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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書架에 꽂힌 冊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홍승완 - 용기, 친숙하고 낯선 단어

by Richboy 2010. 10. 19.

이십대 후반의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10년 동안을 길 위에서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정처 없이 마음 가는 곳으로 가고, 머물고, 떠났습니다. 어느 날 그는 독일 억양을 쓰는 사람의 차를 얻어 타게 되었습니다. 운전사가 그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젊은이는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걸어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운전자가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태어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괴테의 말이라고 했습니다. 젊은이는 반박하지 않았지만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괴테가 그렇게 말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도서관에 가서 이 인용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운전자가 단어 하나를 잘못 인용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괴테는 ‘희망(Hoffnung)이 없으면’이 아니라 ‘용기(Mut가 없으면’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어 하나의 차이였지만 그에게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젊은이도 희망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희망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절망과 고통은 정태적인 요소이다. 상승의 동력은 희망과 긍지에서 나온다. 인간들로 하여금 반항하게 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이 아니라 보다 나은 것들에 대한 희구이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에게는 희망보다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기만이 없으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젊은이는 이 말에 걸맞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Eric Hoffer)입니다. 그는 7세 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눈도 잃었습니다. 8년 후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그 후 수십 년을 길 위의 방랑자가 되어 여러 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육체 노동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 후에는 20년 넘게 부두노동자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노동을 하며 책을 읽고 사색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는 10권이 넘는 책을 쓰고, 독학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했습니다.

 

용기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에릭 호퍼의 책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희망 없는 상황에서 용기가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때 인간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 에릭 호퍼

 

* 에릭 호퍼 저, 방대수 역,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 이다미디어, 2005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