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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종이책 읽기를 권함(김무곤)

by Richboy 2011. 12. 1.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


 

우리시대 한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종이책 읽기를 권함』. 조선후기 실학사상가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에 미친 바보’ 즉 간서치라고 불렀다. 이 책은 우리시대 간서치라고 불릴 만큼 책 읽기에 몰두하는 어느 책 바보가 들려주는 ‘책읽기’에 관한 책이자 ‘책 읽는 사람’에 관한 책으로, 한평생 종이책 읽기를 사랑한 저자가 책 읽기의 즐거움과 깨달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독서는 독서 이외의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는지,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등의 물음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답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책이 사라져가는 시대, 책의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광조에게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그의 낭랑한 독서성(讀書聲)에 반한 처녀가 담을 넘었다. 조광조는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 돌려보냈다. 그녀는 잘못을 뉘우쳤고, 훗날 다른 집안으로 시집갔다. 기묘사화 때 그 남편이 조광조를 해치려 하자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일을 이야기하며 조광조를 해치지 못하게 했다고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독서는 역시 묵독(?讀)이 기본이다. 책을 읽는 일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해야 하는 외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소리 내어 읽으면 아무래도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무엇보다 소리를 내고 읽을 수 있는 책이 한정되어 있다.
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에 따르면, 원래 묵독의 습관이 유럽에서 지방도시까지 널리 퍼진 것은 19세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19세기 후반 이후에 묵독이 독서습관의 중심이 된 이후, 작가도 독자의 묵독을 전제로 글을 쓰면서, 독자의 습관에 맞게 글의 내용도 ‘내면화’되어갔다는 것이다. 즉 소리 내어 외부에 알릴 만한 내용보다는 혼자서 묵묵히 읽고 내면에 간직해두기 좋은 내용으로 책의 내용이 바뀌어갔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다. 묵독이 일반화되자 순식간에 책에 담긴 표현도 풍부해졌다고 한다.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례가 에로틱한 주제나 묘사라고 한다. 책을 소리 내어 읽던 시대에는 아무래도 표현이 담백하거나 우회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혼자 소리내지 않고 읽는 독자를 전제로 쓴 글은 그 내용이 훨씬 더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히라노 게이치로는 음독(音讀), 즉 소리 내어 읽기를 반대한다. “누구에게 들려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지극히 건전한 내용의 책이 아니면 도저히 소리 내어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 <소리 내어 읽는다> 중에서

 

 

책이 사라져가는 시대, 책의 가치를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책은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종이책을 읽는 일과 같은 느린 걸음을 갑갑해한다.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는 텔레비전, 인터넷, 영화, SNS와 같은 움직이는 영상과 빠른 뉴미디어 속에 깊이 빠져들어 있다. 자신의 것인 시간과 생각과 감성을 모두 그들에게 빼앗겨버린 채.

조선 후기 실학사상가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에 미친 바보’ 즉 간서치(看書癡)라고 불렀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은 우리시대 간서치라고 불릴 만큼 책 읽기에 몰두하는 어느 ‘책 바보’가 들려주는 ‘책 읽기’에 관한 책이자 ‘책 읽는 사람’에 관한 책이다. 저자 김무곤 교수의 엄청난 독서량과 뛰어난 문장력은 대학시절부터 그를 아는 많은 지인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는 모든 글쓰기를 컴퓨터로 하고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현대인’이지만, 종이책에 대한 그의 애착은 대단하다. 저자는 종이책은 무한 에너지를 가진 매체라고 말한다. 충전시키지 않아도 되고, 콘센트에 꽂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영원한 배터리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매체가 집단매체에서 개인매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책은 근대 태동기부터 혼자서 읽고 싶을 때 읽고, 덮고 싶을 때 덮을 수 있는 개인매체였다고 말한다.

종이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매체라는 점이다. 책 읽는 깊은 고통 뒤에 따라오는 쾌락, 스르륵 넘어가는 종이책장의 소리, 향긋한 종이냄새, 책장을 넘길 때 느끼는 손맛의 짜릿함. 이토록 다양하게 감각을 자극하는 매체는 흔하지 않다.

또한 종이책은 ‘선택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책을 고를 때 참으로 수많은 대안 중에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를 수 있다. 한 예로, 방송과 비교해보면 그 명백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시청자의 선택성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고작해야 수십 개, 많아도 수백 개의 채널뿐이다. 그러나 책의 경우는 다르다. 대한민국의 국립중앙도서관만 해도 2009년 현재 소장도서가 730만 권을 넘는다. 그리고 이 세상 곳곳에 도서관이 있다.

게다가 신문이나 방송, 영화와 달리 책은 지면이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영화는 대개 2시간, 방송 드라마도 대개 1시간 내외의 시간 분량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지만, 책은 내용이 많으면 두께를 늘이면 되는 것이다.

이 많은 장점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종이책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종이책을 읽는다.

지성(知性)은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
저자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일에 비해 책 읽기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책은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행위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을 듣는 행위와는 달리, 사람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일이며,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우리 스스로 깨닫는 일이다. 그것은 때로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므로 더욱 인간으로 태어난 지고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이다. 그 고통을 넘어서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온전하게 다 읽은 자는 온전히 그 책의 주인이 된다. 하품과 잠과 고통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책을 읽을 때, 책 읽는 사람은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된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책을 읽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앞 페이지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지탱해야만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사람은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밀고 가는 힘, 이 지탱력이야말로 사람이 오직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지성(知性)이 아닐까요?”

탁월한 지성과 유쾌한 감동, 진중한 울림이 어우러진 독서론
저자의 책과 관련된 일화는 무궁무진하다. 고서점에 갔다가 책이 너무 탐이 난 나머지 통장에 있던 돈을 다 찾아들고 나갔는가 하면, 돈이 없던 유학시절 옥스퍼드 영어사전 한 질이 너무 갖고 싶어 책 한 트럭을 내다팔기도 했다. 한때는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기차를 타곤 했고, 인사동 고서점에 혼자 책과 놀기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책에 대한 탐닉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먹고사는 데 바빠 여유가 없던 시절, 어느 날 그의 집에 엄청난 양의 책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밥을 먹는데 불쑥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것, 너희들 책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동네 책방에 들려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은 다 배달해달라”고 하신 것이다. 한 권 한 권 일일이 고르신 게 아니라, 작은 서점 하나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이다. 그럴 만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아버지는 돈보다는 소중한 책을 선택하신 것이다. 을유문화사 세계문화전집부터 삼중당 문고본, 정음사 중국고전 시리즈까지 그때부터 그의 치열한 책읽기는 시작됐다.
그의 책 읽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인내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책 읽기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책 읽기는 그저 즐거움이자 생활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그는 인문과학 · 사회과학ㆍ예술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그야말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 되었다.
종이책 읽기에 수많은 나날을 보낸 저자는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되지 않는 책 읽기의 즐거움과 깨달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종이책의 향수와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책의 가치를 우리시대 푸른 영혼들에게 전해야 하는 자신의 책무를 잊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김무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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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저자
김무곤 지음
출판사
더숲 | 2011-10-2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다!우리시대 한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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