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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화 인터뷰] 베스트셀러 탐구 '스티브 잡스'

by Richboy 2012. 2. 4.

 

 

    며칠 전 저녁을 먹던 중 경향신문 백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스티브 잡스 평전 <스티브 잡스>를 '베스트셀러 탐구'라는 제목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전화 인터뷰 형식으로 몇 마디 거들라는 내용이었다. 주저할 게 뭔가. 다름 아닌 '잡스 형님' 아닌가. 덕분에 냉이향 가득한 된장찌게가 담긴 따끈한 밥상에서 물러나야 했다. 직접 쓴 원고가 아닌 '전화 인터뷰'라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살펴보니 다행히 하고 싶었던 말을 요약해서 온전히 담은 듯 만족했다. 평소 존경하는 '한기호 선생'과 평이 엇갈린 구도로 구성했는데, 인터뷰 때에는 이런 구성에 대한 언급 없이 "혹자들은 그 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던데..."라고 백기자가 묻기에 대답한 내용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솔직한 고백이라는 점도 있지만, '국내 재벌 총수들의 자서전은 왜 없는가'에 대한 성토이기도 했다. 국내 경영자들의 자서전이 정치인의 그것만큼 많았으면 좋겠다. 뭐가 그리 바쁜지(아니면 뭐가 그리 껄끄러운지), 국내 경영인들은 내 이야기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자서전에는 오해에 대한 해명, 자잘못에 대한 고백이 필수다. 자서전이 꼭 성공스토리를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의 재기를 위해 '온워드'를 쓴 것처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자서전을 쓰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만 해도 그렇다. 이 책의 출간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나는 기사에 실린 내용처럼 '자녀들에 대한 사과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자녀들에게 기업가로서 그만큼 '애플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또 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마케팅 쟁이 스티브 잡스의 숨은 꼼수다. 잡스는 자신의 부재 이후 설왕설래할 '소문'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리차원에서 이 책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기업경영에 나쁜 소문은 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우는 죽어서도 관우'라는 말처럼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던 잡스가 개인적으로 남긴 마지막 흔적이 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광고인이자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의 기사를 읽다가 보니 잡스에 대해 ‘그는 천재가 아니다. 집요할 뿐이다’ 고 평하면서 평전을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완결형 제품'이라고 단언했다. '자기가 죽으면 다들 자기 이야기를 쓸 텐데, ‘너희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써?’ 하면서 월터 아이작슨을 작가로 부른 것'이라는 그의 추측이 나와 같아서 반가웠다. 잡스는 그러고도 남는 사람, 아니 그렇지 않다면 '그'가 아니다.

 

 

 

본문 바로가기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032031145&code=900308

 

비판 뚫고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간 ‘독한 잡스’

초등학교 5학년 주찬휘군(11)은 이번 겨울방학 동안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전기 <스티브 잡스>를 완독했다. 초등학생에게는 벅찬 944쪽의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군이 ‘애플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엄마의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던 주군은 금세 애플 제품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가진 한국 회사의 휴대폰에 애플 로고를 붙이는가 하면, 애플숍에 가 1시간씩 놀기도 했다. <스티브 잡스>도 엄마와 함께 서울 명동의 애플숍에 가서 샀다. 주군은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잡스처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0월24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스티브 잡스>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짧은 기간 동안 많이 팔리며 출판 시장의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어판 출판사인 민음사는 출간일까지 만들 수 있는 최대 부수인 초판 10만부를 찍었으나 금세 동났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판매 하루만에 일일 판매 기록이 깨졌고, 12월 말엔 총 50만부를 돌파해 최단 기간, 최대 부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스티브 잡스>의 한국 내 인기에 힘입어 저자 월터 아이작슨의 방한도 추진 중이다.

 

한국 출판 시장에서 한 인물의 일생을 다룬 전기는 화제를 끈 적이 드물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는 왜 그토록 인기였을까. 유성식 예스24 도서사업총괄이사는 “한국의 독자들은 <스티브 잡스>를 전기라기보다는 경제·경영 서적으로 파악했다”며 “대형 서점에서도 전기 코너와 비즈니스 코너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잡스라는 인물의 스타성과 극적인 삶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스티브 잡스>를 완독했다는 가수 이적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잡스는 스스로를 니체적인 초인으로 여겼으나 책은 그를 치명적 결함과 빛나는 재능을 함께 지닌 셰익스피어적 인물로 (그린다)”라고 썼다. <심야치유식당>의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스티브 잡스는 독한 인간이고, 자기애로 가득찬 사람이었다”며 “그렇기에 수많은 비판을 뚫고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음사 측은 <스티브 잡스> 독자의 남녀비가 초기엔 7 대 3 정도였다가 최근 5 대 5로 균형을 맞췄다고 밝혔다. 초기엔 IT나 경영에 관심 많은 남성들이 찾았고, 이후 인물 에세이에 호응하는 여성 독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전기로서의 사실성, 경제·경영서가 제시하는 성공에 대한 열망, 소설 같은 재미가 더해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셈이다.

▶이렇게 읽었다

일방적인 찬양에는 반대

책 <스티브 잡스>의 만듦새보다는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비판적이다. 아이패드·아이팟은 우리의 생활을 바꾸었지만, 여기엔 은총과 저주가 모두 있다. 칼이 사냥의 도구이지만 살인에 쓰이기도 하듯이. 아이패드·아이폰이 오히려 인간의 상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부분이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애플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눈여겨봐야 한다. 대만업체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는 12시간 2교대로 노동자들이 혹사를 당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많은 노동자가 죽거나 자살했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는 인물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지난해 한 대형서점에서 ‘올해의 책’을 논의할 때도 <스티브 잡스>를 선정하는 데 반대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

치부까지 드러낸 잘 만들어진 책


최고경영자가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의 치부까지 드러내는 책을 쓰게 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큰일을 했다. <스티브 잡스>의 출간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측면은 있겠지만, 책 자체도 잘 만들어졌다. 주머니가 얄팍해진 요즘 독자들은 이미 검증되고 유익한 콘텐츠를 사려는 경향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독자에게 유익한 콘텐츠로 일찌감치 인식됐을뿐더러, 인물에 대한 관심까지 더해져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책을 읽으면 잡스가 애플에 전념하느라 자녀에게 신경쓰지 못해 미안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잡스는 자녀들에게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마지막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은섭 | 경제·경영 북 칼럼니스트>

▶어떤 내용인가


타임 편집장과 CNN 최고경영자를 지낸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2004년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았다. 둘은 잘 알긴 했지만, 평소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친밀하진 않았다. 잡스는 애플의 신제품을 타임이나 CNN의 특집 기사로 내보내고 싶을 때에만 아이작슨에게 특히 친한 척했다.

당시 벤저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갓 출간했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집필 중이던 아이작슨에게 잡스는 자신의 전기를 집필해달라고 했다. 아이작슨은 잡스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 것이라는 생각에 제안을 거절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뒤, 아이작슨은 마침내 잡스 전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잡스의 아내가 남편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잡스는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며, 사전에 읽어보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아이작슨은 40여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했고 잡스의 친구, 친척, 경쟁자, 적수, 동료 등을 100명 이상 만났다.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는 잡스가 세상을 뜬 지 3주도 지나지 않은 2011년 10월24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간됐다.

잡스는 사과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애플’이란 회사명을 생각했다. 재밌으면서도 생기가 느껴지는 데다 ‘컴퓨터’란 말의 강한 느낌을 누그려뜨려 주기 때문이었다. 장롱이나 울타리를 만들 때 숨겨져 안보이는 뒤쪽도 잘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교훈을 마음에 새긴 잡스는 컴퓨터의 메모리칩을 디자인하면서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애플Ⅱ 케이스의 색깔을 고르는 과정에서 잡스는 2000종류의 베이지색을 검토했으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내쳤고, 매킨토시 패키지 디자인을 50번 이상 수정하게 했다. 그는 강박적인 완벽주의자였다.

<스티브 잡스>에는 그동안 베일 뒤에 있던 잡스의 개인사도 담겨 있다. 입양된 잡스는 생부모에 대해 “그들은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퉁명스러웠다. 잡스는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구원하지 않는 신을 믿는 걸 거부했다.

선불교는 잡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잡스가 컴퓨터의 팬을 싫어한 이유도 그 소음이 정신집중을 요구하는 선불교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잡스는 야채와 과일만 먹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였다. 채식주의 식습관이 해로운 점액, 체취를 막아준다고 생각해 체취 제거제를 쓰지도, 정기적으로 샤워를 하지도 않았다.

잡스는 두 가지 유산을 남기길 원했다. 혁신을 선도하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과 영구히 지속될 회사를 구축하는 것. 잡스의 인문학적 감각과 과학적 재능, 카리스마가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인기는 예상치 않은 논란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른바 ‘번역 논쟁’과 그에 이어진 ‘번역 배틀’이다. 번역가 이덕하씨가 한국어판 출간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스티브 잡스> 원서와 한국어판 10쪽가량을 비교해 한국어판의 오류 수십 건을 지적하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였다. <스티브 잡스> 한국어판 번역가 안진환씨는 ‘의도치 않은 실수나 착각’을 인정하면서도 “단어 하나하나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는 저자의 표현을 준용하면서 맥락에 중점을 두고 옮기는 게 나은 번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안씨의 입장을 옹호한 또다른 번역가 노승영씨와 이씨의 대립으로 번졌고, 노씨와 이씨는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의 영문 원서 1장을 각기 번역해 누가 나은지를 겨루는 ‘번역 배틀’을 벌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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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저자
월터 아이작슨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1-10-24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스티브 잡스'가 밝히는 그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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