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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책여행책(박준)

by Richboy 2011. 6. 23.

 

 

 

안락의자 위에서 온 세계를 누비는 책여행!
책으로 여행을 떠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카오산로드 여행기 『On the Rord』를 통해 '떠남'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저자가 이번에는 '책'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이 책은 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고,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통해 온 세상을 여행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우리로 하여금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게 하는 통로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여기'가 아닌 '저 너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461,918km를 날아 29개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가 없다고. 단지 안락의자와 8,894page의 책만 있으면 그 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하나는 책 속 인물과 대화하고 책과 현실을 오가는 '책여행' 이야기며, 또 다른 하나는 저자의 여행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책' 이야기다. 그는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산책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며, '여행자'로서만이 아니라 삶을 가꾸는 '창조자'로 살아보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삶을 살아보면서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 가는 여행, 책여행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리라.


 

어느 날 읽은 한 권의 책, 어느 날 떠난 한 번의 여행으로 다른 생(生)에 눈 뜨다


“스물둘, 내가 다른 세상을 꿈꾼 건 『인도기행』이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스물일곱, 내가 다른 세상을 만난 건 시드니로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였다.”

‘왜 꿈만 꾸는가……한번은 떠나야 한다.’ 『On The Road』의 첫 문장이다. 저자 박준은 자신의 첫 책에 쓴 이 글귀처럼 세상의 이곳저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는 책을 쓰기 전 이미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은’ 여행자였지만, 여행작가가 된 후 글을 쓰기 위한 여행은 정체모를 허전함을 느끼고 했고 떠나는 건 더 어려워졌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책과 지난 여행의 기억 속으로 떠나는 몽상가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는 낯선 길을 걸으며 다른 세상을 만나듯, 책으로 사색하고 꿈꾸며 다른 삶을 만났다. 책 속의 시공간으로 빠져 들어가 ‘그곳’을 거닐며, 책 속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꿈속을 유영하듯 책과 현실을 오가며 ‘책여행’을 했다. 도대체 불가능할 것 같은 온갖 여정이 가능했다. 때론 지난 여행의 추억 속으로도 떠났고 그 여정의 기록은 ‘여행책’이 되었다. 그에게 책과 여행은 다른 세상을 만나고, 다른 삶을 인정하며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근접해가는 방법이다.
『On The Road』가 수많은 청춘들을 카오산로드로 떠나게 했다면, 『책여행책』은 책 속의 길을 따라 세계 어디든 떠날 수 있게 한다.

 

 

저자 박준PARK, JOON -  대학에서는 법학을, 대학원에서는 영화를 공부하고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였다. 94년부터 전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두 권의 여권에 2백 개가 넘는 스탬프를 찍었다. 뉴욕의 다양한 미술계를 취재한 다큐멘터리 「뉴욕 미술의 힘-다양성」(2003)과 EBS의 제작지원을 받은 장기배낭여행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On the Road」(2005)를 만들었으며, 「On the Road」에 대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On the Road」는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방콕의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상이자 책이다. 이곳에서 전 세계를 여행 중인 장기배낭여행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저자 박준은 카오산 로드에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년 이상을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들을 만나 그들의 흥미진진한 여행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마리화나나 피우며 실업연금으로 생활했다는 독일인 요나스,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를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여행하며 명상과 마사지, 요가를 배우고 있는 독일인 안야, 운영하던 제과점을 정리하고 3개월간 인도와 네팔, 동남아로 결혼 30주년 배낭여행을 떠난 김선우 서명희 부부, 쉽게쉽게 시집가는 것 대신 긴 여행을 선택한 윤지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학교를 자퇴하고 인도로 간 여고생 이산하, 매일매일 머리를 감는 것으로 시작하는 일상이 지겨워 세계여행을 떠난 심재동 커플 등 『On the Road』는 카오산 로드의 매혹적인 풍경과 함께 이들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On the Road』의 후속작『언제나 써바이 써바이』에서는 박준이 만난 사람들은 타인의 삶 속에 더 깊이 들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는 이들이다. 수십 년 다닌 직장에서 명퇴하고 나서 그 길을 알게 된 사람, 20대에 이미 그 길 위에 선 사람, 삶의 무게를 조금씩 실감하기 시작한 30대와 40대에 길을 나선 사람, 우리는 그들은 봉사자라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 몸과 마음으로 삶을 즐기는 또 다른 여행자이다. 이 책은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숭고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헌신적인 삶의 방식으로 ‘나눔’을 규정짓기보다는, 자신의 한계 내에서, 누구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나눔'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만든 이들이 말하는 나눔은 헌신도 이벤트도 아닌, 삶에 꼭 필요한 취미생활이고, 기다림이다.

2003년 이후 이렇게 꾸준히 프리랜서로 여행에 관한 글쓰기와 사진, 다큐멘터리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온 작가는 나눔과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길 희망하며 여전히 여행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행자'를 작품을 통해 그려나간다. 2009년에 파주 출판단지 근처 교하로 이사한 후, 집 거실과 도서관 그리고 카페를 오가며 한동안 몽상가로 살았던 그는 이제 조금 긴 여행, 아니 유랑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을 뿐!”
책으로 여행을 떠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여행은 아득히 먼 곳에서 시작되었다. 알래스카에서 북미와 남미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 남태평양과 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오전에는 달콤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그리워 이탈리아 크레모나를, 오후에는 몽골의 아르항가이 초원에 다녀왔고, 한겨울 기온이 곤두박질치면 태양이 작열하는 아프리카의 사막으로 떠났다.


외로움과 고독 사이를 배회하는 날엔 핀란드 헬싱키로 떠나, 고독한 사람이 일을 하고 자기처럼 고독한 사람을 만나 외롭지 않게 사는 법을 배웠다.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을 땐 모든 종류의 마이너리티가 환영 받는, 괴짜들의 고향과도 같은 프로빈스타운으로 달려갔다. 보스턴에서 두 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이곳은 ‘실패하거나 포기한 사람도,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없거나 처리할 마음이 없는 사람도 창피를 당할 일이 전혀 없는’(『아웃사이더 예찬』 중에서) 곳이다. 성적 소수자의 낙원이자, 유진 오닐,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마이너 시절을 보낸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저자에겐 위로가 되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끝없이 달리고 싶은 밤엔 『야간열차』에 몸을 싣곤 했다. 이 열차의 출발지는 블라디보스토크이고 종착지는 모스크바다. 지구 둘레의 4분의 1바퀴를 도는 셈인 9,289킬로미터를 꼬박 일주일 동안 달리는 이 열차를 타고 있으면 새로운 시간과 만나게 된다.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진, 낮인데 해가 뜨지 않고 밤인데 해가 지지 않는 날들을 끝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아침과 저녁으로 구분되는 하루의 시간 따위는 사라진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횡단하며 세상을 떠도는 이 열차는 우리를 옭아매는 시간의 개념을 잊게 한다. 새로운 시간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저자는 배낭을 메고 일상을 떠나는 여행이 아닌, 책과 지난 여행의 추억 속으로 떠나는 것으로도 다른 세상을 만나고 세계와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여행책』은 책 속에 난 길을 따라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여행은 곧 책을 읽는 일임을 보여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고 말했다. 여행을 하지 않고 책을 읽지 않으면 세계의 한구석만 맴돌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세계의 몇 페이지를 읽고 있을까? 안락의자에 앉아서 세계의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저자의 바람처럼, 내가 되고 싶은 존재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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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저자
박준 지음
출판사
웅진윙스 | 2010-10-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기!책과 지난 여행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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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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