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 엔도 이사오 교수의 화제작!
컴퓨터 앞에 앉아 바쁘기만 한 당신은 혹시 IT 중독자가 아닌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는 ‘종이 한 장’ 보고서 원칙이 있다. 신차 기획서 등 모든 보고 자료의 매수를 한 장으로 제한한 것이다. 분량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핵심 정보만 간단명료하게 표현한다. 보고서에 화려한 치장을 할 여유가 없다. 반면 어떤 기업의 부장은 “온종일 컴퓨터 앞에 찰싹 붙어 있는 부하 직원이 있어서 뭘 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보여 줄 사람도 없는 보고 자료를 묵묵히 만들고 있더군요.”라며 하소연 한다. 사실 종이와 펜을 활용해 작성하던 시절의 보고 자료는 보통 한 장 내외였다. 그러나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수십 장에 이르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업무를 편하고 정확하며 빠르게 만들어 주는 컴퓨터라는 디지털 기술이 오히려 업무의 효율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중독’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중독 문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 이메일만 보내는 영업자, 팀원들과 면담하지 않고 통합 시스템에 올라온 실적만 확인하는 팀장, 요점은 없고 변명으로 가득한 수십 장짜리 보고서만 살펴보고 있는 임원진, 최신 IT 시스템을 설치하면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경영자. 직장의 디지털 중독 문제는 이미 기업 곳곳에 침투해 있다.
경영전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와세다 대학 엔도 이사오 교수는 IT 시스템을 활용하는 기업가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중독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디지털 단식’을 통해 조직 전체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기업의 현장력을 되살리는 충격 요법을 제시한다.
엔도 교수는 디지털 중독이 개인과 조직에 심각한 수준으로 침투하였으며,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단식을 단행해 업무 프로세스를 일단 초기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비즈니스에서든 일상에서든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러나 기술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기업의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문제점을 진단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과도한 이메일 사용을 자제하라. 간략한 회의 자료를 통해 좀 더 생산적인 회의를 진행하라. 하루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체크하여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라. 외근을 통해 고객을 적극적으로 만나라. 효과가 불분명한 시스템 구축과 유지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 실무 부서에 지원하라. IT 시스템을 맹신하는 경영자의 사고방식을 바꿔라. 또한 스마트폰과 컴퓨터라는 도구를 강제적으로 배제하여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겠지만, 조직의 성과는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기 불황을 극복할 힘은 현장력이 살아있는 조직에서 나온다.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휘둘리지 않는 지혜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불황을 극복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조직의 활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볼 때이다.
저자 야마모토 다카아키(山本 孝昭)는 주식회사 드림아츠(DreamArts Corporation)의 대표이사. 첨단 기술과 마케팅 및 디자인을 융합시킨 시스템을 개발하고 컨설팅하는 일본 IT 업계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히로시마 슈도대학 상학부를 졸업하고 어시스트에 입사했으며, 이후 인텔 재팬에 입사해 가정용 컴퓨터 시장 확대 전략의 입안과 실행을 담당했다. 1996년 드림아츠를 설립했다.
역자 김정환은 건국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역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구글을 움직이는 10가지 황금률>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의 초고속 업무술> <스티브 잡스,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말들> <스마트 워커> 등이 있다.
조직 전체에 뿌리 내린 디지털 중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에서 실시한 사내 조사에 따르면 하루에 받는 이메일 중 55%가 아무런 조치도 할 필요가 없는 참조 메일이었다고 한다. 발신자는 이메일을 보냄으로써 수신자에게 업무를 인계했다고 생각하지만, 수신자는 자신이 그 업무를 받았다는 인식이나 책임감을 가지지 않는다. 책임 소재는 공중에 붕 떠버리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계속된다.
보고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 기사를 복사해 보고서에 붙여 넣음으로써 그럴듯한 자료를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혹은 인터넷을 조금 검색하다 보면 누가 어딘가에서 정리한 비슷한 주제의 보고서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자료에 옮겨 붙이면 된다. 정보를 복사해 붙여 넣을 뿐 자신의 머리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자료를 만든 본인은 그 일이 부가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들었어.’라는 성취감을 느끼기조차 한다. 이런 자료를 가지고 회의를 한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회의는 조용하고 무난하게 종료된다. 집단 속에 포함되려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패기 없는 집단이 늘어나고 있다.
팀원을 관리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중간 관리직의 디지털 중독 또한 문제이다. 정량 정보만을 중시하고 정성 정보는 무시한다. 고객을 직접 만났을 때의 분위기나 시장의 동향을 전하는 팀원들의 목소리는 수치로 표현할 수가 없다. 현장감이 없는 정량 정보는 판단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조직의 핵심인 중간 관리직은 쏟아지는 이메일과 시스템에 입력해야 할 자질구레한 관리 업무로 인해 중요한 사안들을 깊이 생각할 여유이 없다.
IT 투자에만 열을 올린 무책임한 임원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분명 IT 기술은 100명이 할 일을 5명이 할 수 있도록 업무 능률을 향상시켰다. ‘기업의 전략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며 왠지 쓸모가 있어 보이고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최신 시스템은 경영자와 임원진을 매료시켰다. 마침내 언제부턴가 IT 기술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IT 투자가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직시하고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말단 직원부터 중간 관리자, 경영자와 임원진까지 회사 전체를 뒤덮고 있는 심각한 중독 증상이 기업의 성장력과 생존력을 갉아먹고 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자각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스마트한 IT 활용으로 경쟁력의 원천인 현장의 힘을 되찾자
한마디로 말해 IT 시스템은 지금까지 수많은 혜택을 안겨준 동시에 현장의 힘을 크게 훼손시켰다. 그 부정적인 영향은 이제 임계점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IT는 무서울 만큼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우리는 그 편리함이 가져오는 편안함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질’을 동반하지 않는 편안함은 현장의 활력과 우직함을 빼앗으며, 기업의 경쟁력의 원천인 현장력을 약화시킨다. 적당주의가 만연한다면 기업의 부활은 영영 불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양질의 아날로그 시간을 되찾아야 한다. 컴퓨터 앞에만 있으면 사람과의 대화는 줄어든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열정이 필요하다. 메일을 보내놓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참조 메일을 보내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자.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현장의 힘을 되살려야 한다.
보고서 매수의 상한선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무의미한 데이터나 그래프로 분량만 많은 보고서가 만연하는 상황을 직시하고, ‘종이 한 장’ 보고서의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보고서를 화려하게 치장하는데 시간을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발로 뛰며 조사하고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로 고민하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인가? 이 선택은 중대한 갈림길이 된다.
중간 관리직 또한 디지털 중독에서 해방되면 얻는 것이 매우 크다. 쓸데없는 참조 메일과 관리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는 대신, 과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IT 기술에만 의존하는 젊은 직원들을 돕고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다.
기업의 경영자와 임원진 또한 IT 예산을 줄이고 실무 부서의 출장비를 늘리는 결정을 단행해야 한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습관화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성과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 세상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가 많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현장력 강화로 발현된다.
우선 부서 단위로 철저한 디지털 단식을 시행해보자. 각종 디지털 기기나 시스템이 없는 시간을 설정한다. 조직 스스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단식은 조직의 특성에 맞추어 실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단식을 다음과 같이 실천해보자.
1. 컴퓨터 사용 시간을 줄여 활기찬 사무실 분위기를 유도하라
2. 이메일을 보낼 때 무분별한 참조를 지양하고 받는 사람의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하라.
3. ‘한 장 보고서’와 같이 보고 자료의 매수에 상한선을 정하라.
4. 공유할 자료의 양을 줄여 회의 시간의 90퍼센트를 토론에 사용하라.
5. 출장의 기회를 늘려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듣게 하라.
6. 팀장은 팀원과의 적접 대화를 통해 리더십을 회복하라.
7. 현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실무 부서에 출장비 예산을 증액한다.
디지털 중독의 가해자는 결코 IT가 아니다. 그것을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한 인간에게 잘못이 있다. 폭음과 폭식이 비만과 알코올 중독을 유발하듯이 디지털 기술의 과잉 섭취는 반드시 중독 현상을 초래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한 지혜다. 사람에 의한 현장력을 되살려 역동적이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을 벗어나 동료와 대화를 시작하자.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자.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가자.
디지털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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