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는 약 10권 정도의 책 제목을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01. 장하준 신드롬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02. 불안한 달러, 기세등등 위안화 - 화폐전쟁
03. 영원한 애증의 대상, 삼성 - 삼성을 생각한다
04. 우리는 오늘도 변화를 꿈꾼다 - 혼 창 통
05. 작은 실천은 큰 변화를 낳는다 - 넛지
06. 국내 경제서의 판도를 바꿀 기린아, 장영재의 출현 - 경영학 콘서트
07.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의 귀환 - 부자들의 음모
08. 이름만으로도 빛나는 필립 코틀러 - 마켓 3.0
09. 오늘의 불안한 한국경제를 말한다 - 하우스 푸어
10.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 시골의사 박경철, 안철수
02. 불안한 달러, 기세등등 위안화 - 화폐전쟁
2010년에도 쑹홍빙의 <화폐전쟁1,2>는 베스트셀러의 상위에 줄곧 링크되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이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링크되고 있다는 사실에 유감이 많다. 1편을 포함한다면 거의 3년 동안 베스트셀러에 있을 만큼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독자들이 잘 살피지 않고 '이름'만을 믿고 사버리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우려되기도 한다.
이 책이 국내에서 화제가 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 쑹홍빙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언급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원인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유명경제연구소에서 ‘CEO가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면서부터다.
금융위기에 대한 예언적 발언이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 책이 출간된 2008년의 상황이라면 마땅히 이에 필적할 만한 책이 없었기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2010년이 아니던가? 2009년 이후부터는 이 책을 월등히 능가하는 책들이 꽤 많이 나왔기 때문에 <화폐전쟁 2>는 제외하더라도 <화폐전쟁>은 마땅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왜 현실은 그렇지 못할까? 내가 보기에는 ‘초두효과’ 즉 독자들이 달러와 위안화 관계를 밝힌 책은 <화폐전쟁>이 제일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화폐전쟁>은 과연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저자 쑹홍빙은 화폐의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현재 미국이 만들어내는 달러의 유통구조를 파헤쳐 '불안한 달러'를 역설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세계 제일의 갑부는 빌 게이츠가 아닌 로스차일드 일가이고, 달러를 만들어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사실 민간 중앙은행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피살 비율은 미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선부대의 사망률보다 높은데 대통령들이 피살된 이유는 달러의 발행권을 되찾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세계 금융세력에게 들통나 축출되었다고 말했다.
그 밖에 부동산 대출이 빠르게 증가할수록 당신 손에 든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무의 화폐화와 부분준비금 제도가 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가? 누가 황금을 ‘요괴시‘하는가? 왜 황금이 진정한 ‘화폐의 제왕’인가? 등의 의문에 대해서 답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누가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서 매점매석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답을 하면서 곧 현실로 들어날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용에 좀 더 접근해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단순히 위와 같은 세계금융경제의 음모론을 폭로하는 데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저자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통용되는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었고,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의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고 독자들을 은근히 선동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후 2008년 중국으로 귀국해 베이징 홍위안증권에서 파생상품부 총경리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월가에서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그가 이젠 중국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뛰면서 미국경제와 달러의 진실을 폭로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자는 기축통화 생산국이라는 이유로 흥청망청 소비하며 순채무국이 되어버린 미국과 달러에 이젠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채무화폐의 전형적인 사례인 달러는 채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발행되고 채무상환과 동시에 폐기되는 일종의 차용증서인데, 채무와 화폐가 연동되어 있으므로 채무는 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이 같은 악순환은 무거운 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모든 체제가 붕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채무화폐야말로 현대 경제에 도사린 심각한 잠재적 불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금은화폐로 대표되는 비채무화폐라고 보았다. 금은화폐는 ‘실질적인 소유’를 나타내고 법정불환지폐는 ‘차용증+약속’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본위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2년 후 글로벌재정연구원장이 된 쑹훙빙(宋鸿兵·41)은 최근에 펴낸 책 <화폐전쟁2>에서 포스트달러로 2024년경 세계단일화폐가 탄생할 것이고 그 대상은 <금+탄소배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부제가 금권천하金權天下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쑹홍빙은 <화폐전쟁2>에서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경제적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먼저 서방의 (경제)세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이 화폐의 메커니즘을 통해 화폐를 지배하려는 상업은행의 권모와 술수가 곧 중세 이후의 역사라는 것을 밝히고 그 배후에는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면, 이번에는 전작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소개했다. 바로 중국경제학계가 발견하지 못한 맹점 즉, 세계 17개국의 주요 금융 패밀리간의 인맥관계와 그들이 일으킨 각국의 전쟁, 혁명, 정변, 위기간의 연동관계를 밝혀냈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고자 한 바는 ‘현재의 중국은 세계적인 파워 그룹과의 이익 다툼에서 결코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 단일 화폐를 향한 서구 선진국들의 은밀하고 전진적인 행보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이 된 달러만 한가득 품고 있는 중국의 미래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쑹홍빙은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책 <화폐전쟁 1,2>는 ‘기축통화의 위기’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중국독자들에게 선동한 책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달러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하고, 나아가 세계금융시장을 움켜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금융세력’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독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저자의 의도를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볼 때 얻을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을 짚어주고 싶다. 위기에 봉착한 달러와 기세등등한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현실을 이해할 정도이다. <화폐전쟁>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를 모토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화폐전쟁
화폐전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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