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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경제심리학 - 경영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도 실험이 필요하다!

by Richboy 2011. 3. 15.

 

 

 

 

경영의 모든 판단과 결정에도 실험이 필요하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 해안을 덮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게다가 대지진과 쓰나미가 원인이 된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시설의 폭발 사고가 겹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菅直人)는 어제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지진은 "전후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단결을 호소할 정도 상황은 극심하다.

  피해는 일본 전역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13일 현재 도호쿠(東北) 간토(關東) 지역 260만 세대와 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가 대부분으로 약 216만 세대가 정전 중이고, 도쿄 역시 4월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도ㆍ현을 5개 시간 그룹으로 나누어 3시간씩 차례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하루 2번 6시간 정전되는 곳도 생겨 전철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이 거의 올스톱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진의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도호쿠 지역을 중심으로 12, 13일까지 최대 규모 6의 여진이 60여 시간 동안 150여 차례의 강도 높은 여진이 이어졌다. 특히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사흘 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70%"라고 밝혔다. 재난으로 초토화한 일본의 절반을 또 한 번 강진이 덮칠 가능성이 거의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일 내가 일본의 아비규환 같은 처참한 상황을 처음 본 것은 공교롭게도 저녁을 먹을 때였다. 오후에 업무를 보던 중 일본에 지진이 났다는 이야기는 귓가에 들렸지만, ‘일본에 늘 있던 일’로 여기고 지나쳐 버렸다. 저녁을 먹다가 TV를 통해 일본열도를 뒤흔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처음 목격했을 때는 마치 영화를 보는 걸로 착각했다. 그 느낌은 예전 9/11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와 다름없었다. 그 때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던 10시 무렵이어서 오히려 재미있게 지켜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본 대재난의 영상 역시 재난 영화 ‘해운대’와 비교하며 경악하기 보다는 감탄을, 충격보다는 스릴과 함께 흥미를 느꼈다. 수십 분간의 뉴스가 흐른 뒤 정신은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그 끔찍한 장면을 ‘짜릿한 쾌감’과 함께 즐기고 있었던 사실에 스스로에게 불쾌해졌다. 내 속에 숨은 사악한 본성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구소련의 스탈린도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일 뿐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비극의 크기가 너무 크면 그것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인간의 특성을 지적한 말인데, 난 이 말을 듣고 ‘반체제 인사들의 숙청을 계획할 때마다 망치로 구두를 했다더니 냉혈한다운 발언이다’라고 평가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스탈린과 같은 냉혈한이란 말인가?

 

 

 

 

 

 

  듀크대 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경제 심리학>(청림출판)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커다란 비극에 대한 무관심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는 테레사 수녀가 자신의 돕는 행위에 대해 “내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봤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있는 한 사람을 보았고, 그래서 행동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고 한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이 어느 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그리고 불합리하게)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351쪽

 

  어떻게 사람이 이처럼 어리석을 수 있을까? 바로 ‘우리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존재임을 밝혀내는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cs정통경제학이 전제로 하는 완전하고 이성적인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 행동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해서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학문이다. 댄 애리얼리 교수가 말하는 행동경제학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계산기처럼 정확하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래서 인간이 비이성적적인 존재라는 결론을 내린다.

  완벽한 합리성rationality을 전제로 정립된 경제학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의 몇몇 전제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시장은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의 전제들은 엄청난 판단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중간생략)

  이와 같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실망할 일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결점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혹을 이겨내고, 더 큰 절제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때에 실패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러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 발명․ 창조한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에 커다란 이익이 될 것이다.“ 11~15쪽 정리

 

  <경제 심리학The Upside Of Irrationality>은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이 던졌던 문제의식, 즉 경제 주체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과는 약간 다르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 인간이 지닌 비이성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면을 다루었다. 즉 만약 인간이 이성적이라면 남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일을 즐기지 못해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비이성과 불합리가 때로는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때로는 위대한 일을 이루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원제목도 ‘불합리성의 이면‘이다).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은 독자로서 판단하건대 전작은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인간의 존재를 밝힘으로서 기존의 주루 경제학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책은 기정사실이 된 ‘비이성적 인간’이 가장 중요한 사회집단인 회사와 가정에서 발생하는 인간행동들에 대해 적응하며 살아가는 슬기로운 방법들을 제시한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거액의 보너스가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프로 골퍼에게 1미터짜리 퍼팅은 ‘누워서 떡 먹기’다. 하지만 만약 이 1미터짜리 퍼팅이 100억 원이 걸린 대회의 18번 홀에서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퍼팅이라면 이 골퍼에게 1미터는 과연 ‘누워서 떡 먹기’일까?

  저자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인센티브는 ‘양날의 칼’이라고 말했다.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임무의 경우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는 성과를 높이지만, 매우 높은 인센티브는 오히려 사람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교란시켜 스트레스를 낳아 성과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단순한 기계적인 임무 수행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너스가 높은 성과를 내는 반면, 두뇌를 사용하는 임무 수행자에게는 반대의 결과를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요한 것은 과대한 보너스는 늘 성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압박감을 불러 오히려 성과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가져다줄까?

  안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공짜밥보다 노동해서 먹는 밥에 더 맛을 느낀다. 이처럼 사람들은 급여 이외에 다른 의미를 얻을 때 일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업무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만족감, 도전함으로써 얻게 되는 성취감, 뭔가 큰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등 대체적으로 자신의 일이 커다란 가치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오늘날 업무용 관리시스템으로 인해 업무가 잘게 분할되어, 자신의 작은 업무만 보일 뿐 큰 그림을 보지 못해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의 직원들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자 한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경영진의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에서 성취감을 얻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소들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업의 생산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다.”  

 

사람들은 왜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할까?

  세계적인 조립식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 주부들이 요리제품을 고를 때 완제품보다 반제품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직접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 ‘창조했다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할수록 더 큰 애착을 갖는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케아효과라고 불렀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 어떤 대상에 투입되는 우리의 노력은 그 대상에 대한 애착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평가하는 방식까지도 바꾼다.

- 어떤 대상에 대한 더 많은 노동을 투입할수록 그 대상에 대해 더 큰 애착을 갖는다.

- 우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역시 높게 평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아무리 많은 노력을 투입했다 하더라도 완성하지 못한 물건에 대해서는 그리 큰 애착을 갖지 않는다. 

 

  저자는 이케아효과를 들어 노동을 하지 않는 휴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다시 말해 편리함에 대한 대가로 진정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 휴식이라는 즐거움을 위해 거실에 서라운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돈을 주고 스피커 배선을 해줄 사람을 구하고, 예쁜 정원을 위해 돈을 들여 정원사를 고용하고, 요리하기 귀찮아서 외식을 하거나 시켜 먹고 있는데, 사실은 '뭔가를 직접 행함으로써 얻는 진정한 만족감과 즐거움‘은 못느낀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네 아이디어보다 낫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했던 세르비아 출신 발명가 니콜라스 테슬라는 똑같은 전력망을 사용해도 자신이 개발한 교류전기가 에디슨의 직류전기보다 더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에디슨은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다”며 가차없이 폄하했다. 그 뿐 아니라 교류전기는 위험하다고 소문까지 냈다. 에디슨은 자사 직원의 발명이기에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에 비이성적으로 집착한 나머지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게 되었다.

  저자는 디지털 카메라를 인정하지 못한 아날로그 필름 시장, MD기술을 고집하다가 MP3 시장에서 몰락한 소니 등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그다지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들어 NIH(Not Invented Here)신드롬이라고 불렀다. 만약 우리에게 NIH 성향이 발견된다면 유익한 면으로 전환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생산자의 이름을 제품에 달게 하거나, 자녀들에게 직접 채소를 심도록 하면 먹지 않던 채소도 먹게 된다.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를 알면 알수록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그리고 복수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복수를 한다. 또한 복수에 대한 위협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작은 무례에도 복수심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다면 오늘날 발견할 수 있는 부조리와 복수 기업과 소비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기업의 제품의 제구실을 하지 못할 때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복수(?)를 한다. 이러한 불쾌감을 주는 고객서비스를 소비자들이 겪게 되면 소비자의 복수는 어떤 방법이든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되고 증폭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뭔가에 분노를 일으켜 보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 대상이 누군지 신경을 안 쓴다. 자신의 분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복수심에 대한 기업의 유일한 대응책은 무엇일까? 바로 빠른 사과apology이다. 그렇다고 모든 복수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분노를 산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최선의 대응책은 ‘진심어린 사과’라고 저자도 말하고 있다.  

 

용기있는 추남은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우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이성의 외모에 관심을 덜 갖는다. 그리고 저자는 실험을 통해 우리의 외모 수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판단기준이 바뀌지는 않지만, 잠재적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특성의 우선순위는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덜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할 때 외모 이외의 다른 특성들을 더욱 중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지닌 적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화상, 뚱뚱한 몸매, 뻐드렁니, 북슬북슬한 체모에 단순히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연인이나 배우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외모 이면에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고 이내 사랑하게 빠지게 된다.”  

 

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까?

  저자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일시적인 감동은 그 당시의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경과한 후 비슷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실험결과를 통해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를 알기에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내가 내린 결정이 미칠 미래의 파급력도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생의 결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바로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배우자로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카누타기’를 권했다.

  저자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은 갈등을 겪고 결혼을 취소하기에 이르는 것 역시 카누타기와 같은 이치라고 보았다.   

 

 

 

 

  “나는 결혼상대자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과 카누와 두 개의 노를 이용하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카누를 타러 갈 때마다 잘못된 방향으로 카누를 몬다며 다툼을 벌이는 커플들을 본다. 카누를 움직이는 것은 보기보다 어려운데 쉽게 생각한 커플들이 조종에 애를 먹으면서 다투게 되는 것이다....만약 당신이 데이트 상대와 함께 카누를 타러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카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서로를 비난하게 될까(저 바위 안보여?)? 말다툼이 심해져 결국은 카누 타기를 포기하고 한 시간 정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씩씩거리게 될까?

  아니면 바위가 나타났을 때 서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다음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노를 저어 순조롭게 바위를 피해가게 될까?“

409-411쪽 정리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은 명쾌하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가 한꺼풀씩 벗겨진다. 특히 저자는 18세 때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과정에서 ‘의외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본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치료과정을 겪게 된 경험 속에 어떤 행동경제학적 요소를 갖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FDA가 의약품이나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듯 기업경영이나 공공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에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경계한 것은 아무런 근거 없는 육감이나 직관에 의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주장은 장영재 교수가 <경영학 콘서트>에서 ‘경영은 최고경영자의 카리스마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결정이 있게 한 과학, 즉 수학적 근거에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문제제기는 아래와 같다.

 

“솔직히 나는 기업 경영자들이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직관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담함을 보일 때마다 크게 놀라곤 한다. 정치인들이나 기업 경영자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어떤 심리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판단도 의료계의 판단만큼이나 오류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이나 공공정책도 체계적인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430쪽

 

  다시 처음에 말했던 일본 대지진으로 돌아가 보자.

 뉴스에 보도된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지진과 쓰나미의 놀라운 파괴력은 보여주지만, 유난히 피해를 입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면을 보다가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그랬던 이유가 있다.

  특수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천재지변을 거의 매년 겪다시피 하는 일본은 ‘적나라하고 처참한 사고 현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은 생존자를 괴롭히고, 나아가 사고를 수습하는 데 이로울 것이 없다’는 보도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수한 일본의 특별한 보도방침이라 여길만하다. 하지만 댄 애리얼리는 이 같은 일본의 보도방침은 사람들이 희생자를 직접 돕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근접성, 생생함, 의미인식 등의 요소들이 우리의 행동 판단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소녀 혹은 할머니의 스토리를 들려주며 가까운 나라 일본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댄 애리얼리 교수가 내가 가진 며칠간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내가 비극을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한 뉴스들을 다소 ‘관조적’으로 바라본 것은 일본의 방송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의 이런 보도방침 때문에 세계의 도움을 못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역시 없다.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아니던가? 폭발하고 있는 원전 때문에 복구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일본에 지금 전세계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종군위안부로 있던 대한민국 할머니들이 '그 눔들 한 짓을 생각하지만 괘씸하지만서도..' 하며 도울 정도니 말이다.   

 

 

 

 

 

이 리뷰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격월지 [스마트 월드](2011년 3,4월호)에 소개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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