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꿈도리님.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의 저자 김은섭 입니다.
우선 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토록 멋들어진 장문의 리뷰를 써 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책을 읽고, 읽은 바에 대해 리뷰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약 의무적인 숙제였다거나, 누가 시킨 일이었다면 이런 글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감사하다는 겁니다.
꿈도리님의 글을 읽으니 '글쓰기'에 소질이 충분히 있는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장문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이고 스토리도 있어, 읽는 재미에 빠졌답니다. 이 소질을 묵혀두지 마시고, 읽으시고, 읽었거든 꼭 쓰시고, 내 생각을 내려놓고 담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머지 않아 제 나이의 어른(?)이 되시면 훌륭한 작가 선생님이 되어계실 겁니다. 님의 멋들어진 인생에 늘 책이 함께 하시길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놀러오시고요~ ^^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후천적 활자 중독에 빠지는 3가지 방법
사실 대학생활 중 이렇게나 내 시간이 많은 적이 있었던가? 학교에 다닐 때는 수업과 과제에 바쁘다며 핑계를, 방학 때면 어김없이 아르바이트를, 그리고 마침내 긴 휴식기간인 1년의 휴학을 한 후에도 갖가지 바쁘고 피곤하단 핑계를 대며 언제나처럼 책 읽기는 나와 먼 존재라며 내 스스로 양심을 속이고 있었다. 하지만 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저번 달 토익 시험 준비에 대한 수고를 위안 삼아 홀로 방구석에서 아듀 2012를 외치며 든 생각은 '지금 나 뭐하고 있냐' 였다.'정말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노는 것도 이제 스멀스멀 지겨워지고, 추운 겨울 날씨에 어디 돌아다니기도 싫어 이불 속에만 콕 밖혀 있으니 활동량이 적어 살은 쪄가고 충분한 수면 덕분인지 깊은 새벽까지 잠마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전 가만히 정체되어 있는 나에게 2013년 1월 이라는 획기적인 출발점이 던져졌으니,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동네 도서관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사실 도서관을 가는 데만도 5시간이라는 긴긴 결정의 시간이 있었다.) 평소 독서와는 전혀 친하지 않은 나는 간혹 유일하게 좋아하는 작가인 신경숙님의 신간 소설이 나오면 종종 사 읽으며,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급 물살을 타고 내 또래에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한 두 권은 왠지 모르게 구입하곤 한다. 하지만 한 권을 완독하는 데만 해도 크나 큰 결심이 필요하며 결국 마지막 한 두 챕터만을 남겨두고 책장에 책을 꽂아놓기 일쑤인 나는 내 독서습관은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해왔다. 도대체 뭘까? 무엇이 나를 이렇게 독서와 멀게 만드는 것일까? 남들은 재밌고 유익하다며 감동받아 마지않는 저 책들에게서 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
평소 습관처럼 책을 가까이 두고 지내는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를 동경을 가지면서도 정작 내가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데는 무언가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독서를 주제로 한 계발서를 읽어보고 싶던 중 도서관 신책 코너에서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제목부터 나를 뜨끔하게 만든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이다. 왜 뜨끔했냐구? 나는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니 이왕이면 요즘 유명하고 잘나간다는 소위 'HOT한' 책들을 선택하고 싶어서이다. 책장에 가지런히 정돈 된 많은 책들 사이에서 내가 읽을 단 하나의 책을 고르는 데는 나의 안목과 취향은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검색 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랭크된 책인지가 중요한 선택 요소였을 뿐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도서관에 오롯이 있을 리 없다. 그러던 중 눈에 띈 이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가 내 시선을 잡아 끌었다. 물론 괜찮은 책인지 인터넷에 물어보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책명을 검색해보니 리뷰 평가 점수가 꽤 좋았다. 올? 그리고 책을 펼치니 글자 자간이 넓어 글씨가 많이 없고 쉽게 읽히길래 드디어 선택했다. 책장 앞에서 20분간 서성이고 난 후다.
집에 온 후 드라마를 보고 컴퓨터도 하고 실컷 놀다 보니 어느덧 12시, 또 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찰나. 빌려온 책이 생각나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배를 대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문맥도 짧고 이해하기 쉬운 문투여서 빠르게 읽을 수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부제는 후천적 활자 중독에 빠지는 3가지 방법이었는데, 세상에 별의별 중독이 있어도 활자중독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어쨌거나 맨 처음 책의 날개부터 읽으니 저자는 저자 스스로를 매우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그도 어렸을 때 부터 많이 읽었어요~ 가 아닌, 20대 초반에서야 독서습관을 기른 중년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대학생이던 때는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대학생활이 여유롭고 학구열이 높던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영어공부와 자격증 공부보다 책을 읽으며 서로 토론하고 선배가 후배에게 읽은 책을 추천해주던 시기니 말이다. 저자 또한 대학생이 되었으니 책좀 읽어볼까 싶었지만, 20년간 시도하지 않은 것이 한 순간에 습관이 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결론이 나지 않자 대학 교수님을 찾아가 독서 멘토로 섬기게 된 열정이 있었다. 이렇게 서두 부분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나는 많은 공감을 했다.
1. 좋은 책이나 추천도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남들이 읽으니까 나도 읽어야지!
2. 책을 고르는 기준이 즐거움이 아닌 유익함이다.
이 책은 서두부터 정곡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나는 책 고르는 기준 부터가 잘못 된 것이다. 내게 책은 무언가 꼬박꼬박 분량을 정해놓고도 하기 싫은 공부나 운동 같은 존재였지 재미와는 멀었다. 생각해보니 앞서 말한 신경숙 작가의 책이나 가벼운 일본 소설은 내가 좋아해서인지 쉽게 읽히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책들의 차이점은 읽고 난 후에 있었는데, 신경숙 작가의 책은 깊이도 있고 감동도 있었지만 일본 소설 같은 경우엔 읽고 난 후에 뿌듯함 보다 묘한 허무감이 일렀다는 것이다. 얻은 게 없다는 생각, 즉 '유익함'에 대한 집착이었던 것 이다. 저자는 처음 책이 손에 붙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흥미 있는 책 중 어떤 것이든 읽기를 추천하고 있다. 비록 유익함이 표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소설일지라도 말이다. 소설마저도 그 속엔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지혜가 녹아있기 마련이며, 읽기는 의지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발을 들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종류별로 가리지 말고 잡지든 만화든 무조건 읽으라는 것이 저자의 첫 조언이다.
이렇게 읽기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후에는 자연스레 책으로부터 배우는 즐거움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읽기의 즐거움에 한창 빠져있다 보면 어느 샌가 한 단계 더 넘고 싶어하는 자아가 보이는데, 그 때 자신의 관심사를 독서습관과 결부시킨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일본이란 나라에 대한 서적들을 보고 문화를 탐구하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부자가 탐욕적인 인간형으로 취급 받던 시대에 일본에는 부자가 존경 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일본-부자로 관심사가 이어졌으며, 그 후에는 경제경영서로 자연스레 관심 분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아직 확고한 독서 취향이 확립된 건 절대 아니지만, 읽고 싶은 분야는 이미 예전부터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데 앞으로 어찌 될련지는 나도 모를 일이라 내 관심사가 어느 쪽으로 확장될련지 궁금하다.
읽는 것에 맛들리고, 읽음으로써 지식을 얻게되고, 그 이후로는 지식을 통해 통찰력과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 독서다. 지혜라는 단어는 어쩌면 내 평생 가장 많이 보고 듣고 쓸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내 이름이니 말이다. 지혜라는 단어는 어디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한 평생 얻고자 하는 가치일 수도 있겠다. 나 또한 부모님이 지어주신 소중한 이름에 걸맞게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에서의 큰 목표다. 이런 높은 가치인 지혜를 얻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많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며 오래 살다 보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독서다. 독서는 방대한 지식을 얻는 것에서 그쳐선 안된다. 지식은 기억력이란 한계까 있으며, 그 한계는 지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습득하고 체득해 내 것으로 만든 지혜와 통찰력은 사람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글쓰기라는 수단을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궁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글쓰기는 독후감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압박의 형식을 벗어나 자유롭게 쓰되, 단 한가지만은 꼭 명시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그 것은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이다.
저자는 책 앞에서 머뭇거리던 나에게 후천적 활자 중독에 빠지기 위한 3가지 방법인 읽기, 배우기, 쓰기에 대해 말했다. 그럼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키며, 책을 통해 최고의 기쁨을 맛보라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넘어 삶 자체에까지 변화를 줄 것이라 확고히 말한다. 책 읽는 사람을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힐끗힐끗 쳐다보던 독서와 거리가 멀던 대학생에서 현재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주제로 대학과 기업 곳곳에서 강연하며 마침내 이처럼 책까지 집필해낸 저자의 인생을 보며 생각해본다. 내가 바라는 10년, 20년 후의 내 모습은 무엇인가? 그 땐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있길 바래본다.
[출처] page1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김은섭|작성자 꿈도리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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