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저널리스트 13인이 현장에서 찾은 최고의 르포르타주
이 접근법은 일반인들이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로이터통신으로부터 금융 저널리즘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은 《눈먼 자들의 경제》는 13명의 유명 저널리스트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금융위기의 원인을 취재한 이야기다. 이 책의 특징은 경제전문가들의 설명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 현장의 이야기를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풀어내는 르포르타주라는 점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일반인들이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보통 경제전문가들이 내놓은 위기의 원인과 분석은 매번 바뀌고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현장에서 탐욕에 눈먼 사람들이 벌이는 결정적인 실수들은 항상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수들을 이해하고 방지하는 것이야말로 위기를 반복되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될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모든 사건들은 배후 인물과 명확한 내막이 밝혀지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많은 취재원과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진 글을 읽다보면 독자 스스로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화폐가 생기고 은행이 생기면서 경제위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위기의 현장과 그 이면에 대해서는 알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위기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이 책에서 소개된 탐욕의 시대를 이해한다면 어이없이 반복되는 위기를 어느 정도는 끊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탐욕에 눈먼 자들이 저지른 사건들
또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유명 저널리스트들의 감각적인 글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냉철하고 깊은 통찰력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현대 정치와 경제를 비판하는 논객으로 활동 중인 최고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등 저널리스트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과 분석은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며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몰락 과정을 담담히 묘사하면서 과연 그들이 사기꾼 집단이었는지 반문한다. 한편 금융위기로 부유했던 월가 사람들이 몰락하는 과정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통해 금융위기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2부에서는 금융위기를 진압하기 위한 워싱턴DC의 이야기를 통해 구제금융의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분석을 통해 금융위기가 부른 다섯 가지 실수도 소개한다. 3부에서는 마이클 루이스의 재기발랄한 글맛으로 포장된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이야기를 필두로, 세계의 명문 대학에서 부도 위기로 몰린 하버드대학교의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이들 이야기를 통해 탐욕이 얼마나 많은 곳에 퍼졌는지 탐욕의 눈먼 사람들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4부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를 벌린 메이도프의 이야기를 심도 깊게 파헤친다. 20년 넘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 버나드 메이도프의 이중적 얼굴을 통해 세상을 속인 사람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려준다.
서론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을까?
컬런 머피
1부 월스트리트
1장 베어스턴스의 몰락: 누가 베어스턴스를 무너뜨렸나?
브라이언 버로
2장 공황 상태에 빠진 거물들 : 추락하는 월가 상류 사회
마이클 쉬나이얼슨
3장 월가, 또 다시 알을 낳다 : 파생 금융상품과 수학적 모델
니얼 퍼거슨
4장 헤지펀드, 날개가 꺾이다 : 포트리스 이야기
베서니 맥린
5장 월가의 보너스 : 누가 월가에 보너스를 허락했는가?
마이클 쉬나이얼슨
6장 세상을 파괴한 남자 : 조 카사노와 AIG
마이클 루이스
2부 워싱턴DC
7장 혹 떼려다 혹 붙이다 : 어이없는 구제금융
도널드 바렛, 제임스 스틸
8장 어리석은 자본주의자들 : 금융위기를 부른 다섯 가지 큰 실수
조지프 스티글리츠
9장 헨리 폴슨의 잠 못 이루는 밤 : 장관은 무엇을 했나?
토드 퍼덤
3부 혼란에 빠진 세상
10장 툰드라의 월가 :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마이클 루이스
11장 부자 하버드, 가난한 하버드 : 하버드의 부끄러운 재정위기
니나 뭉크
12장 캐리비안의 해적 : 앨런 스탠퍼드 미스터리
브라이언 버로
13장 마크 드레이어의 숙명적 범죄 : 모든 것을 가진 남자
브라이언 버로
14장 월가가 보내온 나쁜 메시지 : 금융위기가 세계에 미친 영향
조지프 스티글리츠
4부 메이도프 연대기
15장 메이도프의 세상 : 지킬박사와 하이드
마크 실
16장 “안녕하세요, 메이도프증권입니다” : 비서의 증언
마크 실, 엘리노어 스퀴야리
17장 메이도프의 두 아들은 알았을까? : 아버지의 마지막 부정
데이비드 마골릭
18장 루스의 세상 : 동업자이지만 공범은 아닌
마크 실
[책속으로 추가]
몇 시간 안에 앤티가와 베네수엘라를 포함하여 중남미 국가에 있던 모든 스탠퍼드 지점들에 불안한 예금자들이 몰리면서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졌다. 뜨거운 열대의 열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긴 줄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자신의 돈을 다시 만져보지 못할 것이다. 어떤 조사관이 말하기를, 스탠퍼드의 자산 80억 달러 가운데 최종적으로 10억 달러 정도밖에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스탠퍼드파이낸셜이 폰지 사기였다면, 버나드 메이도프 폰지와 놀랄 만큼 비슷했다. 메이도프의 사기에 관한 한, 오직 소수 몇 사람만이 진짜 상황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메이도프와 마찬가지로 스탠퍼드가 회계감사를 의뢰했던 회계회사는 직원 14명이 전부인 앤티가의 소규모 회계회사였다. 게다가 그 회사의 사장도 최근 죽었다. 스탠퍼드의 7인 체제 이사진은, 그의 선친과 뇌졸중으로 장애인이 된 옛날 친구 한 사람을 포함하여 전부 내부자로 꾸려졌다. 그런 사기가 그토록 거대해지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세계 은행규제가 얼마나 허술한지에 대한 극단적인 증거다. 알렉스 달메이디가 인터넷에서 놀라운 진실을 알아내는 데 고작 두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워싱턴을 정말로 몰랐을까? 아무도? 누구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걸까?
-12장 캐리비안의 해적 중에서
메이도프 일가를, 그중에서도 로슬린 시절부터 마크를 잘 아는 어떤 투자자는 그들에 관한 진실은 무지와 유죄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는 마크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 문제를 모른 체 무시하기는 했을지언정 ‘자, 이 도트 프린터로 가짜 거래들을 좀 꾸며보죠.’ 같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은 절대 아니었어요. 나는 롤렉스 시계와 낚시 여행 등 마크가 자신의 삶에 그저 만족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사악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가끔 혼잣말을 하죠. ‘마크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그 사람이 덧붙였다.
“나는 마크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파요. 앤드류도 참 안됐어요.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것이 아닌 삶을 살아온 것에는 화가 나요. 그 돈은 나와 우리 가족과 모든 피해자들의 돈이에요. 바보같이 메이도프에게 속아 투자했던 성실한 사람들 말이에요.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너무 불쌍해요. 아버지라는 사람이 자식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말았어요.”
-17장 메이도프의 두 아들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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