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성장했다고 하는데 삶은 더 팍팍해지고 어려워질까?
왜 하버드생들은 맨큐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했을까?
아이폰 한 대에 담긴 분배 법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경제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우리 시대 자영업자들의 비극적 운명은? 안철수와 스티브잡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본심은?
세상을 지배하던 오래된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
이 책은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경제에 관한 모든 것이며, 이상한 나라의 경제에서 탈출구를 찾는 희망의 경제학이다.
이상한 나라가 있다. 이 나라는 국가대표 기업이 성공하면 모두가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협력과 공생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경제에서 만큼은 경쟁과 탐욕이 절대 선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나라이다.
착한 경제의 새로운 문법을 찾고 있는 경제전문가,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은 이 책에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적 풍경을 탐사하며 점점 더 불안해지고 힘들어지는 우리 시대의 삶을 명쾌하게 분석해낸다. 그리고 이 이상한 나라의 경제를 만들어낸 탐욕의 매트릭스의 본질을 뒤집는 새로운 생각에 차분하게 접근한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나라의 그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경제를 지배하는 왜곡된 시스템이다. 왜 경제는 성장했다고 하는데 삶은 더 팍팍해지고 어려워질까? 우리가 신봉하고 있는 ‘탐욕의 질서’ 그리고 ‘성장과 번영의 패러다임’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하고 어떻게 ‘예고된 대몰락’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왜 세계의 0.01%라고 하는 하버드 대학생들이 기존 주류 경제학 수업의 상징인 맨큐의 경제학 수업을 거부했을까? 대중들이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본심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거대한 전환을 예고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현상과 질문들에 대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명쾌한 저자의 분석은,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불편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예고된 대파산을 넘어 새로운 경제문법을 찾는 방법은 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99%의 반란의 진정한 의미도, 뒤늦었지만 ‘공생’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온 기득권층의 고민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경제 위기 이후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경제 문법의 출현도 모두 이 이상한 나라의 경제에서 탈출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희망은 있다.
1. 한국 경제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 숫자는 매년 커지는데, 우리의 삶은 왜 더 팍팍해질까?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까?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취업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59명이다. 28명은 취업해 살고 있으며, 14명은 비정규직이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17명이다. 그런데 정규직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안정적인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명이다.”(6쪽)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흔히 부자가 돈을 벌어 부가 넘치면 사회에 골고루 퍼진다는 트리클 다운(낙수효과)이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 일어나고 있을까? 저자는 트리클 다운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의 1장에서 순창을 한국의 축소판으로 삼아 지역경제의 대표적 성공 사례이며 모범인 (주)대상과 순창의 고추장 사업의 사례를 분석한다. 순창의 고추장 사업은 생산성의 관점에서도, 지역 주민의 고용에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다. 놀라운 성장과 건전한 경영에도 불구하고 순창을 구하지는 모했다. 지역 인구는 공장이 들어선 후 40%가 줄었고, 의미 있는 지역 농산물 구매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국가 대표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2000대 기업의 매출액이 815조 원에서 1711조 원으로 두 배 넘게 커지는 동안, 기업의 일자리는 2.8%밖에 늘지 않았다. 제조업 전체로 보면 1990년대 이후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다. 1993년 제조업 종사자는 388만 명이었는데, 2009년에는 327만 명이다.
부는 흘러넘치지 않았다. 한국 경제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국가대표 급인 상장 제조기업(559개)에 다니는 사람은 불과 1명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경제를 나의 경제로 착각해 자신은 관객인 줄도 모르고 이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 아이폰의 분배 법칙 :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갈까?
“여러분, 탐욕은 선입니다. 더 나은 단어가 없다면요. 탐욕은 옳습니다. 탐욕은 일을 되게 만듭니다. …… 탐욕은 텔다 제지 뿐 아니라, 또 다른 고장 난 기업 ‘미국‘을 구해낼 것입니다.”
- 영화 <월스트리트> (1987)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영화 속 기업사냥꾼인 냉혹한 투자자 고든 게코가 ‘텔다제지’ 주주 총회에서 남긴 명대사이다. 영화 속 고든 게코는 자신이 인수하려고 하는 기업을 넘어서서, ‘또 하나의 고장난 기업, 미국’을 ‘탐욕’이 구해낼 것이라고 역설한다. 탐욕은, 정말,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을까? 21세기 최고의 기업인 애플, 그리고 그 성공을 가능케 했던 아이폰의 이익의 분배 법칙은 이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애플의 아이폰 한 대 값이 50만 원이라면 그 가운데 본사의 기획, 경영, 연구개발을 맡은 직원들의 임금과 경비를 다 합해도 6만 7천 원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폰을 생산한 중국 노동자에게는 1만 원이 채 가지 않지만, 애플 주주의 몫은 50만 원 중 18만 원이 넘는다.(39쪽) 혁신의 대표 아이콘인 애플의 아이폰은 사람들의 삶을 스마트하게 바꾸기는 했지만, 부자가 된 것은 주주들이다.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의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은 아이폰이 개선해주지 않았다. 원가 절감, 합리화, 생산성 향상이라는 말 뒤에 숨은 익명의 주주의 탐욕, 그리고 그것을 부추기는 세계의 문제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성공 뒤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이다.
3. 하버드 생들은 왜 맨큐의 경제학을 거부했을까?
: 탐욕이 지배하는 세상, 그리고 예고된 몰락
“오늘 우리는 교수님의 수업인 경제학10 강의를 거부하고 강의실에서 퇴장하기로 했습니다. 이 경제학 개론 수업에서 이어지고 있는 편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그 편견이 학생들과, 하버드대와, 미국사회 전체에 끼치는 영향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131쪽)
2011년 11월 2일, 미국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경제학 10’ 강의 시간, 강당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학생 70여 명이 짐을 챙겨 밖으로 걸어나갔다. 월가 점령 시위에 동조하는 학생들이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맨큐 교수가 “탐욕스런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한다”라고 비판하며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경제 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경제학자이며, 그가 가르치는 ‘경제학10’은 하버드 안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강의였다. 2000년 이후 하버드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곳은 금융기관이었으며 투자 은행은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수업을 거부한 대학생들이 부끄러워한 것은 바로 그러한 수업을 들은 하버드의 졸업생들이 과거 몇 십 년 동안 이끌어 온 탐욕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였으며 그것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새로운 경제적 삶의 가능성을 막은 주류 경제학의 내용이었다.
저자는 세계를 휘감고 있는 위기의 근원을 탐욕에서 찾는다.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에서 2005년 1위를 차지한 아이슬란드는 2008년 국가부도를 선언했다.(84쪽) 탐욕에 달뜬 국민들은 어획권을 거래했으며, 국가는 규제를 풀고 금리를 높였다. 2003년부터 4년 동안 아이슬란드 주식시장은 아홉 배 성장했지만 거품이 붕괴하자 처참한 종말을 맞았다. 월가의 투자은행은 아이슬란드가 규제를 풀고 외국 돈을 끌어들이게끔 다양한 금융 기법을 제공했다.
세계의 상위 0.01%들이 배우는 주류 경제학. 그것은 월 스트리트를 살찌우고 그들의 성공은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세상은 구하지 못했다. 주류 경제학에서 잉태된 탐욕은 월스트리트를 거쳐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적은 숫자이지만 하버드 생들이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의 수업을 거부한 것은 이러한 실패에 대한 비판적 대안 모색의 상징이다.
4. 오래된 패러다임의 붕괴 : 굿바이 애덤 스미스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이지만 결과적으로 경제는 더욱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라는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프레임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원동력이었고 탐욕의 동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경제 윤리가 무너지고 있다. 그 현실적 결과는 1%와 99%로 나눠진 세상이며, 월스트리트의 실패이며, 반복되는 경제위기이다. 이 책의 2부는 우리가 믿고 있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한계와 실패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있다.
“원래 경제는 GDP나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학 원론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은 ‘돈’이 아니다. 모든 경제학 원론 교과서의 첫 번째 장은 ‘효용(utility)’에 대해 설명한다. 효용이란 인간이 느끼는 만족, 또는 행복을 뜻한다. 즉, 경제는 원래 인간의 행복과 만족과 관련된 영역이고, 경제학은 인간의 행복과 만족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206쪽)
1946년 이후 실질소득이 400% 증가하는 동안, 미국인들의 행복 수준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우리에게 경제는 건강과 복지와 일과 삶의 균형 같은, 직접적인 삶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를 대신할 것은 바로 이타성과 호혜주의에 입각한 경제다.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게 아니라 성장 중독 시대에서 탈성장 시대로 진화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프레임이다.
5. 희망을 읽다, 착한 경제의 새로운 문법
: 잭 웰치의 전향,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대중의 본심
“두 경영자에 대한 신드롬의 근본 원인은, 애덤 스미스의 프레임과 그 논리에 대해 쌓여가는 피로감에 있다.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도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피로가 커진 것이다. 사실 스티브 잡스나 안철수는 애덤 스미스의 논리를 말과 행동을 통해 내재적으로 반박하고 있는 사람이다.” (243쪽)
주주 자본주의의 대명사인 잭 웰치는 지난 2009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주가치는 가장 어릭석은 아이디어’라고 사실상 전향 발언을 했다. 최근의 스티브 잡스와 안철수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잭 웰치의 전향과 함께 새로운 미래 경제의 길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안철수에게서는 탐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품 중심 경영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저자는 이 두 명의 경영자와 함께, 협동조합 기업의 가능성과 경쟁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다양한 예를 제시하며 이러한 새로운 흐름이 미래 경제의 새로운 문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선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공식은 이제 깨져야 한다. 경쟁하면 이기고 협력하면 진다는 이상한 경제는 넘어서야 한다. 선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제, 그게 바로 이상한 나라를 탈출하는 방법이다.” (306쪽)
이상한 나라 안에 있을 때는 그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지 깨닫지 못한다. 윤리적 소비인 착한 소비, 카셰어링 공유 서비스 ‘집카’와 요코하마 빈민가의 유스호스텔로 탈바꿈한 오카베의 프로젝트와 같은 협동 소비,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사회적기업, 쉽게 만들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 사회책임 경영, 사회책임투자 등 탈성장 시대를 위한 다양한 경제 문법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찾고 있다. 이것이 바로 탈성장 사회, 고행복 사회로 변화하는 경제 문법은 선의와 협동이 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언에 기대를 하게 되는 이유다. 우리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시킬 힘은 바로 이 새로운 문법에서 출발한다. 함께 만든 경제가 멀리 간다는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은 새로운 경제를 준비하는 이 책을 통해 저자와 함께 한국 사회에 필요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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