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이야기』는 유대인의 역사와 그들의 특징을 조명한 책이다. 쉽고 간결한 문체로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수메르 문명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큰 흐름을 꿰뚫어 보여준다. 유대인 방랑의 역사가 만들어낸 ‘신앙’, ‘배움과 교육’, ‘자유와 개방’, ‘신뢰와 신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성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영욕의 역사를 이겨내고
부(富)의 권력을 창조해낸 유대인들의 힘의 원천을 밝혀내,
지금 우리에게 그들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2013년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전 세계적 고민거리이다. 유럽 발 경제 불황 뉴스가 우리 안방까지 찾아들고, 주식시장은 그때마다 휘청거린다.
반면 이스라엘의 경제적 성과는 눈부시다.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세계 경제와 달리 최저의 실업률과 호황을 맞은 부동산 시장, GDP 대비 R&D 투자비율 세계 1위와 같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연일 이슬람 국가들과의 전쟁 공포에 휩싸인 나라에서 어떻게 된 일일까. 비단 자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유대인 공동체, 특히나 경제대국 미국의 경제를 주무르는 유대인들의 부의 지배력과 저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유대인의 내밀한 저력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밝혀낸다
22년간 KORTA에서 근무하며, 뉴욕, 밀라노, 마드리드에서부터 상파울루까지 곳곳의 무역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경제 환경을 경험한 저자는, 고통과 수난의 역사 속에서 반대급부로 ‘부(富)’에 눈을 뜨게 된 유대인들을 주목하게 됐다. 금융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유대인이 있었고, 역사를 통해 볼 때 유통ㆍ금융ㆍ서비스산업의 창시자와 주역들은 대부분 유대인임을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저자가 세계 경제사가 유대인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유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했다. 유대인의 역사나 유대인에 대한 정보 또한 우리의 시각으로 저술된 것은 거의 없었다. ‘민족적 자부심이 뛰어나며, 척박한 환경대비 교육열이 높다’와 같이 우리 민족과 유사한 점을 찾으며 ‘유대인을 배우자’고 여기저기서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가 유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파편적이고 피상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기존 유대인에 관한 책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유대인의 실체적 역사에 접근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쉽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한편의 대하 다큐멘터리이다.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관한 지엽적 서술이 아니라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수메르 문명부터 시작하여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횡(橫)으로 보고, 그 큰 흐름 속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정을 종(縱)으로 함께 엮어 경제사를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경제의 역사를 주도한 유대인들이 어떻게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파노라마처럼 들여다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대인 역사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의 의식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믿는 ‘유대인의 역사책’인 《구약성경》을 흥미롭게 인용하고 있다.
또한 ‘소금’이나 ‘다이아몬드’와 같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일반 독자들도 흥미로울 주제들의 역사를 따로 뽑아서 유대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이런 것들이 경제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등을 연대기적 흐름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팩트 위주의 서술은 얼핏 이 책이 단순히 역사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유대인들의 특징과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도록 깊고 넓은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4천 년 방랑의 역사가 만들어낸 유대인의 키워드
‘신앙’ㆍ‘배움과 교육’ㆍ‘자유와 개방’ㆍ‘신뢰와 신용’을 말하다
보통 패망한 민족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섞이고 그 과정에서 그 문화에 젖어들어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민족에 귀속된다. 이것이 역사의 일반적 흐름이다. 그러나 유대 민족은 아브라함이 가나안을 떠난 이후 4천여 년의 ‘방랑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그들만의 유일 신앙과 독특한 이상을 가지고 역사와 맞섰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부의 역사’를 쉬지 않고 써왔다.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유대인을 박해하고 쫓아낸 왕조와 나라는 경제적 쇠락의 길을 걷고 유대인이 대거 몰려온 지역은 경제적으로 부흥하는 계기를 맡는 것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그렇다면, 유대인들이 ‘부의 역사’를 만들어온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주지하다시피 유대인들은 매우 종교적이다.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타민족과 섞이지 못하고 온갖 박해를 받고 떠돌아다닌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대교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꽉 막히고 권위적인 종교가 아니다. 오히려 신(神) 이외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고 보는 그들의 생각이 상명하달(上命下達) 대신 어느 누구와도 맞장 토론이 가능한 실무 중심의 소통형 사회를 만들었다.
둘째,《탈무드》를 비롯한 유대교 경전들에서는 부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신용에 대해 가르친다. 기존의 종교들은 경제적 가치나 활동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르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경제적 활동에 긍정적인 태도는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을 개발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이것이 중세암흑기를 거쳐 근대를 지나 나치시대의 박해에도 그들이 전 세계 돈줄을 쥐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이다. 한편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 등 유대인들이 박해를 피해 옮겨간 나라들의 가장 빛나던 시기가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던 때라는 역사적 고찰은 이 책에서 짚어낸 가장 뛰어난 대목이다.
셋째, 배움과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뛰어난 인재육성에 공동체가 공을 들인다. 자유로운 토론문화로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디아스포라(유대인공동체) 사이의 긴밀한 유대로 빠른 정보수집과 활용이 가능했던 것 역시 유대인들의 장점이었다. 이는《구약》시대부터의 전통으로, 현재도 가장 첨단 산업인 세계 IT 업계의 대부분이 유대계가 창업한 회사들이다.
이 책이 꼽은 마지막 요인은 바로 공동체 간 강력한 유대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족적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도 하지만, 종교적 이유로도 그들은 늘 가난한 이웃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를 모에 익혔고, 이것이 지금까지도 공동체 간 결속력을 높이고 천문학적 액수의 기부금을 통해 전 세계 유대인들의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았다.
기존의 경제 관련 도서들은 미국이나 유럽, 중국이나 일본에 국한된 좁은 시야의 서술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세계 경제의 현재와 밑바탕을 유대인과 유대인의 역사에서 찾고 이것이 세계는 물론,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앞으로 우리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경제 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과 문제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반드시 일독해야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대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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