산당에 가입하고, 러시아어와 문학을 전공하여, 유명한 일본어-러시아어 동시통역사로 동구권의 사회주의 국가를 제집 드나들듯 한 이다. 어린 시절 소비에트 학교의 모든 수업이 러시아어로 진행되었기에 자의든 타의든 러시아어를 배웠고, 그걸로 평생의 직업을 삼은 셈이다. 그런 저자였지만 이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초기에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 심각한 언어 쇼크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렵사리 익힌 러시아어 실력을 키워 이역만리 공포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아주 훌륭하게 살아남는다. 그 비법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어학원이나 가정교사를 통한 외국어 학습이 아닌, 책을 통한 자력갱생이었다. 러시아어로 된 문학작품을 읽으며 꾸준히 어휘를 늘려 나갔던 것이다. 1964년에 일본으로 돌아온 저자는, 이번에는 두 번째 언어 쇼크를 겪는다. 외국에 머문 동안 동년배와 단절되어 어휘가 늘지 않아 일본어가 달렸던 것이다. 그때도 저자는 문학작품을 독파해 가며 정규 교육을 따라잡는다. 그 후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입시지옥에서 견디느라 러시아어 공부는 뒷전이었을 텐데, 어떻게 대학에서 다시 러시아어와 문학을 전공할 생각을 했을까. 비법은 역시 책이다. “일소日蘇도서관에서 책 네 권을 빌려 1주일 동안 읽고 반납하고 다시 네 권을 빌리고 때때로 간다에서 새로 나온 책을 사기도 하는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고는 중학교 2학년 때 귀국해서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달리 러시아어 공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러시아어 수준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가장 쉬운 외국어 학습법」, 522~523쪽)

책과 더불어 산 호모비블리오쿠스homo-bibliocus의,


“새로운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도,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독서는 가장 고통이 적은, 더구나 가장 효과적인 수단”(「가장 쉬운 외국어 학습법」, 524쪽)이라고 강조한 저자는 자신의 고백대로 일면 말을 더 잘하려고 책을 찾은 사람이다. 한데 이렇게 책을 만났던 저자가 그 책을, 일생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절실한 동지이며 선생님이자 반려자로 삼는다.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일반적인 궁금증이나 본인의 주관심사인 일본 사회와 러시아 상황을 비롯한 국제 정세에 대한 호기심에 생겼을 때에도 저자는 가장 먼저 책을 집어 든다.

 

   이사 직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컷 고양이의 사진집 『치비의 사랑 찾기チビのお見合い』를 읽고, 본인과 똑같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위해서는 『고양이에게 정신과 전문의가 필요할까?Do cats need shrinks?』를 찾기 위해 산더미 같은 책 속을 헤매다 길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는 눈이 빡빡할 때 읽기만 하면 흘러넘치는 눈물을 주체할 길이 없게 하기에 안약 대신 펼쳐 드는 책도 있다.

  먹는 속도, 걷는 속도, 책을 읽는 속도는 꽤 빠른 편이다. 먹기와 걷기의 경우, 자주 빈축을 사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걷거나 먹을 때에는 상대방과 속도를 맞추어 시공간을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 반면 독서의 경우에는 아무리 빨리 읽어도 옆에서 아무도 참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 입시 때의 암기 지옥에서 해방되었을 때부터 책을 읽는 속도는 재미가 붙을 정도로 빨라져, 그 후 20년 동안 하루 평균 일곱 권을 읽고 있다.(「소설 없이 살 수 있을까」, 357쪽)

  책으로 사는 ‘독서 생활인’ 요네하라 마리는 다독하는 데다가 20분 만에 무려 몇 백 쪽의 책을 뚝딱 읽어 낼 정도로 속독에 능하다. 더구나 호기심이 너무 왕성하고 집요한 탓에, 단박에 단 한 권의 책에만 의지하여 쉽게 결론을 내어 버리는 타입조차 못 된다.

 

  이 책에서 내내 그러하듯이 인생 말기에 이르러 난소암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만났을 때에도 저자의 오랜 버릇은 어김없이 되풀이된다.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만큼 달관하지 못한” 저자는 검사와 치료를 받느라 병원을 전전하면서도 무려 여남은 권이나 되는 암 치료 서적을 독파하며 자신의 몸으로 암 치료 책을 직접 검증한다. “내게는 역효과만 있었다”라거나 “여러 저서에서 좋은 부분만을 뽑아(일부는 완전히 표절이다) 짜깁기를 한 책”이라는 평가조차 빼먹지 않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자신이 좋아하던 러시아·일본 문학, 논픽션류, 어학·사전류, 국제 정치에 관계되는 책, 개·고양이 서적 등에 대해서는 지면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으나, 죽음 앞에서도 요네하라 마리의 사유의 불꽃은 활활 타오른다.

죽기 전까지 읽고 사유한 책에 대한 기록 - 390권을 다룬 186편의 글

『대단한 책』은 요네하라 마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주간분??週刊文春》에 연재한 「독서일기」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각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장단편의 「서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총 390권의 책을 다루고 있는데, 「독서일기」에는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 파동, 2002년 한일 월드컵, 이라크 전쟁 등 당시의 이슈에 대한 시평을 곁들인 47편의 글이, 「서평」에 139편의 글이 실렸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무려 20년간 하루에 7권씩 읽었다고 하니, 저자가 읽은 총량에 비하면 책 390권과 글 186편은 미미한 양이라 하겠다.


  특히 「독서일기」에서 마지막 독서일기 「내 몸으로 암 치료 책을 직접 검증하다 3」은 2006년 5월 18일 《주간분??》에 실렸던 것이다. 그날로부터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25일에 저자는 세상을 떠났고 죽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그 책들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세상에 남았다. “마지막까지 감상에 빠지지 않고 사색을 계속한 강인한 정신이, 또한 이 책에 그대로 녹아”(해설 「불꽃 튀는 치열한 사색」, 664쪽) 있는 이 저작의 원제는 『완전히 제압당해 재기불능으로 만들 것 같은 대단한 책打ちのめされるようなすごい本』이다.

 

 

어떻게....짐작이 가시나요?

부족한가요? 그럼 고종석님의 칼럼의 내용을 더해 봅니다.

 

 [고종석 기획연재 여자들] <11> 요네하라 마리 - 정숙한 미녀

 

두 문화의 경계서 서로 다른 정신적 불꽃을 소통시키다
소녀시절 체코서 러시아어 배워 日 제일의 통역사에
온 세상 정경문사철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 독서광
경쾌한 문체에 유머감각까지 갖춰 문필가로도 성공

 
 

대다수 한국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ㆍ1950.4.29~2006.5.25)를 처음 만난 것은 <프라하의 소녀시대>(원제 '거짓말쟁이 아냐의 진홍색ㆍ眞紅色 진실')에서였다.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온 것은 2001년이지만, 한국어판이 나온 것은 2006년 11월이므로, 저자가 죽은 지 몇 달 뒤에야 그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일종의 수기라 할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1960년대 전반 요네하라 마리가 체코의 프라하에서 소비에트학교(외교관들이나 공산당 간부의 자제를 위해 소련 대사관이 운영했던 국제학교다.

저자의 아버지는 일본공산당 간부였다)에 다닐 때의 추억을 현재와 포개고 있다. 그 시절 친구들인 그리스 출신의 리차, 루마니아 출신의 아냐, 옛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야스나를 찾아가 만나는 과정이 책의 후반부를 이룬다.

내게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준 것은 시공간적 배경이었다. 1960년대 전반의 프라하! 그곳은 한국인들에게 금단의 땅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때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특히 체코어와 러시아어를 함께 쓰는 외국인 소녀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세계 다른 곳의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울고 웃고 화내고 즐기며, 그들만의 이채롭고 다감한 소녀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프라하에 처음 가본 것은 마리(당시엔 10대 전반의 소녀였으니, 친근한 척 이름만 한 번 불러보자)가 소비에트학교에 다니던 시절로부터 30년이 지난 뒤였다. 30년 전에도 그랬을 프라하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공산주의 체제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 뒤였다. 나는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으며, 내가 가본 프라하의 풍치들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이 책에서 특히 가슴 뭉클하게 펼쳐지는, 마리가 야스나를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내가 가본 베오그라드의 정겨움이 저절로 떠올랐다. 나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에 대한 요네하라의 견해가 나와 비슷해 기뻤다. 전쟁에서 선악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다. 유고내전에서 반인도범죄를 저지른 것은 세르비아인들만이 아니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이 책으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순전한 논픽션은 아닐 것이다. 40년 전의 일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더구나 그것이 짧지 않은 대화 내용 같은 것이라면. 요네하라 마리는 아마, 약간 선의의 분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기억이 허용하는 한 최대의 정직성을 발휘했음이 분명하다. 예컨대, 배우 알랭 들롱이 유고 출신이어서 미남이라는 한 친구의 주장이 그대로 마리의 지식이 돼 인용되기도 한다(들롱은 파리 남쪽 교외 소ㆍSceaux 라는 곳 출신이다).

요네하라는 프라하 시절의 감회를 남기는 데 이 수기로는 성에 안 찼던지, 소비에트 학교의 무용 교사를 모델로 삼아 <올가의 반어법>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요네하라 마리의 직업은 일본어와 러시아어를 오가는 동시통역사였다. 세상에는 수천, 수만의 직업이 있지만, 그 가운데 타고난 재능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가 동시통역사 노릇일 게다. 그(녀)에게는 둘 이상의 언어 능력과 방대한 영역의 지식만이 아니라, 임기응변의 민첩함, 긴장감을 견딜 수 있는 결기, 집중력 같은 것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요네하라 마리는 소녀시절 프라하에서 배운 러시아어를 도쿄외국어대학과도쿄대학에서 계속 전공했고, 마침내 일본 제일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가 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직업에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글은 남고 말은 날아간다'는 속담이 가리키듯, 통역사의 노동은 대개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그것은 허공으로 사라진다.

반면에 번역가의 노동은 기록으로 남는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자신의 노동을 보상하기 위해 요네하라 마리는 문필가가 됐는지 모른다. <프라하의 소녀시대> 이후 쏟아져 나온 그의 한국어판 책들은, 56세에 난소암으로 작고한 이 여자의 본업이 동시통역인지 문필업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 쪽 얘기를 들어보면, 그녀의 작품이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로 나올 모양이다.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는 나는 그저 그녀의 다른 책들이 빨리 번역되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간 번역돼 나온 그녀의 책들은 다 읽었다. 그 책들은, 앞에서 언급한 책들을 빼면, <마녀의 한 다스> <미녀냐 추녀냐> <대단한 책> 따위다.


<마녀의 한 다스>와 <미녀냐 추녀냐>는 통역사로서의 경험이 없으면 쓰기 어려운 책이다.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할 때 생기는 정신의 불꽃들을 경쾌한 문체로 그려냈다.

통역사(번역가도 그렇겠지만)는 두 문화에 걸터앉아 있는 보편인이다. 그(녀)의 노동에 힘입어, 서로 다른 문화는 겹치며 스며든다. <마녀의 한 다스>는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13이 문화권에 따라서는 다른 함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문화들의 교차를 살핀다.

이 책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은 "의미는 서로 다른 문화가 교차하는 순간에 비로소 생긴다"는 바흐친의 말이다. 사실, 의미란 곧 차이라는 것은 언어학의 기본 명제다.

이 책이 술술 읽히는 것은 경쾌한 문체 때문만이 아니라 은근히 '외설적인' 저자의 유머감각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저자는 한 언어에서 성스러운 의미를 지닌 낱말과 다른 언어에서 비속한 의미를 지닌 낱말이 비슷한 음상을 지닌 경우의 예를 자주 든다.

특히 통역하면서 거듭 거론해야 하는 사람 이름이 다른 언어에서 성적 뉘앙스를 지녔다거나 아예 성기 이름과 비슷할 때, 통역사의 고민은 커진다. 청중들이 웃어대고 연사는 영문을 몰라 당황해도, 통역사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한다.

<미녀냐 추녀냐>는 번역 이론에서 오랜 논쟁을 빚은 '부정한 미녀'와 '정숙한 추녀'를 주제로 통역만이 아니라 번역문제까지를 거론한다. 그것은 좁혀서 얘기하면 직역이냐 의역이냐의 문제이고, 다르게 말하면 통역(번역)된 언어가 출발언어에 더 가까워야 하느냐 도착언어에 더 가까워야 하느냐의 문제다.

직역한 언어는 출발언어(의 구조나 감성)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고(정숙한 추녀), 의역한 언어는 도착언어(의 구조나 감성)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부정한 미녀).

통역-번역자는 이 사이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언어를 뒤쳐야 한다. 이 두 책은, 이론적 깊이랄 만한 것은 모자라지만, 특히 통역이나 번역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실천적 지침서다.

앞으로 계속 요네하라의 책이 번역돼 나올 테니, 또 어떤 보석이 끼어있을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번역된 책 가운데 독자에게 한 권만 추천하라면, 나는 <프라하의 소녀시대>와 <대단한 책> 사이에서 망설일 것이다. <대단한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논평 모음. 본격적 서평도 드문드문 눈에 띄지만, 대개는 짤막한 감상문이다.

이 책은 요네하라가 얼마나 바지런한 독서가였는지를 보여준다. 전공이 러시아학이므로 러시아에 관한 책이 드물지 않게 논평 대상이 되지만, 그녀가 읽고 평한 책은 온 세상 정경문사철의 경계를 넘나든다. 더구나 그녀는, 이 책에 모인 글을 쓸 때, 암과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암 투병 중이었던 만큼, 암치료법 책들에 대한 논평도 자주 보인다.

일본에도 한국처럼 그런 책들이 많이 나오나 보다. 그리고 그 책들 대부분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책임한 쓰레기인가 보다. 환자로서 그 책들을 읽은 요네하라가 낙심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비친다.

여기 모인 글 가운데 하나는 그녀가 작고하기 이틀 전에 활자화됐다. 책 제목의 '대단한 책'에서 '대단하다'는 것은 그녀가 읽은 책들을 가리키겠지만, 내게는 바로 이 책이야말로 대단한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는 상복이 있는 사람이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말고도 여러 책이 평판 있는 문학상을 받았다. 그게 나로서는 좀 의외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책들이 상을 받을 만한 걸작들이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체가 밋밋하고 상투적이다. 그녀가 문장가는 못 된다는 뜻이다.

번역 과정에서 원문의 생채가 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뛰어나고 아름다운 문장은 아무리 못난 번역가를 만나도 그 생채의 일부를 남겨 독자에게 보여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가 문장가가 아니라는 것은 그녀에 대한 평가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녀의 책들이 보여주는 다감함, 날렵함, 섬세함, 유머감각 따위는, 요컨대 '에스프리'는, 여느 문필가가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있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생전에 한 번 만나봤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숭배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독신으로 살다 죽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 중에서 대표적인 책 세 권을 골라봤습니다.

바로 <프라하의 소녀시대>, <미식견문록>, <발명마니아>입니다. 틈 나는 대로 이 책들을 읽어볼까 합니다. 리뷰도 곧 만나시게 될 겁니다.

우선 책 소개를 할까 합니다.

 

 

 

1960년대의 프라하, 유년의 기억을 찾아서!

일ㆍ러 통역가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여성 중 하나인 저자의 프라하에서의 어린 시절을 담아냈다. 1960년부터 1964년까지 저자가 다닌, 체코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에게 생소한 동유럽에서의 삶을 살펴본다.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수상작이다.

소녀 시절, 공산당인 아버지를 따라 체코에서 살면서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일본의 동시통역사 '마리'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민주화라는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을 동유럽 친구들의 안위를 궁금해한다. 그래서 러시아 주요 인사의 수행 통역이 갑자기 취소되자, 동유럽 친구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고, 1995년 11월, 동유럽을 헤매는 2주간의 여행을 떠나는데…….

조국의 운명에 휩쓸려 이상과 현실의 괴리와 맞닥뜨리고만 저자의 동유럽 친구들의 모습은 20세기 후반, 동유럽의 격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해온 사회주의를 들여다봄으로써, 현재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는 민주주의에 대한 재해석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념적 우위를 벗어던진 채 이데올로기라는 껍질을 벗기고 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수상한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은 일본의 저명한 문필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오야 소이치(1900~1970)의 업적을 기리고자 매년 논픽션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문학상이다. (오야 소이치는 엄정한 눈높이로 다독하는 장서가로도 유명하다. 수집한 방대한 양의 단행본 및 잡지 자료를 모은 ‘오야 소이치 문고’ 시리즈가 있다.) 별세한 1970년부터 수상작을 선정해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은 재단법인 일본문학진흥회가 주최하고 《분게순주(文藝春秋)》가 운영한다. 현 심사위원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야나기다 쿠니오(柳田邦男) 등이 맡고 있으며 역대 수상자로는 일본 최정상급의 논픽션 작가 사와키 고타로, 이시카와 요시미, 하기와라 아키라 등이 있다. 일본인들의 이민사, 제일 동포 북송 산업의 비극 등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나 문제의식이 필요한 분야에 조명을 비추는 굵직한 작품이 주로 선정되어 왔다.


‘포스트 시오노 나나미’, 요네하라 마리의 첫번째 번역책 『프라하의 소녀시대』
요미우리문학상, 고단샤 에세이상, 분카무라 두마고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러-일 통역가 요네하라 마리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된다.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 여성의 한 사람인 요네하라는 공산당 간부인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에 거주했던 어린 시절의 문화적 교육적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해왔다. 2005년 건강 악화로 은퇴하기 전까지 러시아 주요인사가 방일할 때마다 수행 통역하는 일류 동시통역사로 활동했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경험을 담아 다문화를 포용하고 감수성이 돋보이는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해왔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개인의 추억과 동유럽 현대사를 직조해 소설적 감수성이 엿보이는 논픽션으로,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를 이해하고 국내에 소개하고자 선정한 첫번째 책이다.

철의 장벽 너머 동구권 소녀들의 성장의 기록

프라하로부터 일본으로 돌아온 요네하라는 프라하의 친구들과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는데, 그 연결고리는 차츰 헐거워졌다. 일본의 교육제도와 인간관계에 적응하느라 지쳐갔고 또 현실의 비중이 점차 커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추억의 옥석을 가리면서 옛 친구들의 모습과 그들에 대한 기억은 더욱 또렷해졌다. 민주화라는 물결이 동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그들의 안위가 걱정되기도 했다. 요네하라는 수행 통역을 하기로 했던 러시아 주요 인사의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자 옛 친구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단서는 친구들이 이별의 메시지와 주소를 적어준 ‘추억의 노트’뿐. 그리하여 1995년 11월, 프라하-부쿠레슈티-신 베오그라드를 가로지르는 2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1960년대의 프라하, 유년의 기억을 찾아서
1960~64년까지 저자가 다닌 프라하 소재 소비에트 학교는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나 외교관, 공산당 간부들의 자녀가 수학하는 국제 학교였다.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시절, 체코의 소비에트 학교라는 공간적 배경에서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모든 음식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먹는 것과 산다는 것’에 대한 유쾌한 기록


음식에 관한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소개한 지식인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 이 책은 식습관, 새로운 식품의 등장, 음식을 둘러싼 종교적 금기나 계급 차이, 문명 간 교류 등의 음식사를 조목조목 소개한다. 또한 음식은 사람과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재미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유쾌하게 증명한다.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어린 시절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로 이주해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문화를 접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차이를 깊이 있게 통찰한 글을 써왔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얘깃거리와 속담, 문화사까지 아우른 37편의 음식론이다.

저자가 음식에 대해 추적하고 공부하는 과정은 이 책의 독특한 점이다. 예를 들어 어린시절 먹어본 ‘할바’라는 러시아의 과자 맛을 몇십 년째 잊지 못해 ‘할바’와 비슷한 각국 음식의 조리법과 어원을 추적한다. 그 결과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목민이나 상인들의 교류에 의해 전파된 음식들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렇듯 음식과 식생활을 살피는 과정에서 어원 조사뿐 아니라 관련 책자, 백과사전, 신문기사, 인터넷 자료 등 갖가지 자료를 풍부하게 참조했다.

 

하루 일곱 권을 ‘읽어치운’ 독서가 요네하라 마리
평생 동안 ‘먹어치운’ 음식을 말하다!


저널리스트 고종석은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생전에 한번 만나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숭배자이기도 하다’라며 그에 대한 애정을 표한 적이 있다. 대체 요네하라 마리는 어떤 사람이기에 고종석이 ‘숭배자’임을 자처하는 것일까? 그의 이력은 이렇다. <요미우리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에세이스트, 러시아 주요인사의 방일 때마다 수행 통역한 일류 동시통역사, 하루에 7권씩 읽어치운 책들을 기록한 서평집 『대단한 책』의 저자,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올가의 반어법』을 쓴 소설가……. 게다가 어느 한 가지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방대한 이력에 독특함을 더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어린 시절의 경험이다. 요네하라 마리는 1960년대, 공산당 간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로 이주해 외국인 친구가 대다수인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이異문화를 접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적 차이를 깊이 있게 통찰한 글을 써왔다(이 내용은 『프라하의 소녀시대』 『마녀의 한 다스』 등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책 『미식견문록』의 출간으로 저자는 ‘미식 에세이스트’라는 이력을 하나 더 보태게 되었다.
그는 ‘맛있는 것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고, ‘먹기 위해 사는’ 사람으로 대식가 가문에서 엄청난 먹성을 물려받은 ‘냠냠공주’(저자의 별명)다. 또 어린 시절부터 세계를 드나들었기에 개구리, 뱀, 곰의 발, 사슴 코 등등 먹어본 음식의 폭 또한 다양해 미식 에세이스트로서는 훌륭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미식견문록』은 음식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얘깃거리와 속담, 문화사까지 아우른 37편의 음식론이다. 책 곳곳에 스며든 저자 특유의 농담에 쿡쿡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이 대단한 독서가가 꼼꼼히 안내하는 지식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읽어치우기’에 탐닉하던 지식여행자가 이번에는 ‘먹어치우기’를 주제로 인문학적인 지식을 곁들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모든 음식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음식 문화의 단면을 파헤치는 지적인 즐거움


음식은 역사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며, 어느 음식에나 그에 관한 문화적 배경―식습관, 새로운 식품의 등장, 음식을 둘러싼 종교적 금기나 계급 차이, 문명 간 교류 등―이 들어 있다. 『미식견문록』 역시 이러한 음식사를 조목조목 소개한다. 코스로 나오는 프랑스 요리의 서비스 방식이 사실은 러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거나, 19세기만 하더라도 감자가 ‘악마의 열매’라는 종교적 믿음 탓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눈여겨볼 것은 요네하라 마리가 이 내용들을 추적하는 과정이다. 마리 여사에게 음식과 음식에 대한 공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먹어본 ‘할바’라는 러시아의 과자 맛을 몇십 년째 잊지 못해 ‘할바’와 비슷해 보이는 우즈베키스탄의 과자 ‘할바인타르’, 루마니아의 ‘Loukoum’, 스페인의 폴보론 등의 조리법과 어원을 추적하여 ‘할바의 모든 것’을 밝혀내는 식이다.(저자는 이 과정 끝에 이것들이 모두 ‘유라시아 대륙에서 유목민이나 상인들의 교류에 의해 전파된 혈연관계에 있는 음식들’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렇듯 음식과 식생활을 살피는 과정에서 어원 조사뿐 아니라 관련 책자, 백과사전, 신문 기사, 인터넷 자료 등 찾아낼 수 있는 갖가지 자료를 풍부히 총망라했다. 자료만 총망라한 것이 아니다. 러일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상 러시아와 일본은 기본이고, 알바니아 등 유라시아 대륙까지 그가 가본 곳 어디에서나 음식에 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상상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세계 음식 문화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재조명한 <미식견문록>을 비롯해 <마녀의 한 다스>, <문화편력기>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문학자 요네하라 마리의 원드랜드『발명 마니아』. 이 책은 이 세상 온갖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요네하라 마리식 발명 100가지를 담은 것으로, 그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선데이 마이니치>에 연재한 글을 모아 엮었다. 그의 유쾌한 상상력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애완동물과 여행하는 법, 집 안 자투리 공간 활용법같이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이라크 전쟁, 팔레스타인 문제, 영토 분쟁에서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요네하라 마리의 폭넓은 관심사와 핵심을 꿰뚫는 통찰이 발명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직접 그린 핵심을 제대로 포착한 본문 일러스트와 요네하라 마리의 글맛이 더해져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람이 없다면 우리가 바람을 일으키면 된다!
-요네하라 마리, 상상력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세계 음식 문화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새롭게 풀어낸 『미식견문록』, 하루 7권씩 읽어치운 책들을 기록한 서평집 『대단한 책』, ‘상식’과 ‘정의’에 반문을 제기하며 이異문화를 탐구한 『마녀의 한 다스』『문화편력기』 등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인문학자이자 에세이스트 요네하라 마리. 그가 이번에는 ‘발명 마니아’가 되어 찾아온다.
이 세상 온갖 난제를 해결하는 요네하라 마리식 발명 100가지가 담긴 『발명 마니아』는 엉뚱한 “발명으로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속셈”으로 이루어진 요네하라 마리의 원더랜드wonderland다. 사유를 잃은 시대에 던지는 그의 유쾌한 상상력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나아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환기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재미있고 신나기만 한 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세계 정세까지, 허를 찌르는 놀라운 발상


이 책은 방대한 분량만큼 다양한 범위의 흥미로운 소재가 돋보인다. 궁극의 교통 체증 탈출법, 코골이 방지법, 한겨울에 손 시리지 않게 누워서 독서하는 법같이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불편을 느껴봤음직한 것에서부터 빈 라덴 체포법, 태풍에 대비한 자구책,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를 막는 법 등 세계 정세와 환경 문제에 이르는 저자의 관심사를 망라한다.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이나 연휴가 줄어들지 않는 달력처럼 발상 자체가 돋보이는 발명도 많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특징은 각각의 발명이 고정관념 비틀기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싹텄다는 점이다. 그것이 요네하라 마리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재치 넘치는 문장과 만나, 짧지만 깊이 있는 내용으로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다.
예컨대 요네하라 마리는 ‘놀이’란 비생산적이고 비실용적이라는 편견에 의문을 갖고 ‘만약 노는 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 하고 상상한다. 놀 때 생기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갖춰 놀이터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을 펌프와 연동해 아파트 저수탱크의 물을 채울 수도 있고, 공용 공간의 전등을 켜거나 엘리베이터용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대목은 제법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다가온다.
그만의 위트로 마무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요즘 복도랑 계단 전등이 잘 안 들어오나? 좋아, 지하 피트니스에서 땀 좀 흘리고 올까.”
(…) 머잖아 사전에서 ‘놀다’를 찾으면 ‘즐기면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 공헌하는 일’이라는 뜻이 나올지도 모른다.
-「노는 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195쪽)에서

「궁극의 팍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이 더 이상 전쟁을 강행하지 않도록 지구상 모든 나라를 일제히 미국에 합병하는 발명이다. 이 설정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류 전원이 미국 시민이 돼야 미국인과 공격 대상 국민의 목숨의 가치에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공격 대상국 자체가 없어지니 전쟁을 일으킬 이유 또한 없어지리라는 대목은 씁쓸한 현실을 절감하게 한다. 나아가 그는 실상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때마다 그 부산물인 재외 미군 기지가 세계 곳곳에 늘고 있음을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며, 결국 이 ‘프티 미국령 네트워크’가 엄청난 기세로 지구를 뒤덮고 있음을 꼬집는다.
패권주의에 대한 날 선 비판에 요네하라 마리 특유의 촌철살인이 더해져 허를 찌르는 통쾌함도 맛볼 수 있다.

“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그만둬주게. 부탁이야!”
“박사, 뭘 이제 와서 인도주의자인 척하기는!”
“그런 게 아니야! 장기를 못 쓰게 되면 곤란하단 말일세!”
-「승부에 져도 실리는 왕창 챙기는 기술」(402쪽)에서

“나한테 이 열화 우라늄탄 귀고리 어울릴까?”
“어머, 부시 손님은 뭐든지 다 어울리세요. 캡슐 폭탄 목걸이도 딱이에요.”
-「대립 회피증을 극복하려면」(407쪽)에서

 

 

 


그림까지 직접 그렸다
-상상력이 표현력을 낳았다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핵심을 제대로 포착한 본문 일러스트다. 그림에 서명된 ARAIYAYO(아라이 야요)는 실은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이름이다. 그의 동생인 이노우에 유리는 「에필로그」에서 이를 언급하며, 그가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그림을 따로 공부한 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예를 들면 ‘고양이는 그릴 수 있지만 개는 어렵’게 그렸다고. 하지만 꽤 ‘맛깔스럽다. 쓱쓱, 넉살 좋고 편리하게 발명품들을 잘도 그렸’다(뒤표지 이우일 추천사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글맛을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각각의 발명에 더해진 그의 그림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이러한 글의 형식 자체도 그녀의 발명 중 하나”
-요네하라 마리만의 흥미롭고도 진지한 글이 완성되다


언니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뭔가가 떠오르면 그것과 씨름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언니의 자유로운 정신이 춤추는 것이 내 눈에 분명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 언니는 늘 세계 정세에 분노하고, 환경 파괴를 염려하며, 애완동물을 귀여워하면서 진지하게 발명을 생각했습니다. 언니밖에 생각해내지 못할, 언니밖에 못 쓸 글이 완성됐습니다.
-「에필로그」(507~508쪽)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글에서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느껴진다. 하나의 문제를 끝없이 파고들어가는 집중력에서 놀랄 만큼 예리한 비판이 나오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뛰어넘어 과거와 미래를 폭넓게 바라보는 통찰은 사유의 폭을 무한히 넓힌다.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경계를 지워보고, 호기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원천일 것이다.
『발명 마니아』는 이 무경계 지식인의 ‘궁극의 상상력’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의 여러 가지 문제를 다양한 발명으로 바꾸어서 말하는 이 작업은, 그러고 보면 말을 통해서 세상을 연결하는 ‘통역’과 결국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이러한 글의 형식 자체도 그녀의 발명 중 하나’(「옮긴이의 말」에서)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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