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조종은 가족의 정을 빙자한 강탈, 직장에서의 파워게임, 커플 사이에서의 지배,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구 등 일상생활에서 점점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늘 자기가 먼저이고 남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의 우선권을 확보하는 그들이 바로 심리 조종자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런 인간관계에서 부지불식중에 희롱이나 지배를 당하면서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삶의 방향을 상실한다. 이 책은 15년 넘게 인간관계의 각종 심리 조종을 상담해온 전문가가 심리 조종은 무엇인지, 정신적 지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피해당하기 쉬운 유형은 어떠한지, 심리 조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명쾌하게 밝힌다.
그렇다, 바로 ‘그 사람’ 이야기다
당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심리 조종자’라는 단어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내 마음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주위에 혹시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혹은 가까운 사람이 누군가 때문에 당신에게 하소연하고 있는가. 그가 바로 심리 조종자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지배당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도 한다.
불운하게도 당신에게 심리 조종자가 있다면, 그 사람―직장 상사나 이성 친구 혹은 부모님―에 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 갑자기 흥분에 휩싸여 왠지 두서도 없이 한 말 또 하는 상황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심리 조종을 흔히 정치나 마케팅, 종교 쪽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족의 정을 이용한 공갈, 직장에서의 파워게임, 연인 사이의 예속 관계, 우정을 앞세운 지나친 간섭 등 심리 조종자는 우리 곁에 흔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15년 동안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각종 심리 조종을 연구하고 상담한 결과, 심리 조종자의 프로필은 표준화되어 있었고 동일한 특징을 보였다. 당신이 겪은 ‘그 사람’과 친구가 당한 ‘그 사람’이 비록 성별이나 나이가 다르더라도 결국 닮은꼴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심리 조종은 단지 ‘뭐 밟았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회사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이들 심리 조종자는 나아가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아다. 이 책은 심리 조종자에 대한 보다 단호하고 정교한 대응을 위해 심리 조종자가 어떤 사람인지, 왜 피해자가 계속 당하는지,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 사람’이 어떠한지
왜 당신이 당하는지 명쾌하게 밝힌다
그렇다면 심리 조종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단순히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심리 조종이라고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심리 조종의 대표적인 특성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그를 희생시켜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소통 방식을 통해 심리 조종 피해자는 심리적 함정에 빠진다. 그 악순환은 의심, 두려움, 죄의식 3단계로 나타난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피해자는 이른바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심리 조종자는 피해자의 정보, 능력, 가치관에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여 피해자가 지닌 확신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놀람, 부인, 정보의 과장, 폄하, 적반하장 등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의심에 이어 두 번째 단계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가져오는 심리 조종자의 특성은 이렇다. 앙갚음(심리 조종자는 자기 뜻을 거스르는 자에게는 자기가 벌을 내릴 권리가 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과민성(심리 조종자는 몹시 불안한 사람, 그야말로 스트레스 덩어리다), 연극적인 과장(심리 조종자는 상대를 위협할 심산에서 극적으로 과장하거나 연출하기를 즐긴다), 독촉 압박(“지금 당장 결정해. 난 여기서 바로 대답을 들어야겠어.”). 이제 피해자는 마지막 단계로 수치와 죄의식에 빠져든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기주장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고 집단의 기대에 자신의 행동을 맞추기 급급해진다. 이를 위해 심리 조종자는 피해자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트집 잡힐 수 있는 ‘이중 제약’에 매이게 하거나 당신에게 지나친 의무감을 느끼게 한다. 또 병적인 완벽주의로 쉴 새 없이 피해자를 압박한다(완벽해야 해! 강해져야 해! 날 즐겁게 해줘! 서둘러!).
심리 조종자가 처음부터 피해자를 이렇게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괴롭힘에도 3단계가 있다. 그는 처음에 잘 웃고 호감가게 군다. 바로 유혹 단계다. 유혹이 먹혀든다면 심리 조종자는 안심하면서 그토록 순진해빠진 당신을 경멸하기 시작하는 동시에 당신의 호의로 제 잇속을 챙긴다. 파괴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파괴 단계에서는 당신을 고립시키고, 생활 혹은 근무 조건을 악화시키고, 소통을 고의적으로 거부한다. 직장에서의 정신적 테러나 가정폭력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단계는 분노 폭발 단계로, 증오가 극에 달해 당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타이어 펑크 내기, 우편물 가로채기, 한밤중의 장난전화, 이메일 공세 등)으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이런 괴롭힘을 당하면서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에까지 이른다.
심리 조종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국 당신에게 달렸다
심리 조종자는 근본적으로 미성숙한 인간들이다. 미성숙한 사람이 모두 심리 조종자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미성숙은 좀 특별하다. ‘내면 아이’가 인격적으로 무르익었느냐 그렇지 못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제대로 내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알아볼 수 있는 심리 조종자들의 특징은 이렇다. 그들은 금전 문제에서 경제권을 독점하거나 돈을 야금야금 빼먹는 수법으로 피해자를 인위적 빈곤 상태에 몰아넣는다. 시간에 대한 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애에서는 사랑을 받아내야 할 빚처럼 생각할 뿐 결코 사랑을 돌려줄 줄은 모른다. 성적 행동방식에도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 매우 충동적이고, 따뜻한 배려가 부족하며, 육체적 충동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감정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유쾌함, 자기연민, 분노를 표출할 뿐이고 스트레스와 불만을 견디는 능력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심리 조종의 피해자가 되는 걸까. 누구나 심리 조종에 빠질 수 있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심리 조종 피해자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놀랍게도 쾌활하고 낙관적이며 발랄한 성품을 지닌 이들이 지배 관계에 쉽게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또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마냥 호의적이다. 여기에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이혼처럼 일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거나 심리 조종자가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것처럼 느낄 때는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이제 심리 조종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저자는 주위에 심리 조종 피해자가 있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라고 권한다. 경청할 것. 이성적으로 납득시키거나 충고를 하지 말고 피해자가 쌓인 말을 모두 꺼내놓게 한다. 피해자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피해자는 이미 수치심과 죄의식에 죽을 지경이다. 어떤 경우에도 심리 조종자의 편을 들지 말아야 한다. 좋게 넘어가라고 말하지 말 것. 심리 조종자는 수세에 몰리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다. 하지만 타협으로 심리 조종자를 다스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해 당사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딱 잘라 말한다. “‘언젠가 저 사람과 대화가 되겠지’란 생각은 집어치워라.” 이해받을 생각을, 소통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괴롭더라도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는 애도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앞서 말한 심리적 함정 3단계(의심, 두려움, 죄의식)에서 벗어나려면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먼저 당신이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의 리스트를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 조종자에게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내가 고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와 같은 의심에 휩싸이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구와 직관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상대가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당신을 휘어잡으려는 생각밖에 없다면 당신에겐 그 사람과의 소통 자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굿바이 심리 조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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