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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23가지 진실

by Richboy 2010. 11. 30.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 23가지 진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 자유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주류 경제학인 자유 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자유 시장이 없다니...‘위험천만한 발언’의 주인공인 장하준 교수는 축구경기로 본다면 심판으로부터 레드 카드를 줘야 될 만큼의 깊숙한 태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08년에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에서 책 한 권 전체에 걸쳐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현실적으로 결코 모두를 잘 살게 하지 않는 이론이라 비판하고, 오히려 나쁜 사마리아인들(미국과 영국 같은 부자나라 사람들)이 경쟁자가 또 나오는 걸 원치 않기에 후진국들에게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며 오르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고 말해서 ’국방부가 선정한 금서목록‘에도 올랐던 그의 발언인지라 그리 놀랍지도 않다.

 

 

 

 

 

  올 상반기 출판시장이 한국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공정'과 '공평'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가 불을 지폈다면, 하반기는 장하준 교수가 3년 만에 펴낸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부․키)가 바통을 이어받아 이를 대신하고 있다. 출판사에 의하면 출간과 동시에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고, 출간된 지 20일 만에 8만 5천권이 팔려나갔다고 하니 블록버스터가 따로 없다.

 

  이렇게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국내에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비판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목소리’를 기다린 독자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오늘의 암울한 경제현실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속시원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예의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이러한 독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의 독자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중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대변되는 그의 ‘신자유주의 비판’은 많은 호응을 얻었지만, ‘경제학자 한 명의 목소리’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때문일까? 이번 글로벌 금융 위기는 어쩌면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한 것일까?

 

  강단에서 시장으로 내려와 되도록 쉬운 말, 쉬운 예로 친절하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경제학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에게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머지 5%도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학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세상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중략) 경제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단 한 가지 전제 조건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씌워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어 달라는 것이다.”

 

 

  굳이 방역학을 배우지 않아도 집 안팎을 깨끗이 치울 수 있는 것처럼 경제학의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만 알면 큰 범위 내에서 좋은 판단을 내리는데 무리가 없다는 말은 그다운 설명이 아닐 수 없다. 경제상황은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대중들이 함께 참여하고 고민해야 할 우리의 당면 과제이라고 그는 말했다.

  저자는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를 필두로,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등을 주장하며 이제껏 우리가 들어왔던 것과 전혀 다른 거침없이 펼쳐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풀어놓은 진실들 모두가 명쾌한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즉 ‘A가 아니라 B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B일 수 있고, C일 수 있다. 그리고 누가 문제를 푸느냐에 따라 그 답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명백한 것은 A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 전체를 통해 저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권위와 거짓된 우상’에 복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도 자기가 내리는 결정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려진 결정들이 모두 불가피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러 세상 중 가장 나은 세상이 아니다. 우리가 다른 종류의 결정을 내렸더라면 지금 다른 모습의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들이 확고한 증거와 제대로 된 논리에 근거한 것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아울러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무너져 버린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는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할 때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시장은 다른 기계와 마찬가지로 세심한 규제와 조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또한 지금과 같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자유 시장주의로부터 눈을 떠서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진실에 대한 불편함을 주는 책이다. 원작은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마찬가지로 먼저 영문으로 출간되어(영문판 제목은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이다)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 신봉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또한 지금껏 도그마처럼 믿고 있던 대중들에게 진실을 보여줌으로써 그들 역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듣지 않고, 보지 않는다면 풀숲에 머리만 처박은 타조와 다를 바 없다.

  책을 덮으면서 기대되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시장 자유주의자들의 반박과 비판이다. 또 다시 ‘국방부 금서’에 등록될지도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23 신드롬>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 리뷰는 월간 출판전문잡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12월호)에 소개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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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저자
장하준 지음
출판사
부키 | 2010-11-0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전문 지식 없이도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세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유튜브에 소개된 저자의 책 소개와 내용 설명 동영상

 

책소개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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