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도 실험이 필요하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 해안을 덮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가 원인이 된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시설의 폭발 사고가 겹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菅直人)는 어제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지진은 "전후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단결을 호소할 정도 상황은 극심하다.
피해는 일본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13일 현재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지역 260만 세대와 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가 대부분으로 약 216만 세대가 정전 중이고, 도쿄 역시 4월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도ㆍ현을 5개 시간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차례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 2번 6시간 정전되는 곳도 생겨 전철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이 거의 올스톱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12, 13일까지 최대 규모 6의 여진이 60여 시간 동안 150여 차례의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사흘 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70%"라고 밝혔다. 재난으로 초토화한 일본의 절반을 또 한 번 강진이 덮칠 가능성이 거의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내가 일본의 아비규환 같은 처참한 상황을 처음 본 것은 공교롭게도 저녁을 먹을 때였다. 오후에 업무를 보던 중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이야기는 귓가에 들렸지만, ‘일본에 늘 있던 일’로 여기고 지나쳐 버렸다. 저녁을 먹다가 TV를 통해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처음 목격했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걸로 착각했다. 그 느낌은 예전 9/11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와 다름없었다. 그 때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던 10시 무렵이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 대재난의 영상 역시 재난 영화 ‘해운대’와 비교하며 경악하기 보다는 감탄을, 충격보다는 스릴과 함께 흥미를 느꼈다. 수십 분간의 뉴스가 흐른 뒤 정신은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그 끔찍한 장면을 ‘짜릿한 쾌감’과 함께 즐기고 있었던 사실에 스스로에게 불쾌해졌다. 내 속에 숨은 사악한 본성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구소련의 스탈린도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비극의 크기가 너무 크면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특성을 지적한 말인데, 난 이 말을 듣고 ‘반체제 인사들의 숙청을 계획할 때마다 망치로 구두를 했다더니 냉혈한다운 발언이다’라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스탈린과 같은 냉혈한이란 말인가?
듀크대 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경제 심리학>(청림출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커다란 비극에 대한 무관심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돕는 행위에 대해 “내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봤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는 한 사람을 보았고, 그래서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고 한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이 어느 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그리고 불합리하게)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51쪽
어떻게 사람이 이처럼 어리석을 수 있을까? 바로 ‘우리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존재임을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cs은 정통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완전하고 이성적인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 행동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서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학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말하는 행동경제학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