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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월스트리트Wall 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by Richboy 2011. 5. 21.

 

 

 

 

월 스트리트Wall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돈만 많던 왕서방이 드디어 경제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개혁, 개방 30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어느덧 달러 외환 보유고 세계 1위, 금 보유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채권국이 되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줄 알았는데, 제대로 굴리지 않으면 저절로 스노볼snow-ball(산꼭대기에서 굴린 주먹만 한 눈이 바닥에 내려올 때는 집채만 한 눈덩이가 된다는 뜻, 복리의 힘을 대표하는 말이다)이 되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사실 중국의 일반인들에게 금융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신 중국의 자본 시장이 겨우 20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중국의 지식인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중국 국민을 계몽하기 시작했다. 쑹홍빙의 <화폐전쟁>은 달러 대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부추겼고,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천즈우는 “무엇 때문에 중국인은 부지런한데 부유하지 못한가?“라는 질문으로 <자본의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금융의 논리를 역설해 중국의 독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도 그들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중국 CCTV에 의해 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 10부작(국내에서는 지난 3월 29일부터 KBS에서 주2회에 걸쳐 5주 동안 방영되었다)을 그대로 지면 위로 옮긴 것이다. 성장을 향한 중요한 시기에 들어선 중국 자본 시장이 보다 건전한 발전을 위한 모델로 200년 역사를 지닌 월스트리트 자본시장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만든 취지를 알게 되니 흥미로웠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이 바라본 월 스트리트’라는 점은 회가 동했다. 놀랍게도 저자들의 시선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고, 월 스트리트를 둘러싸고 생긴 굵직한 금융사적 사건과 인물은 방대한 사료와 기록물을 동원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잘 정리했다. 읽기 쉬운 만큼 재미도 있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월스트리트와 월스트리트 맨들과의 맨투맨 대화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앞의 절반은 다큐멘터리 10부작을 말 그대로 녹취하듯 옮겨놓았다(다큐멘터리를 모두 본 후에 책을 읽었다). 후반부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짐 로저스를 비롯해 로스차일드가의 첫 비혈족 CEO인 나이젤 히긴스, JP모건의 증손자 로버트 펜노이어, 천즈우 예일대학 경영대학원 금융학 종신교수, 금융역사학자 존 스틸 고든, 닐 퍼거슨 등 다큐멘터리에 등장해 코멘트를 했던 월스트리트맨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옮겼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부분인데, 이 내용만으로도 책 한 권의 역할을 한다. 또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공통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중국 자본 시장의 미래’인 듯 그들이 말하는 중국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 그곳은 인디언의 땅이었고, 400여 년 전 그곳은 네덜란드인들의 벽이었다. 200년 전 그곳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금융의 씨앗이었고, 100년 전 그곳은 미국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오늘날 그곳은 세계를 향해 금융망을 펼치고 있다. 그 금융망은 강하지만 나약하고, 빛나지만 어둡다. 그 망은 경제발전을 가속화하기도 하지만, 경제를 멈춰 서게도 한다. 그곳은 바로 월스트리트다.”

 

   뉴욕 맨해튼 남단의 월스트리트는 실제 길이가 600미터가 채 되지 않는 금융 구역이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에서 취업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1제곱킬로미터 안에 무려 2,000여 개의 금융 기관과 40여만 명의 금융 종사자들이 운집해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다.

   월스트리트는 그 이름이 가진 역사만으로 금융 시장의 대명사가 될 운명이다. 뉴욕의 옛이름은 뉴 암스테르담. 미국 초기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고향을 그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중상주의 사상뿐 아니라 네덜란드 고유의 금융 혁신 이념을 전파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해상의 맹주가 되어 뉴욕에 위협을 가하자, 영국인의 상륙을 막기 위해 벽을 쌓았는데, 이 장벽은 영국인들의 상륙을 막지 못했다. 영국인들은 장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로大路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월스트리트Wall Street이다.

 

 

 

  

   동인도 회사설립과 세계최초로 주식을 발행하고, 최초의 선물거래소를 설립한 네덜란드와 뉴턴의 금 본위제 연구를 통해 최초의 국제화인 파운드화가 실험된 월스트리트, 이처럼 이곳에는 시공을 가로지르는 금융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경제지와 언론을 통해 지금껏 수천 수만 번 들었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월스트리트의 모든 것을 들여다 본 것만 같다. 뉴욕 맨하튼의 작은 도시구역이 얼마나 위대하고 놀라운 곳이었는지 새로 깨닫게 된다. 한편 월스트리트에 대해 전 세계의 시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쯤으로 여기며 그곳을 외면하는 이때 저자들이 중국 국민들에게 월스트리트를 새삼 주목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중국에도 ‘월스트리트’와 자본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리라.

 

   천즈우 교수 역시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 시장의 단점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자본시장은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단점을 두려워한다면 이제껏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최근 미국이 누리고 있는 자본시장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시장에서는 형태가 없고 냄새도 없을뿐더러 검사도 할 수 없는 금융 계약을 거래한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을 거래하는 것이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기본 특징이다. 자본 시장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이들이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조작하면 자본 시장에 위기가 도래하고 자산이나 증권 시세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또는 지나치게 낮출 경우 시장에 버블을 형성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산 거품이나 금융 위기가 두렵다고 해서 금융 시장과 자본 시장의 발전을 지나치게 억제해서는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 시장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376쪽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가 대신한 것 같다. 그는 세계의 자본은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며 단언컨대 향후 20년 사이에 세계에 큰 변화, 즉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확신은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이 책을 완독한다면 당신도 공감하게 될 내용이기도 하다. 

 

   “투자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물론 과거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반드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언제나 변한다. 시대 별로 항상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1920년대의 세계와 지금 21세기의 세계가 같은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이 같은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이 같은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항상 ”향후 20년 사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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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자
CCTV다큐멘터리 월스트리트 제작 지음
출판사
미르북스 | 2011-03-2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계 금융시장의 대가들이 바라본 월스트리트!동양인의 시각에서 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월 스트리트WallStreet - 미국 자본시장의 역사와 중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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