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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온라인지식만을 맹신하는 세대라면 꼭 읽어야 할 책!

by Richboy 2011. 3. 19.

 

 

 

 

클릭할수록 퇴화되는 뇌와 진화하는 인터넷의 불편한 관계

 

  책이나 긴 기사에 쉽게 집중했었던 한 사람이 어느 날, 한두 쪽만 읽어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안절부절 못하고 문맥을 놓쳐버리기 시작했다. 그가 쉽게 몰입했던 독서는 이제 힘들어하는 뇌를 억지로 붙들고 다시 글에 집중시켜야 하는 ‘투쟁’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이자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인터넷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틀랜틱Atlantic’지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해 엄청난 파장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인터넷이 양산해내는 얕고 가벼운 지식에 대해 경고하는 그의 글들은 급기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청림출판)라는 책을 낳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소 진부하다고도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찬반양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전도사라 불리는 ‘니콜라스 카’가 최신의 미디어인 인터넷이 가져온 부작용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의 부작용이 단순히 중독 수준을 넘어 인간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아버린다는 그의 주장은 당장 책을 들게 했다.

  또한 지금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스마트 폰이 휴대전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오늘이 아니던가. ‘인터넷은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당찬 저자의 문제제기는 우리가 한 번쯤 깊이 논의해야 할 시의적절한 논제이기도 했다.  

 

 

  일찍이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전화,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과 같은 20세기의 ‘전자 미디어’에 의해 종이 인쇄물 등의 선형적 사고linear mind는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선형적 사고는 ‘전자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적 사고방식 에 밀려나 구식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면서 ’똑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것은 착각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지적(知的) 기량은 독서와 같이 대부분 오래 걸려 획득된 스키마에서 나오는데, 짧은 정보만을 섭취하게 하는 컴퓨터는 스키마 형성을 위한 뇌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읽기’에 관련해서 한때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지만 인터넷 때문에 지금은 제트 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고 자평했다. 온라인에 넘치듯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심만 재빨리 훑는 방식의 스타카토staccato식 읽기’에 익숙해지고, 생각하는 방식 또한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게는 ‘광서방’(http://kwang.info/988)이라는 닉네임의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는 오래전부터 e-book으로 책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는 e-book 유저다. 광서방은 만날 때마다 도서관을 넣어도 될 만큼 장서를 보유할 수 있고,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고, 중요한 부분은 잘라서 저장했다가 요약본도 만들 수 있고, 무엇보다 컨텐츠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하다는 등의 탁월한 장점을 내게 늘어놓으며 e-book을 권했다.

  업무상 잦은 외출과 출장하는 그에게 e-book은 더 없이 소중한 플랫폼인 것만은 틀림없을 터, 하지만 기계치인 내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의 말에 혹해 고액을 주고 단말기를 구입했지만, 채 한 권을 읽지 못하고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e-book 단말기를 볼 때마다 ‘나는 구식(舊式) 인간이라 종이라는 재질이 주는 물성(物性)을 놓지 못하나보다’며 애써 자위하며 지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의 주장에 내 생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e-book을 즐겨 읽는 광서방은 내가 종이책을 읽을 때처럼 몰입을 할까?‘ 그가 과연 전자책을 얼마나 만끽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 책의 리뷰에서 애먼 e-book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오늘날 인터넷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e-book 시장이고, 저자 또한 최고의 지적(知的) 활동은 종이책과 같은 선형적 사고라고 말하고 있어 책의 전개 양상이 전자책과 종이책의 대결구도를 띠고 있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러다이트Luddite나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어마다 달려 있는 링크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첨단의 e-book이 과연 ‘온라인 시대의 읽기’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의 책’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회의적이다. 그는 킨들과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의 최신 기능은 우리가 전자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주겠지만 고요함 속에서 오래 집중하고 깊이 사색하게 하는 능력은 키워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에 대한 저자의 반기는 구글Google에까지 이른다. 한마디로 구글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만나는 것 역시 점점 편리할수록 인간의 두뇌는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첫 글자만 넣어도 알아서 단어를 선택해주고, 읽기를 위한 사색이나 잠시의 침묵도 들어설 여지를 주지 않는 구글의 ‘편리한 검색’은 결국 클릭할수록 인간의 집중력과 주의력은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책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구글의 북서치에 대해서는 ‘구글에 있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정보 더미이며, 짧은 발췌문만 가득한 도서관’일 뿐 이라고 말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정보와 지식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우리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나 공유가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시행착오라는 경험치가 더해져서 생긴 지혜일 것이다. ‘오랜 시간의 몰입과 사색’도 경험이 될 터, 선형적 사고의 독서는 통찰력이라는 지혜를 무수히 낳았다. 하지만 무수한 링크와 하어퍼텍스트로 이어지는 정보를 서치search하고, 스킵skip하고, 스캐닝scanning하며 얻어내는 결과 속에서 인간성의 정수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터넷 정보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을 것이다.

 

 

 

 

  18절 종이를 반으로 접은 후 앞뒤에 쓴 72페이지 분량의 메모로 엮어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친필 작업노트(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로 불린다)는 지난 1994년 경매에서 약 3천만 불(약 36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이 노트의 구입자는 공교롭게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였다. 사람들은 이 엄청난 낙찰가를 두고 ‘오늘날의 천재가 과거의 천재에게 보낸 멋진 찬사’라고 평했다. 하지만 니콜라스 카가 그 소식을 들었다면 낭만적인 대답 대신 ‘낙찰가가 터무니없이 싸다’고 말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노트는 ‘인터넷 정보사회’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292호)에 실린 리뷰 입니다.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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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최지향 역/니콜라스 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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