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문제로 일본 열도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 글의 배경이 나가사키인 것이 우선 흥미롭다.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9일 히로시마에 이어서 두 번째로 원폭이 투하된 곳이다. 그날의 끔찍한 재앙이 이 도시에 남은 인간에게 어떤 깨달음과 기억을 남겼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저 매미가 울고 사람들은 전철을 타고 출근하고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는 일상이 남았다. 그때 벽장 속의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아무런 특징도 없이 갈팡질팡하고 살다가 삶에 쓰나미가 몰려온 것 같은 날, 기대고 돌아갈 곳, 한가로이 오후의 햇볕을 쬘 수도 있는 피난처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이 글은 우리 모두인 그녀로부터 우리 자신에게 온 편지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되찾고 싶은 옛 왕국에 대한 이야기다. - 정혜윤(CBS PD, 작가)
201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타인의 집에 숨어 살아야만 했던 한 여성의 놀라운 고백.
'그는 부엌에서 음식물이 사라지는 걸 보고 놀랐다. 남부에 사는 오십대 독신남은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웬 낯선 여성이 그가 없는 동안 그의 집 안에서 거니는 걸 확인했다.' 2008년,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에 보도되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집주인 몰래 사용하지 않는 이불 벽장 속에 숨어 산 한 일본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집주인과 주거 침입자의 시점을 각각 다루며 하나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책은 집주인이 주거 침입자를 찾아내 고발하는 이야기로 시작해,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사연을 밝히는 것으로 이어진다. 소설 초반, 벽장에 숨어 일 년을 산 여자의 이야기는 섬뜩할 정도로 기이하며 소름 끼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곳이 그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남아 있는 옛집을 찾아온 홈리스 여성의 고백을 통해 마음 놓고 기댈 곳 하나 없는 인간 존재의 쓸쓸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주인 몰래 이불 벽장 속에 숨어 산 한 일본 여인의 충격 실화!
프랑스 대형서점 프냑 선정 올해의 도서
『나가사키』는 201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2008년 5월 「아사히 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에 보도된 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 부분은 집주인의 시점에서, 두 번째 부분은 불법으로 주거 침입을 한 여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여자가 집주인에게 쓴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은 공쿠르상과 함께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생텍쥐베리(『인간의 대지』), 미셸 투르니에(『방드리디, 태평양의 끝』), 아멜리 노통브(『두려움과 떨림』), 르클레지오(『사막』) 같은 대형 작가를 배출했다.
『나가사키』는 2008년 5월 일본의 여러 신문에 난 한 사회면 기사에서 탄생했다.
*일 년째 숨어 산 여자
그는 부엌에서 음식물이 사라지는 걸 보고 놀랐다. 남부에 사는 오십대 독신남은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웬 낯선 여성이 그가 없는 동안 그의 집 안에서 거니는 걸 확인했다.
집주인은 직장에서 집을 감시해 침입자를 적발하고는 강도로 여겨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사용하지 않는 벽장에서 기거해온 한 여성을 체포했는데, 벽장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었고 옷가지도 있었다.
“살 곳이 아무 데도 없었어요”라고 오십팔 세의 실직 여성은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일 년 가까이 그곳에 숨어 살았다. 이따금 다른 두 집에도 번갈아가며 주인 몰래 머물렀다. -「나가사키 신문」 2008년 5월
소설은 1) 집주인이 주거 침입한 여자를 찾아내서 고발한 이야기, 2) 교도소에 풀려난 여자가 다시 그 집을 찾아간 이야기, 3) 그리고 집을 팔려고 내놓은 집주인에게 여자가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 편지로 되어 있다. 앞부분, 집주인 몰래 벽장에 숨어 일 년을 산 여자의 이야기는 섬뜩할 정도로 기이하며 소름이 끼치기도 하다. 하지만 뒷부분에서 여자가 그 집에 몰래 들어간 이유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 어린 시절에 살던 자신의 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실직 여성이며 홈리스인 여자가 지상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거처는 평생에 걸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낸 유년의 집이었다. 물론 그곳은 더 이상 자신의 집이 아니었기에 숨어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 사연에 공감할 수 있을까, 여자의 처지를 동정할 수 있을까.
주인공 시무라는 나가사키의 조선소 맞은편 조용한 집에서 혼자 산다. 매일 아침 기상청으로 출근하는 길에 시끄럽게 우는 매미를 저주하고 혼자 점심을 먹으며, 퇴근 후 곧장 집에 들어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냉장고 속의 음식이 없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음식의 수량을 꼼꼼히 체크해놓는다. 과일 주스의 양이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웹캠을 설치하는데, 어느 날 직장에서 컴퓨터를 통해 부엌을 감시하다가 화면에서 어떤 여자가 집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다.
주요 등장인물
-집주인 : 시무라 고보. 56세의 독신남. 결혼한 여동생이 있으며, 서로 왕래가 거의 없다. 나가사키시의 기상청에서 위성사진을 보면서 어선들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태풍 발생 여부를 체크하는 일을 하는 기상관측사. 매일 8시에 출근하여 6시 반쯤 퇴근하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독신으로 살면서 일종의 규칙들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회사에서는 혼자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술자리를 하지 않는 편으로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된다. 자신의 집에서 음식이 사라지는 등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자 아침에 먹고 남은 과일 주스의 높이를 적어놓는 등 꽤 꼼꼼하고 치밀한 스타일이다.
-침입자: 이름은 모름. 58세의 여성. 16세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일자리를 잃고 (나이 때문에) 취업이 어렵자 이웃들 보기가 부끄러워 살던 지역을 벗어나 노숙 생활을 시작한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한 가을, 우연히 잠겨 있지 않은 시무라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벽장에 숨어 살면서 자신처럼 외로운 처지의 시무라를 연민한다. 후반부의 편지에서 시무라의 집이 본인이 8살부터 16살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집이었음을 밝힌다.
-오타 부인 : 시무라의 이웃. 1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시무라와 닮은 아들이 있으며 혼자 산다. 집에 불청객이 드나든다고 생각한 시무라가 찾아간 이웃으로, 그녀는 한 달 전쯤 시무라가 집을 비운 사이 어떤 여자를 보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여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시무라에게 알리지 않았다.
나가사키
'Book Some place.. > 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미네르바의 경제전쟁 (0) | 2011.05.11 |
---|---|
리치보이의 주말 선택 -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0) | 2011.05.07 |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불량사회와 그 적들 (0) | 2011.05.04 |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깊은 인생(구본형) (0) | 2011.05.02 |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복지전쟁(로저 로웬스타인) (0) | 2011.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