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경제적 삶을 다루는 학문에 인간이 빠져서야 어찌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극도로 앙상해졌던 경제학에 다시 살이 붙어 통통해지는 과정이 앞으로 진행될 경제학의 변화가 될 것이다. 좀 멋지게 얘기하면, 하나의 학파가 지배하던 시절에서 학문적 혹은 이론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기가 온다고 할 수 있다. 주류 안에 있던 경제학자인 존 캐서디의 『시장의 배반』은 그런 점에서 새로운 흐름의 선두주자다.
캐서디가 우리에게 펼쳐 보여 주는 세상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새로운 30년’의 밑그림과도 같다. 공포와 초조함으로 다가올 미래 경제에 대해 한 가지 안도해도 좋은 것은, 『시장의 배반』이 보여 주는 새로운 경제가 악몽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가올 시대가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독식 경쟁의 정글이 아니라는 사실은 새롭게 경제학을 공부할 동기를 제공한다.
―우석훈(성공회대학교 경제학 교수)
“유토피아 경제학이 어떻게 금융 위기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설” ―《블룸버그닷컴》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가장 심도 깊고 설득력 있는 설명” ―《데일리 텔레그래프》
“자유시장의 핵심 근간, 즉 시장에서는 개인의 이기심 추구가 가장 효율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전제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뿌리까지 파헤친 야심 찬 기획” ―《이코노미스트》
“시장은 규제하면 안 된다는 불간섭주의가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 보여 주는 생생 드라마” ―《비즈니스위크》
경쟁 시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리라는 유토피아 경제학은 끝났다
미래의 경제는 독식이 아닌 다양성을, 경쟁이 아닌 공존을 말한다
★ 애덤 스미스에서 벤 버냉키까지 300년 경제사상의 흐름을 한눈에
신고전주의 주류 경제학은 케인즈의 경제학을 자유 시장 모델의 특수한 경우로 치부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장 성공 경제학에만 관심을 두었지, 시장 실패 경제학에는 눈을 감았다. 20여 년 전 폰지 금융을 예고한 하이먼 민스키와 자본 시장은 카지노가 될 것이라고 고발했던 폴 스위지. 각각 케인스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로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금융 주도형 자본주의 모델의 부상이 초래할 폭탄을 정확히 예측하여 사후에 크게 주목을 받게 되었고, 특히 민스키의 저서는 이베이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되었다. 민스키는 이렇게 경고했다. “지금까지의 금융위기는 때가 되면 사라졌기 때문에, 중앙은행 관계자나 정부 관리나 뱅커들이나 사업가나 심지어 경제학자들까지도 당연히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믿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깊은 불황으로 이어지는 금융의 한계점이 있다는 카산드라의 경고는 당연히 무시된다.”
독점력을 악용하는 대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보험이 가장 절실한 환자들에게 보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의료보험, 금융시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투기 버블, 이 모든 것이 바로 시장이 실패한 사례에 속한다. 모범 기업이라고 자부하던 구글은 저작권 승인도 받지 않고 모든 도서관 자료를 디지털화하려 하고, 페이스북은 유저들의 프로필 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시장은 이런 것들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가? 학교, 병원, 공원, 경찰, 공중위생, 빈민가 개발 등 시급한 공공서비스는 늘고 있는데 늘 재원은 부족하다. 경제는 가장 급하지 않은 가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이런 문제에는 눈을 감는다. 존 갤브레이스는 이것을 “사적 풍요와 공적 빈곤”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느슨한 경쟁이 성장을 촉진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특히 테크놀로지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무효화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류 경제학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완벽한 경쟁 모델이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설명했다.
50여 년 동안 경제학자들은 혁신, 이윤 창출, 자원의 효율적 분배에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즉 주식시장 버블, 부의 불평등, 환경오염, 신용 경색, 부동산 시장 붕괴 등이 일어날 때 시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류 경제학은 시장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처를 하고 있지 못했다. 시장은 결코 알아서 잘 돌아가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없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자유시장의 기본 원칙은 애덤 스미스의 명제인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전제에 세워졌다. 하지만 250년 전 국가가 경제를 이끌던 시절에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고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21세기 시장 자본주의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무리가 아닐까? 하지만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애덤 스미스의 명제를 철통같이 신봉했다. 이 책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핵심, 즉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알아서 최적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비현실적인 이론의 흥망사다. 하이에크, 케네스 애로, 하이먼 민스키, 그리고 2008년 주택 버블의 붕괴에 이르러서야 환상이 깨지는 드라마틱한 경제사가 펼쳐진다.
“조직의 이기심, 특히 은행 등의 이기심이 그들의 자기자본과 주주를 보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점은 내 오판이었습니다. … 문제는 매우 견고한 건축물처럼 보였던 어떤 것, 실제로 시장 경쟁과 자유 시장의 중요한 기둥이 하나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나에게 충격을 준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미 벌어진 사태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내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서문」에서
1부에서는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의 유토피아 경제학, 즉 시장은 알아서 돌아간다는 자유시장 이론이 어떻게 주류 경제학으로 정착했는지 설명한 다음에, 2부에서는 왜 시장은 이론과 달리 혈실에서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것을 ‘현실에 기반한 경제학’이라고 명명한다. 3부에서는 양쪽 이론을 적용하여(미국은 자유시장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신뢰한 나머지 시장이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도 규제 완화로 일관한 결과 금융 위기를 맞았다.) 일련의 주택 버블과 세계 금융 위기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지난 4월 부산 저축은행 사태는 과도한 금융 규제 완화에서 비롯된 시장 실패의 대표적인 실례다. 1982년 레이건 대통령은 예금취급금융회사법에 서명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저축 금융기관에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10년도 안 돼 700개가 넘는 저축 대부 기관들이 파산했고, 여기에 돈을 맡겼던 예금주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돈을 떼인 사람은 없었으나 이 혼란을 수습하는 데 들어간 총비용은 약 1250억 달러였고, 이 돈은 고스란히 미국 납세자들의 몫이었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바꾸어 놓는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파국에 이른 것은 이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착각에서 비롯됐다. 규제 없는 금융 시장은 고삐 풀린 도박장으로 변한 것이다. 그들은 왜 그토록 ‘시장의 자정 능력’을 맹신했을까? 경제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탁상공론의 덫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이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충실히 추구할 때 모두가 협력하여 공익을 이룬다는 기본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하이에크에서 밀턴 프리드먼까지 시카고학파가 탄생시킨 유토피아 경제학의 환상을 깨고, 케인즈와 아서 피구에서 조지 애컬로프와 대니얼 카너먼까지 현실에 기반을 둔 경제학의 흐름을 추적한다. 저자는 경제학의 변천 혹은 왜곡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고, 오늘날 미국과 세계 경제가 왜 비틀거리고 있는지 명쾌하게 설명한다.
‘보이지 않는 손’은 모든 것이 최선의 상태로 작동하도록 보장해 주는가? 이 책은 경제 교과서는 아니지만 독자들을 매일 신문의 헤드라인 이면에 감추어진 사실로 이끌어 주고,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법과 경제 정책을 만드는 이론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_「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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