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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금리의 역사 - 이자율 보면 국가 흥망 보인다

by Richboy 2011. 3. 26.

 

 

 

 

금리의 역사 - 이자율 보면 국가 흥망 보인다

 

  이자율은 저축의 꽃이요, 높은 이자는 달디 단 열매다. 예금자들이 시중은행 대신 저축은행과 같은 제2 금융권의 장기저축예금에 돈을 묻는 이유는 이자율이 단 0.1%라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인정한 5000만원 한도의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한다는 예금보호법과 자기자본비율 8% 이상, 부실대출비율이 8% 미만인 우량 저축은행에 포상하는 8·8클럽제도 등 저축은행 예금자를 안심시켜주는 정책들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지난 1월 부산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는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원인으로 드러났다. 예금보장한도를 방패삼아 고금리 예금상품을 남발했고, 그렇게 끌어들인 돈을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쏟아 붓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부실을 키웠다. 또한 정책 실패와 감독 소홀이 정치권과 지역 토호들, 그리고 대주주들의 사금고화 같은 지극히 후진적인 금융부실과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  

 

  금융권 부실이 어디 하루 이틀된 이야기던가. 문제는 이자 몇 푼 더 받겠다고 자신의 노후자금을 전부 예금했는데 5000만원 초과 예금에 대해서는 지급보증이 안 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있는 예금자 수천 명의 앞날이다.

 

 

 

 

  리처드 실라의 <금리의 역사>(리딩리더)는 인류와 역사를 함께한 이자율을 주제로 한 책으로, 뛰어난 학자였던 시드니 호머가 1962년에 처음 낸 이후 리처드 실라가 2005년에 제4판으로 출간했다.

  금리를 주제로 한 문헌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이 책은 바빌로니아를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그리고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자율의 장구한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고대 바빌로니아와 그리스, 로마 등의 이자율 역사를 살펴보면서 국가 혹은 문화가 번성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낮고, 쇠퇴하거나 망하는 시기에는 이자율이 치솟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 시간적 차원에서 볼 때 금리의 흐름에는 일정한 추세와 반복적 변동 패턴이 존재한다. 이러한 추세와 패턴은 한 국가와 전체 문명의 흥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서 언급되는 단어는 ‘신용’이다. 신용이란 말은 새로운 신용 형태가 등장한 근래가 아니라 이자를 받고 뭔가를 빌려주는 행위가 있었던 신석기시대부터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특히 기원전 1800년께 만들어진 최초의 성문법전이라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는 최고 이자율이 제한되어 있다. 금리의 역사는 바로 신용의 역사인 셈이다.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있어 정부는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을 단죄하고 정책과 감독 실패와 부실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기관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놓치고 있는 큰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정부에게 잃은 국민들의 신용’은 누가, 어떻게 치유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예금을 하나 들더라도 공부해야 하는 세상임을 새삼 깨우쳐준다.

 

 

 

 

 

이 리뷰는 3월 26일자 경향신문 [책으로 읽는 경제]에 실린 칼럼의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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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책으로 읽는 경제
금리의 역사
시드니 호머,리처드 실라 공저/이은주 역/홍춘욱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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