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성공한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다. 저자인 경영 전문 기자 신기주는 『포춘 코리아』에서 대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한 커버스토리를 주로 썼다. 이러한 내공을 바탕으로 기업의 실패를 예리하게 통찰한다. 이 기업들이 성공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의 실패를 한국 사회가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기업의 억지 성공 신화를 해체하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기업의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더 진화된 기업 생태계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진화하지 못한다.
『포춘 코리아』에서 한국 대기업의 성공 전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온
경영 전문 기자 신기주가 한국 기업의 실패를 낱낱이 밝힌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너무 크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기업이 성공을 거듭할수록 아무도 감히 실패를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를 성공 신화로 치장하기 시작했다. 참담한 실패 사례를 애써 지우고 성공하고 승리한 기록만 남기려고 애써왔다. 한국이 기업 사회로 진입하면서 언론 역시 실패를 기록하는 것을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은 언론과 사회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습을 미화한다. 급기야 한국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화가 만들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5쪽)
삼성, 신한, LG 등 13개 대기업의 실패를 통해 한국 경제의 실패를 다룬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진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기업이 실패하면 해당 기업만 망하면 그만이었다. 현대 기업 사회에선 기업의 실패가 곧 사회의 실패이며 국가 경제의 실패다. 매출이 증대되고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마냥 기업이 성공했다고 단정 지어선 안 된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기술 진화 속도를 억지로 늦췄다거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사회 전체에는 악영향을 끼쳤다면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기업의 실패를 단지 재무재표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경제학적인 분석틀 안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한국 기업의 성공이 한국 경제의 성공이었듯이 한국 기업의 실패엔 한국 사회의 실패와 한계가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5쪽)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탄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대기업에 날개까지 달아준 꼴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기업 사회로 전환되었다. 대기업과 재벌가는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성역聖域이 되어버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도 한국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어냈다. 2011년 세계 아홉 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으며, 2012년엔 무디스 Aa3, 피치 AA-, S&P A+ 등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고,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이상에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에 가입했다. 이 모든 게 한국 대기업의 성과 덕분이었다. 삼성전자의 2012년 3/4분기 순익은 일본의 19개 주요 가전기업 전체 순익보다 4배나 많았다. 이어서 11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68억 달러를 넘어 월별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떵떵거림은 이해할 만했다. 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기업의 성공을 칭찬하기 바빴다.
대기업 취직은 성공의 대명사인가
많은 사람이 대기업을 우러러보는 건 당연했다. 네이버 지식IN에서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 한 네티즌의 “대기업 가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대기업 들어가야 인생 성공하는 거라 해서. 저도 인생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라는 고백처럼 대기업은 이미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재벌 2세들이 드라마에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온 국민의 대기업을 향한 갈망은 우리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소위 한국 기업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성공 신화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런 상황이니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이익공유제를 경제학에서 배운 적이 없다며, 기업의 이익을 한국 사회의 덕택이 아닌 오로지 사적 이익으로만 간주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들이 높은 물가상승률에 고통을 받아도 이익은 오직 자신들만의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이었던, 대기업이 돈을 벌면 그 이익이 서민에게도 돌아갈 거라는 낙수 효과 정책이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성공은 한국의 실패였다
기업이 기록적인 성공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한국은 실패하고 있었다. OECD 통계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출산율, 노동생산성, 개인자산, 저축률, 복지지출 비중, 노인복지 수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대졸여성 고용률, 어린이ㆍ청소년 행복감, 여성노동 환경, 아동복지 예산 등에서 OECD 꼴지다. 자살률, 노동시간, 남녀임금 격차, 노인빈곤율, 노인고용률에선 OECD 1위를 차지한다.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 분배의 불균형 수치인 지니계수도 5위를 기록해 OECD 국가 가운데 다섯 번째로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조사됐다. 이 통계지표들은 한국인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걸 말해준다. 명백한 한국의 실패다.
이젠 국민들도 알고 있다. 대기업 빵집이 골목 상권까지 침투하고 대기업이 순대까지 만드는 현실을 보고 기업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대기업이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걸 단적으로 알려주는 사건이 빨간 옷으로 갈아입고 경제민주화를 주요 이슈로 내세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다.
이제는 기업의 성공 신화를 직시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를 ‘중기대통령’이라고 부른다. 당선되고 맨 처음 방문한 경제 단체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였다. 그는 “이제는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343쪽)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우대 정책이 실패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을 키우고, 서민층에까지 이익을 골고루 나누는 정책적 흐름을 이어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새로운 정부 초기라 한껏 몸을 움츠린 대기업이 다시 목소리를 키울 때를 대비해 그들의 성공이 한국의 실패였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과 사회적 견제가 가능해지고, 대기업 스스로도 경영 전략의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위해 이 책은 성공한 13개 기업의 실패 사례를 분석한다. 저자인 경영 전문 기자 신기주는 『포춘 코리아』에서 대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한 커버스토리를 주로 썼다. 이러한 내공을 바탕으로 기업의 실패를 예리하게 통찰한다. 이 기업들이 성공의 대명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의 실패를 한국 사회가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기업의 억지 성공 신화를 해체하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기업의 변화를 촉구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더 진화된 기업 생태계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의 실패를 소화해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진화하지 못한다.
사라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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